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온종일 차를 몰고 돌아다니고 저녁엔 술한잔 하면서 늦게 잤지만 소중한 시간을 놓칠순 없어 숙소 밖으로 나선다.
어제 아침과 달리 해가 비치지 않아 운동하기엔 좋은 조건.
함덕해수욕장으로 내려간 뒤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조천읍까지 조깅모드로~
해안선을 따라 놓인 도로의 방향이 바뀔때마다 한라산이 정면으로 보였다 왼쪽으로 갔다를 반복한다.
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고 도로 주변에 마을도 없어 한가하다.
머릿속 복잡한 것을 털어내면서 조깅하기엔 더없이 좋은 여건.
대명리조트에서 자전거를 임대 해준다고 안내판이 붙어 있었는데 지도에 표기된 자전거길 코스가 함덕에서 조천까지 편도 5Km, 바로 이 길이었다.
조천까지 이르니 25분이 소요되었는데 여기서 반환하지 않고 읍내의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바닷가에 성처럼 쌓아놓은 유적지가 있길래 가봤더니 연북정.
나중에 찾아보니 예전에 이곳 조천항이 육지로 통하는 2대 포구였는데 귀향을 내려온 사람들과 파견나온 지방관리들이 북쪽에 계시는 임금을 그리워하며 여기서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연북정을 스치듯 돌아나와 읍내의 동네길을 계속 서쪽으로 달리는데 동네 골목을 지나는 것이기 때문에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을 대하기가 쑥스럽다.
웬 미친놈이 여기까지 와서 동네 가운데를 뛰어다니남?
30분 남짓 지난 이후 방향을 돌려 이전에 왔던 길을 되집어 달리는데 방향이 180도 달라진 그대로 보이는 느낌 또한 다르게 와 닿는다.
읍내 곳곳에 31운동 희생자 생가터마다 추모비를 세워놨는데 아마도 이곳이 외부와의 교통 역할을 했던 곳이라 큰일이 생길때마다 그 중심에 있었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도 순탄한 것이 어제 같았으면 해를 마주보고 달리느라 힘들었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게 없으니... 아주 좋아요!
대명리조트에 돌아오니 스톱워치가 딱 1시간을 가리킨다.
리조트 잔디밭에서 스트레칭을 하는동안 제주 조천의 바닷가 도로를 혼자서 다 독차지한 기분을 맘껏 되세기며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