[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산초
혀와 코를 자극하는 강렬한 맛으로 식탁을 점령하는 향료가 그립습니다.
한번 경험하면 결코 빠져나오기 힘든 향의 마술사! 산초.전국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산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북아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식재료이자 약초입니다.주로 열매와 잎을
사용하는데 까맣게 익은 열매로 짠 기름은 토속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귀한 식재료였지요.
산초유를 두른 두부구이와 찌개는 별미중의 별미.채 익지 않은 열매와 잎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물회에 산초 잎을 넣으면 잡내를 제거하고,열매는 장아찌를 담가 4계절 내내 입맛을 돋웁니다.
장아찌로 쓸 열매의 채취 시기는 밤송이가 벌어질 무렵이 적기.
산초두부구이는 동지 무렵,불화로를 이용해야 제격입니다.
솥뚜껑을 눕힌 소당에 두부를 얹고 산초기름을 두르면 연녹색 기름이 지글지글 배어들어 쌉싸래하면서
고소한 두부구이가 완성되지요.여기에 잘 익은 김장김치와 막걸리 한 사발이면 찰떡궁합.한겨울 추위를
물리치는데 이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요?산초는 약재로서의 가치도 훌륭합니다.열매에 함유된 정유와
불포화 유기산,안식향산,타닌은 항균작용이 뛰어나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고 민간에서는 기침과 가래 등
기관지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였습니다.
산초의 효능과 약효는 현대의학에서 이미 검증됐습니다.산림환경연구원과 전북대 의대가 지난 2019년
‘산초유 효능구명 및 산업화 기술개발’ 연구를 통해 이를 입증했지요.그러나 안타깝게도 산초음식의
대중화는 아직 요원합니다.산초기름의 향이 강렬해 대중음식점에서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까닭이지요.
산초가 옛것,토속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못내 아쉽습니다.산초음식의 대중화를 위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