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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7월30일-8월2일(日-水)雲,晴---울릉도(鬱陵島)성인봉(聖人峰)....해봉산악회(50명)
♠ 개 요
면적:72.56㎢ , 인구:1만 426명(2000)
인구밀도:144/㎢ , 가구수:3,840(2000) , 행정구분:1읍 2면
군청 소재지: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206-1
군의 꽃:동백꽃 , 군의 나무:후박나무 , 군의 새:흑비둘기
내용 출처:두산세계대백과
동경 130˚48′~131°52′, 북위 37˚14′~37°33′에 있다. 동해상에 격리된 울릉도와 그 부속도인 관음도·죽도·독도 및 삼선암·공암·죽암·청도·북저암·촉대암 등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졌다. 주도인 울릉도는 울릉군 총면적의 98%를 차지한다. 포항에서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210km, 죽변항에서 140km 떨어져 있다.
육지(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와 최단거리는 137㎞이다. 행정구역은 1읍 2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군청 소재지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에 있다. 도둑, 공해, 뱀의 3무(無), 香(향나무), 風(바람), 美(미인), 水(물), 石(돌)의 5다(多) 섬으로 유명하다.
울릉도는 지질적으로 제3~4기 초에 걸쳐 동해에 솟아난 거대한 화산의 정상부에 해당하며 현무암·조면암 등으로 이루어진 알칼리성 화산암 지역이다. 해안선이 단조롭고 해안단애가 발달하여 천연의 양항은 없다. 섬의 중앙부에는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이 솟아 있고, 그 북부 사면에는 성인봉의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나리분지가 있다. 나리분지를 제외하면 울릉도의 평균경사도는 25°로서 평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민생활에 불편이 많다.
동서길이 10km, 남북길이 9.5km, 해안선길이 42km의 좁은 섬으로, 지형도상의 하천은 22개에 이르나 물이 흐르는 하천은 13개뿐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단소하여 하천의 면모를 갖춘 것은 태하천(8km)과 남양천·남서천 정도이다. 해안은 현무암의 주상절리가 발달하고 해식작용이 성하여 태하나 학포의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즐비하다. 앞바다에는 공암·삼선암 등의 기묘한 바위섬이 솟아 절경을 이룬다.
울릉도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해양성 기후를 나타낸다. 연평균기온은 12℃이나 1월 평균기온은 0℃ 이하로 내려갈 때가 없고, 8월 평균기온이 24℃를 넘지 않으며 일교차(5.8℃)도 적어 전국에서 가장 온화하다. 연강수량은 1916.7mm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 그 중 약 40%가 11∼12월에 눈으로 내린다. 평균 적설량은 1m 내외이나 최고 적설량은 약 3m(나리분지)로 전국 제일의 다설지역이다.
또한 전국 제일의 강풍지역(폭풍일수 179일)으로 근해의 파도가 거세고 해난 사고가 잦다. 울릉도에는 약 600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어 식물의 보고를 이루는데, 그 중에서도 섬잣나무·솔송나무·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만 자생한다. 총 39종의 특산식물과 6종의 식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나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이 많다. 파충류·양서류와, 쥐를 제외한 포유류, 은어를 제외한 담수어류가 분포하지 않거나 그 종류가 매우 적은 것이 특색이며, 독사·맹수·모기 등이 없다.
▲ 성인봉(聖人峰)
위치:경북 울릉도의 중앙
높이 984m. 울릉도의 최고봉으로 나리분지(羅里盆地:칼데라) 남쪽 외륜산(外輪山)에 해당한다. 북면(北面)·서면(西面)·남면(南面)의 경계선이며, 울릉도의 모든 하천의 수원을 이룬다. 성인봉 북서쪽에는 나리분지 안에 솟은 중앙 화구구(火口丘)인 알봉[卵峰]이 있다. 성인봉을 중심으로 모두 3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는데, 이 가운데 특종식물이 40여 종이나 되어 매우 오랫동안 고도(孤島)로 떨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나리분지(羅里盆地)
울릉군 북면(北面) 나리리(羅里里)에 위치한 분지.
면적 1.5~2.0km2. 동서 약 1.5km. 남북 약 2km.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평지를 이룬다. 성인봉(聖人峰:984m) 북쪽의 칼데라 화구(火口)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火口原)으로서, 그 안에 분출한 알봉[卵峰:611m]과 알봉에서 흘러내린 용암에 의해 다시 두 개의 화구원으로 분리되어, 북동쪽에 나리마을, 남서쪽에 알봉마을이 있다. 분지 주위는 외륜산(外輪山)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성인봉은 외륜산의 최고봉이자 울릉도 최고봉이다.
울릉도는 다설지(多雪地)로 겨울에는 3m 이상의 눈이 내리는 일이 자주 있다. 화구원저는 화산재로 덮여 있어 보수력(保水力)이 약하기 때문에 밭농사를 할 뿐, 논농사는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주민들 중에는 외지로 이사를 가는 경향이 있다. 본래는 개척 당시부터 울릉도의 특유한 자연조건에 맞추어 지은 가옥구조인 너와지붕을 한 우데기집이 많았으나, 이후 실시된 주택개량사업에 의해 최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근래에는 관광 붐을 타고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늘고 있다.
♧산행코스:도동,대원사앞(7.15)-바람골휴게소(9.00)-성인봉(9.30)-약수터(10.35)-나리분지-천부리(12.45) 총 5시간30분
▶ 지난 여름, 7월30일. 모처럼 하기 휴가를 얻어 해봉산악회를 통해 육지와 동떨어져 자연보존이 잘되어 있다는 울릉도 성인봉을 3박4일 일정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8시10분, 50명을 태운 관광버스 안의 한 사람이 되어 시민회관 앞을 출발. 언양 휴게소에 들렸다, 포항시로 진입하면서 차량 정체, 연안 여객선 터미널 도착 11시10분. 17500원의 2등석 티켓을 배부 받아 북새통속에 12시 출발의'대야고속 카페리'에 오른다.
선미의 갑판으로 나와 바람을 쏘이는데 비좁은 내항의 퇴적물이 얼마나 쌓였는지 카페리의 스큐류가 돌아가자 까만 침전물이 소용돌이치며 솟아오른다.
갈매기들의 전송을 받으며 오른쪽으로 한반도 호랑이 꼬리 부분인 장산곶을 바라본다. 영일만을 빠져 나오는데 거의 한시간이 걸린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뒤로 달아나는 물결 건너편에 저만큼 날치 두어 마리가 수면위로 날아가고 잠자리 서너 마리가 배 주변을 돌며 노닐고 있다.
선실 안팎으로 '고 스톱'판이 벌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귀밑에, 멀미예방 특수 반창고를 부치고 있다. 심지어 갓 돌이 지난 듯한 아기까지. 이런 주변 등을 부지런히 촬영하고 그늘을 찾아 선수 좌측으로 자리를 고정한다. 멀미 때문에 줄곧 바깥에 서 있는 R이사. 담소를 나누는 집행부 임 대장과 B이사. 그리고 대화 중에 기분이 좋으면 상대방을 탁! 탁! 치는 버릇이 있는 B여사가 그림으로 이 대장의 운을 봐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다시 어깨와 팔을 치자 옆에 있든 이 대장 부인이
"아이, 별일이다! 왜 남의 신랑을 마구 때리 노!"
하는 소리에 다시 폭소를 터뜨린다.
한 조각씩 나누어주는 잘 익은 시원한 수박으로 목을 축이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용왕 님이 된다.
19시45분, 왼쪽으로 빨간 낙조를 바라 보다가 전면으로 잿빛 안개구름에 감 쌓인 거대한 울릉도의 윤곽을 희미하게 포착한다. 20시, 야경이 휘황한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 선착장 접안. 만 8시간을 항해한 셈이다.
인원파악을 하고 울릉경찰서 후편에 있는 민박집(791-5490)에 도착. 예약한 방 4개중, 장년 팀 방에 자리를 잡는다. 잘 정돈된 집안. 주인이 현역 파출소장이라는데 거실에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
라고 새겨 놓은 목각이 인상적이다.
집행부 부인들이 준비한 저녁을 마루바닥에 펼쳐 놓고 8,9명 이 둘러앉아 정을 나누는데 회장님이
"남형! 고지식하게 살면 안돼요. 우리처럼 한번씩 미쳐 봐야돼요."
하며 술잔을 건네며 소주를 따라준다. 내가 고지식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식사 후 야경을 보러나가는 사람, '고 스톱'판을 벌리는 사람, 내일의 산행을 위해 일찌암치 잠자리에 드는 사람 등 각양 각색이다.
7월31일. 맑음. 5시30분, 습관처럼 눈을 뜬다. 밤늦게 화투판을 벌렸든 거실에 많은 사람들이 곤한 단잠 속에 빠졌 있는데 그 사이를 빠져 나와 지난밤, 뚜렷이 보지 못한 현관 앞의 암봉을 바라본다. 그리고 10시 방향으로 암봉 사이 빠끔히 보이는 도동항 앞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갖는다.
울릉도의 5대 명물인 물, 바람, 미인, 돌, 향나무중 선들선들 부는 싱그러운 바람이 한 여름을 잊게 한다. 바쁜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에 출발하는 산행을 위해 골목을 빠져 나와 노폭 약 2m의 콘크리트 포장길에 선다. 20여명의 의경들이 긴 빗자루를 들고 열을 지어 올라 온다.
출발 5분전인데 몇몇 사람이 성질 급하게 슬금슬금 올라가며 위쪽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자 인원 파악을 하다말고 출발한다. 경찰서, 군청 앞을 거쳐 2차선 도로에 나와 한 구비 돌아 [대원사]앞에서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 7시15분, 50명중 30여명만이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라 오르막으로 출발 한다.
약 5분 뒤, 왼편으로 빠지는 비탈진 오솔길에 올라 가파르게 오르는데 등산로 우측에 '산나물 있습니다.'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 낡은 농가가 나타난다. 왼편으로 저만큼 관모봉이 보이는데 공해 한 점 없는 산들바람이 휙휙 불어와 전신을 말끔히 씻어준다.
등산로변엔 다년생 식물인 섬바디가 하얀 꽃들을 우산처럼 펼쳐들고 활짝 웃는데 갯가에나 서식할 것 같은 까만 곤충들이 무수히 등산화에 밟혀 참혹하게 죽어 있는데도 계속 여기 저기서 기어 나오고 있어 안타깝게 한다. 이건 생물의 죽살이가 아니라 학살이다.
7시50분, 잠시 평지를 걷는데 [캔 맥주 3000원]이라고 써 붙인 노변 휴게소가 나타난다. 모두들 그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걸 20여m 더 걸어 완만한 경사지에서 스탠 바이 한다. 얼마 뒤 올라올 전 회원을 캠코더에 담기 위해.
오른편으로 돌아보니 울퉁불퉁한 암능이 송곳산을 끝으로 동해로 곤두박질한다. 머리에 스카프 묶은 극성 깡다구 장년 부인이 왼쪽 머리에 야생화를 꽂고 반바지 마저 말아 올린 체 집행부의 선두 양군을 제치고 맨 앞에서 올라온다.
저마다 성격대로 특색 있는 몸가짐과 얼굴로 올라오는데 젊은 사람일수록 익살스러운 포즈와 표정으로 카메라 앞을 지나친다. 구충제와 지혈제로 쓰는 양치식물인 고사리과에 속하는'관중'이 오른편 비탈에 군락을 이루고 그 특색 있는 파란 잎으로 제 모습을 자랑한다.
8시20분, 건오징어를 매달아 놓은 두 번째 휴게소에서 선두 그룹이 휴식을 취하며 목을 축인 뒤 다시 출발한다. 주변의 바람소리, 새소리, 매미소리를 들으며 몇 사람을 젖히고 앞으로 나가는데 내 앞의 R 이사가 이어폰을 두 귀 안에 끼운 체 걸어 가고 있다.
큰소리로
"R여사, 이 좋은 새소리, 바람소리 안 듣고 지겨운 기계소리만 들어요!"
했더니
"아! 네-"
하며 이어폰을 뽑는다.
이젠 계속적으로 S자로 꺾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천연기념물 제189호인 원시림 군락속의 너도밤나무,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등이 울울 창창 서 있는데 9시,[바람골]이란 팻말이 서 있는 능선 위의 휴게소에 올라선다.
이름 그대로의 바람골인가, 시원한 바람이 숨이 턱에 닿도록 강하게 불어오는데 뒤편에서
"이 맛에 산을 타는 기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이 싱그러운 바람 속에 전신을 맡기고 심호흡을 한다. 선두 그룹이 다시 움직여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경사지의 등산로가 10여분 이어진다.
9시25분,[나리분지, 성인봉]갈림길 팻말 앞에 도착한다.
주변을 촬영하다 바위 사이로 올라간다. 한반도 전역에서는 이미 소멸되고 울릉도에서도 점차 소멸 중에 있어 환경부에서 특정 야생곤충 제24호로 지정한 '톱사슴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나도 성인봉을 오르겠다며 머리에 톱날 같은 크다란 두 뿔을 단체, 바위 아래 떨어진 흙을 타고 기를 쓰며 오르다가 미끄러지곤 하는걸 촬영하는데 뒤따라 올라오는 등산객들에게 밀려 성인봉 바위 위에 오른다.
그리고 곧 그 곤충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주지 못한걸 후회한다. 울퉁불퉁한 모가 없는 자연석 더미 속에 [聖人峰 984m]라고 음각한 정상비가 서 있는데 그걸 배경으로 많은 등산객들이 기념촬영 한다고 북새통을 이룬다.
먼저 올라온 안경 낀 R회원이
"저쪽, 전망대에 가면 촬영하기 기똥찬 곳이 있습니다."
고 알려준다.
그 주변은 짙은 산죽이 밀생, 길이 제되로 보이지 않아 두리번 거리다 11시 방향으로 희미한 자국이 보여 산죽을 헤집고 들어간다.
그러나 어두운 시야에 들어 난 것은 거대한 복숭아가 희멀건 속살을 들어 낸 채 내 앞을 가로막아 화들짝! 놀라, 질겁하여 뒷걸음쳐 되돌아 나온다. 아무리 급하기로 서니 그래도 명색이 聖人峰 정상인데 하필이면 그 곳에서 일을 본단 말인가! 아니면 보초라도 세워놓고 보든가.
그런 황당 속에 다시 주변을 살피는데 12시 방향의 산죽 속에서 두 얼굴이 나타나 그 쪽으로 스쳐 내려간다. 한 평 정도의 공간에 통나무로 울타리가 쳐 있고 멀리 수평선에서 이어 오른 송곳산을 시발로 암봉이 연이어져 형제봉으로 연결되고, 코밑으로 나리분지의 귀퉁이가 조용히 누워 있는 게 한 눈에 들어온다.
뒤편에서 상봉식을 하는지 야호 삼창이 들려와, 바쁘게 상처투성이의 카메라 케이스를 끄집어내어 풍광 촬영을 하고 나를 넣어 기념촬영하기 위해 막 아가씨들을 촬영해주고 자기 라이카 카메라를 조작하는 20대 젊은이에게 한 커트 부탁한다.
그러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삼각대를 설치하며 자기 준비만 한다. 마침 한 아가씨가 카메라를 들고 내려오기에 부탁하여 바쁘게 촬영 받고 다시 정상 비에 오른다. 이미 선두는 하산하고 9시45분, 중간 그룹에 끼여 하산 길로 접어든다.
[나리분지]방향표시의 오른쪽으로 내려가는데 통나무 계단과 비탈에 로프가 쳐져 있다. 약7분 뒤, 샘터를 거쳐, 다시 통나무 계단과 로프를 걸쳐놓은 등산로를 따라 제법 가파른 내리막을 10여분 내려가니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이 나타난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계속 내려간다. 오른편으로 관중 군락지가 다시 나타나고 10시35분, 석축을 쌓아 돔을 만들어 돌구멍에서 생수가 나오는 쉼터에 도착한다.
10여분간 휴식을 취하고 여기서부터 소형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등산로 아닌 차도가 계속되고 곧 나리분지에 들어선다. 저만큼 전시용 [투막집]이 나타나고 그 뒤 마당에 천궁을 재배하기 위한 스프링클러가 부지런히 물을 뿜는, 현대와 중세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 속에 송곳산이 꼿꼿이 선 채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왼편으로 울릉 국화와 어울려 고요한 밤중에 짙은 향을 백리 까지 뿜는다는 천연기념물 제52호인 [섬백리향]이 우거진 곳을 지나쳐 오른편으로 [칠지송]이 기묘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걸 촬영한다. 계속 오가는 소형 차량들이 매연과 먼지를 일으켜 자연을 파손시키고 있어 즐거운 내 표정은 금새 일그러진다.
또 다른 투막집을 거쳐 [너와 집]앞에 많은 회원이 앉아있는 곳에서 다리가 아프다고 주저 앉아있는 B여사. 삼능침으로 응급치료 해주고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라 가다 분지의 오르막을 오른다.
[나리분지]를 벗어나 내리막길에 암벽과 천궁 밭과 화려한 오렌지 색깔로 곱게 단장해 있는 참나리를 촬영한다. 유람선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푸른 바다를 지척에서 내려다 보다 왼편으로 다시 우뚝 솟은 송곳산을 바라본다.
천부국민학교 앞을 거쳐 천부리 해안에 도착한 것이 12시45분. 도동을 출발하여 5시간30분이 걸린 샘이다. 응급처치를 받았든 B여사가 건네주는 시원한 캔 맥주로 목을 축인다. 50대 부부회원이 식당에서 생선회 밥을 시켜먹다 버스가 출발한다는 소리에 미쳐 다 먹지 못하고 나와 버스에 오른다.
흔들리는 복잡한 차내에서 그 50대 남자가 이유 있는 불만을 터뜨린다. 죽암을 지나쳐 왼편으로 삼선암등 절경을 바라보며 암벽 터널과 [관선터널]을 거쳐 10여분만에 [섬목]에 도착한다. 선박을 기다리는 동안 비상하는 갈매기와 화산 폭발로 단층을 이룬 암벽등 주변의 절경을 촬영하고, 가게 안방 봉창을 통해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컵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잠시 신선이 된다.
14시35분, 승선. 죽도를 거쳐 15시20분 저동에 도착. 100년이 넘었다는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봉래폭포]관광 희망자 10여명만이 별도로 출발하는데 빼어난 경관 촬영을 너무 많이 했나, 캠코더의 전원이 고갈직전.
햇살을 받으며 올라가는 코스가 너무 덥고 지루하고 힘든데 간신히 막걸리 병이 들어 있는 천연 에어컨과 큰 낙차를 자랑하는 [봉래폭포]만 숏커트로 간신히 촬영한다.
입장료 값을 하는지 잘 관리된 수목과 제반 시설. 특히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음용수가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도보로 왕복 한시간 반 정도의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니 도동 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한 대 뿐이고 승객은 장사진.
R이사의 제의로 다시 도보로 꼬불 꼬불한 저동재를 넘어 주변 경관을 즐기며 숙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우선, 찌든 땀과 먼지를 씻기 위해 목욕탕을 찾는다.
8월1일, 맑음. 5시20분 기상. 이른 아침, 울릉도에서의 동해 일출을 보기 위해 도동항으로 나간다. 마침 B여사도 동행. 오징어 잡이 배가 몇 척 접안 해 있으나 아주머니들의 수조통에는 겨우 예닐곱 마리가 놀고 있을 뿐이다. 오른편 암벽 밑으로 산책로가 나 있는걸 발견하고 그 길을 따라 간다. 현무암 단애를 구비 구비 돌아가는 암반 산책로. 그 아래에 아기 손등 만한 게들이 꼬무락거리고 갈매기가 비상한다.
부지런한 관광객들과 낚시꾼들이 아침 일찍 여가를 즐기고 있는가 하면 가끔 높은 파도가 암반 위 까지 덮쳐 올라 와 산책객들을 놀라게 한다. 멀리 수평선 위의 하얀 구름이 진홍빛으로 노을져 있고 일출은 구름 때문에 제되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 6시30분, 숙소에 돌아온다. 그리고 집행부에서 준비한 푸짐한 오징어회를 찬으로 아침을 포식한다.
8시25분, 유람선 울릉도 일주 관광을 위해 도동항으로 몰려 나간다. 9시 출발인데 8시45분 경, 세 유람선 중 H호에 승선 한다. 주변경관을 보기 위해 선실 밖으로 나가니 선장 양반이 우락 부락한 목소리로 선실 안으로 안 들어가면 출항할 수 없다고 위압적으로 나온다.
이층 선실 내는 '정원 37명'이라 붙여 놓았고, 어차피 항 외로 나가면 모두 경치를 보기 위해 선실 밖으로 나오기 마련인데 왜 항 내를 빠져나갈 동안만 선실 안에 있어야 하는가. 그래서 혼자 말로
"이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 입법 단계에서 부터 지켜질 수 있는 법을 만들지 않고, 집행단계에서는 적당히 넘어가기 때문인데, 지금 이 배도 정원이 있겠지만 나중엔 정원이 훨씬 초과될 거요."
했더니 선장이 대뜸 입회 경찰관과 수금원을 불러
"지금 몇 명 탔어!"
하면서 승선 인원을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저 경찰관이 그냥 형식으로 있는 게 아닙니다!"
하며 흥분한다.
한데 정원이 다 되었는지 더 태우지 않고 이미 승선한 다른 팀 중에 그 일행이 모두 타지 못해 한동안 옥신각신하며 출항하지 못한다. 결국 인원이 많은 그 팀은 하선하고 인원이 적은 다른 팀이 승선하는 소동 끝에 9시9분, 관광객도 선실밖에 둔 채 바쁘게 출항한다.
오른쪽으로 [망향봉]을 쳐다보며, 유람선은 푸른 물결을 가르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전속으로 달린다. [수뢰바위], 가두봉 등대를 돌아 거북바위를 지나치며 먼저 출발한 유람선 한 척을 추월한다.
벌써 B이사 부인이 선실 안에서 멀미를 한다.'통구미'향나무 자생지를 지나, 신라 지증왕 13년, 이사부가 나무사자를 앞세워 이 우산국을 점령하였다는 전설을 간직한 '남양'의[사자바위]. 그 당시 우해왕이 항복하며 벗어 던진 투구가 바위가 되었다는[투구바위]. 그리고 곰바위, 울릉등대를 돌아 어저께 본 송곳산과 거대한 코끼리 형상인[공암]에서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편의를 위해 7,8분간 정선을 한다.
선장은 조타를 항해사?에게 맡기고 마이크를 잡고 주변경관에 대해 설명한다. 다시 달리는 유람선. 어저께 하산 했든 천부리를 오른쪽으로 바라보다가 얼마 후 [일선암][삼선암]에서 기념촬영 하라고 다시 정선한다.
"출발합시다!"
는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전속으로 달린다.
유람선끼리의 추월 경쟁, 어서 가자는 관광객의 독촉이 죽이 맞는데 여기서도 우리 나라 사람의 병폐인
"빨리! 빨리!"
의 조급병을 부끄러움 없이 까발리고 있다. 오른편으로 죽도를 바라보다 저동 앞 바다의 북저바위와 촛대바위를 주마간산으로 구경하며 11시10분, 도동항에 입항한다. 3시
간 관광코스가 2시간으로 끝난 셈이다.
민빅 집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끝내고 멀미한 B이사 부인을 수지침으로 치료해주니 건강을 자랑하든 그 깡다구 부인도 눈과 전신이 아프다며 침을 놓아 달라 한다. 뒤따라 관자놀이가 경련 하는 회장 부인과 B여사도 침 놓아 달라고 부탁해 모두 좌침 해 준다.
느긋한 시간에 민박집에서 호박엿과 오징어를 위탁 판매하는걸 덩달아 기념품으로 두어 개 산다. 당초 오후 시간은 유람선으로 죽도관광을 하게 되어 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영'으로 해수욕 하러간다고 14시, 숙소를 나선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대가 고장나서 장시간 기다려야할 형편. 성질 급한 사람들은 도동항 쪽으로 내려가고 그래도 조금은 느긋한 23명은 장사진 속의 동심이 되어 B여사의'손금보기'등으로 박장대소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시간 넘게 기다려 15시25분, 버스에 올라 꽈배기처럼 뒤틀며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망향봉 산줄기를 넘어 콘크리트로 포장한 2차선 도로. 왼편으로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해안선과 그 주변을 구경하며 달리다가 [통구미]에서 하차한다.
현무암으로 일구어낸 자연의 조화와 예술품인 통구미터널, 남통터널, 남양터널 등을 도보로 통과하며 그 절경에 탄성을 연발, 느긋하게 바다와 기암절벽에 흠뻑 젖어 주변을 정신없이 촬영하는데 암벽 틈새에 핀 참나리와 분재처럼 꼬부라진 해송이 유달리 시선을 끈다.
16시30분, 남양 골계마을 해변 도착. 매끄러운 자갈밭에 하얀 파도가 쏴 -쏴-하며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의 자갈들이 굴러가는 자글거리는 소리는 이 세상의 그 어느 명기로도 재현 할 수 없는 신비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집행부 양군이 나에게 의미 있는 눈짓을 보낸다. 그리고 총무 아가씨를 유인하여 파도쳐 오는 해변으로 이끌어 가다 그만 밀려오는 하얀 파도 속으로 끌어 넣어 버린다. 이것이 시발이 되어 4,5명의 아가씨들을 차례로 비명 지르게 한다.
이에 발분한 아가씨 2,3명이 작당하여 양군을 파도 속에 쓰러뜨리려 하지만 역부족하여 발버둥치는데 이 모든 장면을 캠코더에 잡아넣으며 희희낙락하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한다.
한데, B여사가 어느 틈에 의분심에 그기에 합세하여 양군을 공격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러나 약1분간의 격렬한 실랑이 끝에 B여사의 150만원 짜리 '라도'손목시계 줄이 풀려 파도 속으로 행방불명. 10여분을 마을 청년까지 동원하여 수색하였으나 파도만 더욱 거세게 쳐올 뿐이다.
18시36분, 단체 기념 촬영 후 가볍지 못한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온다. 새로 들어오는 민박자를 위해 방안에 둔 배낭들을 마당으로 옮겨놓는다. 저녁식사는 각자 해결.
일년 중 2/3가 일기불순이라는 울릉도, 우리는 운이 좋았나 보다. 출발시간까지 3시간의 여유를 숙소의 창고 옥상, 시원한 전망대 소파에서 느긋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올라가니 울릉도 토박인 민박집 주인인 파출소 소장님이 앉아 있다.
한 점 공해 없는 이 천연도서를 주민들이 당장의 수입만 생각, 개발만 하지 말고 시야를 멀리 보고 잘 가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금 빨리 여기 있는 사람만이라도 선착장으로 배낭을 옮기자는 다급한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온다. 선착순으로 승선시키기 때문에 서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배낭을 메고, 들고 선착장으로 나간다. 이미 10여m 줄지어 사람과 배낭이 겹쳐 놓여 있고 그기에 어울려 퍼질고 앉는다. 재잘거리는 젊은이들 속에 반시간 가까이 어울리다 배낭에서 워크맨을 끄집어내어 이어폰을 귀에 꼽고 감미로운 비발디의 '4계 중 여름'편을 듣는다. 부드러운 현악 4중주의 선율을 밤하늘의 외등아래, 왁작찌글 번잡한 주변을 보면서 들으니 묘한 불균형에 색다른 기분을 자아낸다.
22시15분 경, 1등실 배표를 배부 받고 승선. 모두 마루로 된 이등 실로 간다. 야간 항해는 아예 마루에서 큰 대자로 잠들어 버리는 게 편하다는 생각인데 선박회사에서 단체손님에게는 2등표와 1등표를 반반씩 팔아 집행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모두 1등 표를 샀다는 것. 2등실이 초만원이 되고 개인 의자인 1등 실이 비자, 안내원들이 검표하며 자리를 옮겨달라고 한다.
이런 소동 속에 비싼 1등표를 갖고 싼 2등석에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벌어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캔 맥주로 무사산행을 자축하고 한쪽엔 또 고 스톱 판, 다른 쪽엔 취중 잡담. 그 가장자리에서 머리를 통로 쪽에 두고 두 다리를 겨우 뻗고 잠을 청한다.
8월2일, 맑음. 두어 번 잠이 깨였다가 진작 자리에서 일어난 건 5시10분. 계속 돌아가는 엔진소리에 냉방기도 정상가동. 하지만 선실 안 풍경과 화장실은 말씀이 아니다.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소금끼로 끈끈한 선미 갑판으로 나와 시원한 해풍 속에 잠시 황금빛 노을의 수평선과 거대한 둥근 주황빛 태양과 부서지는 황금빛 파도를 촬영한다.
지난 3일간 아름다운 경관에 정신없이 촬영하느라 캠코더 테이프가 고갈 직전이 되었고 카메라 필름도 이미 동이 났다. 7시10분, 선박이 영일만에 들어서고 저만큼 포항이 보이는 지점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옆으로 날아오더니 마치 우리 배를 에스코트하듯, 조용히 앞장서 항 내를 향해 날아가는걸 촬영하는데 시간을 잰 듯이 테이프가 끝이 난다.
울릉도에서 두 사람이 개인사정으로 먼저 출발하고, 두 번째로 포항에서 부산대학 팀 등 7,8명이 이탈, 나머지 약40명이 3일전의 그 관광버스로 감포 해수욕장으로 달린다.
아직 물이 차가운 대왕암이 보이는 해변에 텐트를 치고 버너에 불을 피워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 다시 밀려오는 파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짓궂은 집행부 양군.
아가씨들이 집단으로 포위하여 파도 속으로 넣어 버린다. 급기야 기왕에 버린 옷, 아가씨들까지 동조하여 집행부 4,50대 이사들과 그 밖의 부인네들까지. 그리고 설마하니 했든 작은 몸집의 회장님을 달랑 들어 파도 속으로 던져버려 3박4일,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흠뻑 적셨든 울릉도 관광 산행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낌새를 챈 임 대장은 싱긋이 웃으며 백사장 뒤쪽으로 슬금슬금 사라지고. 한데 이런 멋진 대미의 추억거리를 카메라와 캠코더에 담지 못하는 자신은 먼발치의 천막아래에서 빙긋이 즐기면서 촬영 스케줄 배정과 그에 따른 준비를 제대로 못한걸 후회한다.
귀로의 시원한 버스 안에서 무심한 등산화에 무수히 짓밟혀 죽는 이름 모를 까만 곤충들, 성인봉 정상 이마에서 악착같이 오르는 톱사슴 벌레와 밀생한 산죽 속에서 막 부닥친 거대한 복숭아 속살, 남영 자갈밭 해변의 신비한 파도의 속삭임 등을 회상하며 오른편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감은사지'의 듬직한 국보, 두 석탑을 바라본다.
사람은 자연에 동화되어 천진스러워지고, 그 천진스러움 속에 즐거움이 배여 나고, 그 즐거움 속에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그 여유 속에 우리들은 건강하고 그게 바로 행복스러운 삶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자연은 공생 속에 환경에 순응하고 그 종족을 번성 시켜 나간다. 그래서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산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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