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서 29년전 은사 만나'
기능계의 최고 수준인 ‘기능장’을 따기 위해 인생을 건 기술인이 시험장에서 29년 전 스승과 재회하면서 그의 꿈이 알려졌다. 제자는 대기업 간부이면서 수험생이고 스승은 여전한 스승이면서 시험감독관으로 만난 이들은 안용택(62·구/한국폴리텍대학 교수, 현/부안제일고등학교 교사)선생님과 노석천(47)씨다.
29년전인 1986년 3월, 한국폴리텍대학(구·전주직업훈련원)에 노석천씨가 입학하면서부터 두 사람은 사제간이 됐다.
전주시 인후동 한신휴먼시아 아파트에 살고 있는 노씨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 OCI 설비보전과 계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진 그는 18살에 삼례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용접과 배관을 배웠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공계를 선택하고도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밤에는 한국폴리텍대학(구·전주직업훈련원) 용접과 야간과정에 입학했다.
낮에도 배우고 밤에도 배우는 그는 동급학생들에 비하여 매우 특별한 편이다. 2곳의 교육기관을 다니며 노력한 덕분에 용접, 배관, 전기용접, 가스용접기능사 등 4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당시의 동양제철화학(현·OCI)에 입사하여 고압가스냉동, 창호시공기능사 등을 추가로 취득하여 기능사 자격증은 7개가 됐다. 23년간 산업전사로 약 8천여만원의 연봉을 받는 석천씨는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며 생활에 여유가 있다 보니, “매일 술이나 즐기게 되는 나태함을 깨닫고 무언가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었다.”는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동료가 가지고 있던 ‘기능장’자격시험문제를 보게 되었다. 같이 풀어보고나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기능장은 기능계의 박사과정이나 다름없다. 그는 대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20여년의 실무 경력만으로 기능장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했다. 무료한 생활에 변화를 주기위해 ‘기능장’ 5개 취득에 도전장을 냈다. 단순한 자격증 취득이 아닌 기능계 최고의 영예인 ‘기능장’을 따려는 생각도 어려운데 용접과 배관분야의 ‘기능장 5개를 석권’해 보겠다는 엉뚱한 발상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노석천씨가 5개의 기능장을 취득해도 생활에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목표한 생각을 실천에 옮겨오고 있었다.
2014년부터 시작하여 이미 배관기능장과 용접기능장을 취득했다. 앞으로 취득 예정에 있는 자격증은 에너지관리기능장과 가스기능장, 전기기능장이다. 5.26(화)일 3개째 도전하는 ‘에너지관리기능장’은 1차 이론시험에 합격하고 2차 최종실기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 날 시험장(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에서 감독겸 채점관으로 위촉받은 안용택 스승을 만난 것이다.
29년만에 만난 스승앞이었지만 시험대는 냉혹했다.
이날 시험결과는 노석천씨가 8시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이 수압테스트를 견디지 못하고 실격이 됐다. 혼자서 익힌 실기일지라도 꽤 오랜 시간을 공들였던 탓에 실패에 대한 아쉬움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답답했다. 그나마 재기를 노리며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재회한 은사의 지도였다. 부둥켜안고 담소를 나누던 안용택선생님은 “고교시절에도 2개의 학교를 다니던 제자가 훌륭한 기술인으로 성공한 것도 자랑스러운데 그 열정이 지금도 식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훌륭하다.”며 극찬을 했다.
“이번 시험에 자랑스럽게 합격했어야 하는데 실격하여 은사님께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다음 회차에 반드시 합격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고 굳게 약속을 했다.
자격증으로 기술능력을 검증받는 전문가시대에 한 개의 자격증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많다.
또한 생활이 안정되어 있을 때 자신을 연단시키려는 삶은 결코 흔하지 않다. 그런면에서 노석천씨는 특별한 사람이다.
남은 3개의 기능장 취득을 위해 계속되는 그의 도전을 도민들은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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