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지전 (작가미상)
■ 전체 줄거리
중국 옹주땅 구궁산 토굴 속에 서대주(鼠大州)라는 짐승이 살고 있었다. 당태종이 금용성을 치려할 때, 서대주는 종족을 거느리고 금용성 창고에 양식으로 쌓아둔 쌀을 없애 버리는 큰 공을 세운다. 이 일로 서대주에게는 세민황제로부터 벼슬을 제수받고 잔치를 베풀어 여러 쥐들을 초대한다.
이 때 하도산에 다람쥐라는 짐승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간악하고 집안 형편이 가난한 데도 나태하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웠다. 다람쥐는 서대주가 잔치를 베푼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다. 다람쥐는 잔치가 끝난 뒤 서대주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여 생률(生栗)과 백자(栢子)를 얻어가지고 돌아온다. 다람쥐 부부는 그것으로 봄을 무사히 지냈으나 겨울이 돌아오니 다시 굶는 신세가 된다. 다람쥐는 다시 서대주에게 가서 구걸하나, 그는 종족의 형편을 들어 거절한다.
이에 다람쥐는 원한을 품고 아내의 충고도 듣지 않고 곤륜산의 백호산군(白虎山君)에게 거짓으로 소송장을 올린다. 계집다람쥐는 소송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힘껏 충고하다가 도리어 남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는 분한 나머지 집을 나가고 만다.
백호산군은 서대주를 잡아오게 하여 그의 말을 들어보고 다람쥐가 허위로 고발하였음을 알게 된다. 이에 산군은 허위고발한 다람쥐를 유배보내고 서대주는 내보낸다. 마음이 착한 서대주는 다람쥐를 불쌍히 여겨 같이 내보내줄 것을 간청한다. 산군은 서대주의 인후한 심덕에 감동하여 다람쥐를 내보낸다. 이에 다람쥐는 자기의 배은망덕한 처사를 반성하고 서대주에게 사과한다. 서대주는 다람쥐를 불쌍히 여겨 황금을 주어 돌려보낸다.
■ 핵심정리
1. 갈래 : 고전 소설, 우화 소설, 풍자 소설 2. 작가 : 미상 3. 연대 : 미상 4. 성격 : 풍자적, 경세적(經世的), 우화적 5. 제재 : 쥐들의 소송 사건 6. 주제 : 간악한 인간에 대한 경계, 권선징악(勸善懲惡)
■ 이해와 감상
<서동지전>은 쥐들의 소송 사건을 제재로 한 우화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다람쥐가 서대주에게 은혜를 입고도 배은망덕하게 서대주를 백호산군에게 허위로 소송하였으나, 현명한 판관이 잘잘못을 가려 간악한 다람쥐에게 벌을 준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인간 사회에도 간악한 다람쥐와 같은 배은망덕한 인간이 있음을 경계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교훈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편, 작품 내면에는 봉건적인 정치윤리경제 체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인간상을 추구하려는 근대 지향적 주제도 내포되어 있다. 특히, 오소리와 너구리 등에 의해 표현되는 현실 비판은 당대의 정치적 현실이 지닌 모순에 대한 풍자이다. 또한, 다람쥐와 아내의 다툼은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비판 의식을 보여 주고 있어 주목된다.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했던 당시 윤리관으로 볼 때, 올바른 충고를 들어주지 않고 욕설을 퍼붓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항거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계집다람쥐가 남편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오는 내용도 당시의 윤리관이나 인습으로 보아서는 과감한 저항으로 판단된다. 이는 부창부수(夫唱婦隨)와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봉건적인 사고 방식과 도덕관에 대한 비판으로 전통적인 윤리관을 타파하고자 하는 작자의 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 <서동지전>의 인물 설정과 그 효과
이 작품은 다람쥐를 부저억 인물로, 쥐를 긍정적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새로운 계층이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다람쥐와 같이 현실적 능력이 결핍되고 비윤리적인 인물들에 의해 시련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글의 작가나 향유자 역시 서대주로 대표되는 계층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쥐는 긍정적으로, 다람쥐는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일종의 '낯설게 하기'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통념과 고정 관념을 뒤집어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참신한 충격을 줄 뿐 아니라 작품의 주제 의식을 깊이 인식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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