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폈네. 하아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솔바람 타고 솔솔~~ 한줄기 아침바람에 진한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월 첫주 남원 풍악산 산행버스를 타러가는 이른 아침에 ...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날아드는 달콤한 이 향기는 후각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어버리며 나도 모르게 훙얼거리며 걷는다. 하늘은 물기를 가득 담은 흐린날이지만 차창밖으로는 온산들이 푸르름으로 싱그럽다. 꽃대에 옹기종기 매달린 우유빛 팝콘같은 아카시아꽃 송이들이 탐스럽고. 하얀 떡가루를 소담스럽게 묻혀 놓은 이팝꽃 가지들이 초록빛 오월과 참 잘 어을린다.
10시경 남원 대산면 신계리 도착. 오늘은 김정기 부회장님이 새 차를 구입해 첫산행으로 축하식를 하기 위해 산행전 버스앞으로 모두 모였다. 회장님. 총무님. 왕언니. 방선생님. 김정기님께서 케잌 커팅식으로... 방선생님의 축하 메세지와 회장님의 축복 기도가 참 정겹고 따뜻한 모습들이다. 부디 건강하게 무사고로 전국 곳곳을 잘 달리며 좋은일만 가득하기를 빕니다.
신계리 마을 논길 밭길과 작은 저수지를 지나고 시설 좋은 계사옆 숲속길로 들어서며 산행 시작이다. 초록의 숲내음이 싱그러운 오솔길을 조금 걷다보니 작은 언덕위에..... 남원 신계리 마애여래 좌상 (南原 新溪里 磨崖 如來 坐像)은 3.4m의 크기로 고려시대의 마애불이며 1965년7월6일 대한민국의 보물 제43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워키백과) 오랜 세월 외진 숲속에 있었는데도 거의 마모되지 않았고 도톰한 얼굴에 자애롭게 앉아있는 모습이다.
불상을 뒤로하고 더 깊게 숲속으로 들어서니 본격적인 산행이 구불구불 된비알로 거의 코가 땅에 닿은 만큼 힘들게 한시간여 동안 오르고 오른다. 겨우 가파른 비알을 올라 숨을 돌리고 바람 센 산줄기 주능선 길을 따라 바로 풍악산 정상을 향한다. 앞으로 3일 동안 비바람에 폭우가 예상된 오늘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 같고 바람도 매우 세차다. 산행중 비를 만날까봐 일행들 걸음이 빨라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초록의 산바람이 너무 좋다. 여유롭게 한동안 등산로 따라가는데 틈실한 고사리들이 여기 저기서 긴~목을 내밀고 발목을 잡는다. 가지나 걸음이 더딘 나와 영분씬 고사리를 꺾다보니 결국 일행과 떨어지게 되고 풍요로운 산나물에 마음만 급하다. 이곳에서 고사리나 꺾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아쉬움을 뒤로하고 허겁지겁 한참 떨어진 앞사람들을 뒤따라 빠른 걸음으로 가다보니. 풍악산(600m)정상이다 . 금강산의 가을 만큼이나 아름답다고 해서 풍악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테크로 잘 만들어진 풍악산 정상 전망대에 서니 온사방이 툭 터진 풍경화 그림으로 펼쳐진 오월의 조망( 眺望)이 참 아름답다 . 다행히 중간에 안회장님과 동행이 되어 둘이가던 산길 두려움이 해소되고 점심전에 앞서던 일행과도 만났다. 다시 노적봉 향해가는 산행은 가파른 테크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험한 바윗길을 지나고 비바람에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을 넘어가기도 하고 잔뜩 허리 굽혀 굽은 나무 피해 지나 가기도 하며 짧은 다리 한껏 펴서 바위를 오르기도 하고..... 인생길이 굴곡 많은 오름과 내림의 연속인 산행길과 많이 닮아 있다지만 참 다양한 산행길은 오붓하기도 하고 힘이 들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다. 허지만 이 모든걸 이겨내고 정상에 설땐 모든 보상이 한꺼번 안겨지는데 ...내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다.
아무도 없는 산속 이곳 저곳에 선 아름다운 자태로 곱게 피워내는 꽃들만의 파티가 있다. 새싹들을 밀어내고 나무들과 소근거리며 활짝 미소짓는 키큰 연분홍 철쭉들은 꽃잎들의 채색이 환상적이며 자태도 훤출하고 가지들 뻗음이 너무도 멋들어진 자락에 연신 환호성을 터트리게 한다. 길옆에 옹기종기 무리진 키 작은 보랏빛 각시붓꽃들이... 넓은 초록 잎사귀 뒤로 층층을 이루며 사랑스럽게 대롱대롱 매달린 하얀 둥굴레 꽃들이... 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잠시 힘든 발길을 맘추고 고운 눈마춤을 해뵨다. 계절따라 만날수 있는 이 자연은 우리들이 또다시 산을 찾게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노적봉(567m)에서 다시 혼불 문학관으로 아직도 3.4km 험하진 않아도 만만치 않은 산행은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크고 높은 많은 바위들 지나고 오른 만큼 급비알 하산길과 대나무 숲길을 지나니. 좁은 오솔길 끝에 우뚝 솟은 하나의 큰바위 벽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 아래로. 약수가 있는것 같은데 먹을 수는 없었다. 순천~완주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 흔불 문하관 도착이 거의 2시 30분 . 흔불 문학관은 2004년에 개관했고 혼불(10권)은 최명희(1948~1998)작가가 쓴 대하소설로 1930년때 일제강정기 남원을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종가와 종부 3대가 겪는 삶의 역경을 그린 소설이다. 난 혼불이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와 비숫하게 생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오후 3시부터 많은 비가 예보되었지만 일기는 산행하기 너무 좋은 날씨로 구름으로 더운 햇볕을 가려주고 센바람으로 땀을 식혀주니 오늘 산행도 행복 만땅이다. 하산끝에 얼얼한 발과 잔뜩 갈증난 목을 시원한 막걸리와 맛있는 족발이 힘들었던 산행을 잊게 해준다.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 크림으로 뒤돌아보는 하루. ... 물흐르듯 바뀌는 사계절의 풍경들과 정취속에 묻어나는 색채들 잎들이 뿜어내는 향기와 자연의 소리들이 하루 시간들 같이 행복으로 버무러져 가버린다.
오늘 새차 기념으로 맛있는 떡을 준비해 주신 회장님~ 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새로 오신 회원님 환영합니다. 젊고 푸른 오월 ~우리들의 오늘은 늘 오월입니다. 행복하고 멋진 우리 산악회 늘 함께 모든 회원님들이 푸른 오월이 되시길 빕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산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에 더욱 감사가 넘쳐납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가파른 산길이 많이 힘들게 하지만. 좋은 산채가 더 즐겁게 하구요. 새차 축하하구요. 모두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