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27일) 농장에서 텃밭보급소 도시농부학교 17기 실습이 진행됐습니다.
이복자 소장님이 강사를 맡아 <채종과 갈무리>라는 주제로 실습을 진행했고 17기 교육생 8명이 참가했습니다.
강사님은 농사 못지 않게 갈무리가 다음 농사를 위해 중요하다면서 우리 땅에 적응된 토종 종자를 채종해서 농사짓는 일이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식량을 자급하는 실천의 기본임을 역설했습니다. 덧붙여 최근 강원도 정선 지역에 종자 수집 활동을 다녀왔는데, 토종 종자를 갖고 있는 농민을 만나기가 어려웠다는 현실도 들려주었습니다.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가 여러가지 토종 열매들을 선보인 뒤 씨를 받는 방법을 직접 시범 보여주었고, 그 중에서 되호박과 대박은 씨를 받고 난뒤 삶아서 훌륭한 요리와 생활용품-바가지-로 재탄생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농장의 사무실 겸 종자보관실에 보관중인 각종 토종 씨앗들과 이름들에 관해 설명 듣고 농장의 토종포를 둘러보며 토종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도 관찰했습니다.
'농부아사, 침궐종자 - 농부는 굶어죽을지라도 씨앗을 먹지 않고 베고 죽는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 봤습니다. 농부란 단지 올해 농사만 잘 짓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알뜰하게 갈무리해서 버리는 것 없이 나누고,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또 미래 세대를 위해 씨앗을 보존하는 사명을 갖고 있는 사람임을...오늘이 절망스럽더라도 절대 포기하거나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삶을 대하지 않고 희망의 씨앗을 가슴 깊이 품고 사는 존재임을...
토종콩 어금니동부를 설명하는 이복자 샘
검은제비콩 혹은 까치콩- 약성이 강하다(흰제비콩도 있다)
토종 수세미, 껍질 벗긴 모습.- 이 놈을 푹 삶아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교육이 끝난 뒤 모두 선물로 가져가셨지요.^^
수세미의 씨앗
물외(토종오이의 일종)를 잘라내어 씨를 받는 모습
토종 되호박의 절단면과 씨가 들어찬 모습
요렇게 찜솥에 넣어 나중에 구수한 막걸리 안주로 재탄생하게됐다는.
토종 대박을 톱으로 자르는 모습.
누군가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거 아닐까?"라는 농담을 던지셨는데, '흥부놀부 이야기'를 아는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묘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갖게 하는 박타기, 박 속에는 꽉 찬 속살과 씨가 들어있었다. 이게 현실이다!^^
박씨. 금은 보화는 아니지만 매우 멋스러운 갈색 빛깔의 줄무늬 뚜렷한 씨앗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자연이 준 선물이니 이 또한 금만큼 값지지 않은가!
실습에 사용된 각종 열매와 씨앗들.
건조중인 토종고추 붕어초.
사무실겸 종자 보관소를 둘러보는 모습.
이 곳은 아무한테나 공개하지 않는 곳이랍니다.^^ 씨앗은 밀봉한 채 냉장 보관하고 파종하기 3-4일전에는 미리 꺼내놓아야 합니다. 씨는 당해연도에 다 쓰지 않고 만약의 경우를 위해 남겨놓는게 상례입니다.
논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에 보이는 벼는 일반 벼이고 뒤로 새망이 둘러쳐진 곳에 토종 벼가 자라고 있습니다.
야생오리가 나락을 훑어먹은 사건이 있은 뒤로 직원 세 명이 달라 붙어 설치한 새망. 이 곳에 여러가지 토종 벼들이 자라고 있고, 어느 틈으론가 들어온 새끼 오리 한 마리도 나날이 살이 찌고 있다는..ㅠ
토종옥수수
작두콩(흰 것과 붉은 것이 있다)
삼층거리 파 또는 삼동파
토종 생강. 많이 못 자라고 있습니다.ㅠ
토종 율무
박을 삶아 속은 양념해서 나물로 무치고, 껍질은 다듬어서 바가지로.
완성된 바가지.
뒷풀이. 된호박과 박속무침이 안주로 등장. 이복자 소장님이 명이나물과 야콘잎으로 독특한 맛이 장아찌를 만들어 오셔서 입맛을 돋구어주셨습니다.
이 날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과 사정이 있어 못 오신 분들께 간접 실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족한 후기 올렸구요. 남들이 뭐라건 즐겁게 순환 농사 지으며 오래 오래 얼굴 봤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소풍님!
정성것 올려 주신 실습 장면 새롭게 느껴지네요,
교통 좋고 풍요로운 흥덕 농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즐거운 실습 감사합니다,
채종과 갈무리. 많이 궁금했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