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의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의 장편소설 『오늘의 기분』이 <푸른사상 소설선 29>로 간행되었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부조리, 일명 지식인들의 속물적 욕망, 그것으로 인해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소외되고 상처를 입는다.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구조적 모순에 빠진 대학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책임 윤리와 공동체 윤리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2020년 10월 27일 간행.
■ 작가 소개
소설가 겸 평론가.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집으로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2014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연구서로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현대문학의 이해』 『작가의 내면, 작품의 틈새』 『텍스트의 안과 밖』 『5·18과 문학적 파편들』 『소설에 대하여』 『한국문학과 그 주체』, 평론집으로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2019년 서울문화재단 예술가지원사업 선정) 등이 있다. 조선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전남대학교 국문과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E-mail:syeui@hanmail.net)
■ 작가의 말
무엇보다 마음으로 가까웠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몇 년 전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던 식사 때, 당신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지 못했던 게 오랫동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무려나 이 소설을 읽는 나와 가깝거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 행여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소설이란 허구를 본질로 하는 다만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 작품 속으로
학위논문이 부실해서 심사가 지연되는 누군가가 있으면 다른 제자들을 동원해서 밤낮으로 부실한 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한편 심사위원이 떡이 되도록 술대접을 했다. 그런 자리에 나는 물론이고 과정 중에 있는 여제자들도 불려나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동원되었다. 동원된 제자들이 돌아갈 때 적지 않은 차비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아서 크게 불평하는 이도 드물었다. 오히려 꿀알바라고, 자조인지 푸념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 이도 없지 않았다.
그런 탓에,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분에게 행여 욕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주의하는 게 마땅한 일이라고, 그와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동네방네 모조리 까발려서 대체 네게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힐난했다. 나는 주눅 들었다. 그른 말이 아닌 것도 같았고, 동의하기 싫다는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으나 주변엔 모두 그를 감싸는 이밖에 없었다. 그를 비난하고 배척하는 것보다 그의 아주 약간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게 모두에게 유익하다면서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53~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