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판타지 노트> 6주차 강의
번호 : 69
글쓴이 : 모모랑
날짜 : 2000-10-29 오후 5:42:35 조회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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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 D01409
주차 06
제목 에테아호프만의 환상문학
강의개요 호프만의 작품 <모래사나이>와 <호두까기인형>을 읽고 호프만의 낭만주의적인 환상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
다.
참고도서 에테아호프만: 모래사나이,호두까기인형
프로이트:프로이트의문학예술이론(민음사)등
제 6,7 강의록 : 호프만의 양립적 존재 - 현실과 환상
들어가면서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E.T.A.Hoffmann)은 문학사적으로 볼 때 낭만주의와 리얼 리즘 경계선상에 서 있는 독특한 작가이다(조금은 낭만주의에 치우친). 그의 기괴한 작품들은 독일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프랑스 등 유럽에 많이 알려져 독일작가 중에서 몇 안되는 세계화된 작가였다. 특히 보들레르, 포우,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를 매우 존경했다. 앞 이론 강의록에서 본 바와 같이 환상문학이라는 명칭도 프랑스에서 바로 호프만의 작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성되었다. 호프만의 작품은 문학사에 있어서 환상문학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으며,. 20세기 초현실주
의자, 카프카, 쿠빈 , 마이링크, 호프만 스탈 그리고 화가 클레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범한 일상의 표면 밑에서 마적이고 괴기하고 초감각적인 것이 튀어나오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호프만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I. 호프만은 누구인가?
관료와 예술가 - 작곡가, 화가, 작가 그리고 술고래. 호프만은 환각이 일어날 정도로 마셔댔다. "
내 모든 신경은 술로 마비되고, 죽음에 대한 예감.. 이중인간의 발작이 일어난다."고 그의 일기에 쓰여있다. 그는 정말로 환상력을 얻기 위해 술을 마셨고, 눈앞에서 망상, 유령, 요괴들이 어두운 방안에서 나 뒹굴고, 자신도 자신의 분신과 마주 서서 은밀하고도 두려운 대화를 나누게 될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러나 그는 냉철해지고 자신의 오성이 환상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글을 썼다. 악몽의 잔재가 그의 이야기 속에는 남아 서 섬뜩함과 비현실이 그의 형상세계에 녹아들어 있다.
그는 1776년 1월 24일 쾨니스베르그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Ernst Theodor Wilhelm이었는데, 모차르트를 존경한 나머지 Wilhelm을 Amdeus로 바꿨다.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로 별난 성격의 술고래였다. 그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히스테리 적이고 광신적인 어머니와 이혼을 했고 호프만은 어머니를 따라갔다. 그들은 할머니 집에서 살았다. 아주 커다란 집이었는데 맨 위층에서는 미친 사람의 광기 어린 소리가 들르곤 했다. 그의 삼촌은 현학적인 법률가였는데 그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었고 그는 13세에 이미 작곡을 했다. 1792년 16세에 법률공부를 시작하여 1795년 사법관 시보 시험을 통과하여 쾨니스베르그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1798년 민나와 약혼하고 장인 덕으로 프로이센의 베를린으로 옮겨온다. 여기서 그는 새로운 세계를 펼칠 꿈을 꾸면서 연극관람을 하고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1800년 배석판사에 합격하여 지금의 폴란드 포젠으로 온다.
민나와 파혼하고 마리아와 결혼하는데, 그녀는 착하고 따뜻한 여인으로 20년간 냉정하고 담담하며 단순하게 그를 보필했다. 1802년 포젠의 사교계를 풍자하고 희화화한 그림으로 스캔들을 일으켜 좌천된다. 그후 빈곤과 싸우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바르사바로 가지만, 프랑스 점령 하
에서 프로이센 관료인 호프만은 그곳을 떠나야 했다. 베를린으로 온 그는 그림을 그려 팔고 작곡을 해서 출판하려고 했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1808년 밤베르그 극장의 음악 지휘자를 맡게 되지만 1년 뒤 극장은 도산한다. 그는 이곳에 머물면서 커다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작가가 되고자 한다. 이즈음 "판타지작품"들 이 쓰여지고 오페라" 운디네"가 쓰여진다.
1812년 드레스덴 교회 악단장으로 초빙되자 밤베르그를 떠난다. 1814년 베를린 법무 관직으로 컴백한 뒤 낮에는 관료로서 밤에는 작가로서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1814년부터 1816년까지 쓰여진 작품들을 모은 밤의 이야기( Nachtstuecke)가 출간되는데 " 모래사나이(Der Sandmann)"
(1815) ,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 Nussknacker und Mauskoenig)(1816) 이 여기에 속한다.
1822년 6월 25일 사망하며, 베를린 예루살렘 교회 묘지에 묻힌다.
II. 모래사나이
이 소설은 서간체형식으로 쓰여졌는데, 젊은 학생 나타나엘이 약혼자의 오빠 로타에게 쓴 기이한 편지로 시작된다. 편지인즉슨 나타나엘이 청우계등 여러 지 물건을 팔러 온 남자를 그냥 내몰아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와의 만남이 왜 그렇게 두렵고, 무섭고 그리고 이상야릇한 것 이었는 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기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다. 애들을 싫어하는 변호사 코펠리우스는 때때로 집으로 방문해서 점심을 함께 먹기도 했는데, 그는 정규적으로 밤에 아버지를 방문해서 이상한 화학실험을 했다. 결국 아버지는 실험도중 폭발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러나 이 변호사 코펠리우스는 어린 나타나엘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왜냐하면 그가 방문하기 전에 엄마는 항상 애들을 자러가라고 독촉하며 내몰았기 때문이다. " 얘들아, 어서 자러가라, 어서, 모래사나이가 온단다."라고 엄마는 말했다. 도대체 모래사나이가 누구냐는
질문에 유모는 " 그 사람은 아주 사악한 사람이란다. 애들이 자러가지 않으면 애들한테 와서는 누에다가 한줌의 모래를 뿌려서 눈에서 피가 나고 빠지게 해서는 망태기에 넣어 가지고는 반달로 자기애들 먹이를 주기 위해서 간단다. 그 애들은 거기 새둥지에 앉아 있는데, 인간아이들 눈을 쪼
아먹기 위해서 부엉이같이 뾰족한 주둥이를 하고 있단다. " 어린 나타나엘은 밤에 코펠리우스가 계단 올라오는 소리를 들을 때면 코펠리우스야 말로 바로 이 무서운 모래사나이란 생각이 너무나도 두렵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스쳐지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모래사나이는 더 이상 눈을 파가는 귀신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괴로움과 고통 그리고 파멸을 불러오는 추악한 요괴귀신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그 변호사와의 은밀한 행각에 대해서 상상의 나래를 폈던 것이다. 코펠리우스와 아버지와의 악마적인 연대는 아버지 사망과 함께 사라졌다. 코펠리우스도 사라져버렸다.
이제 성인이 된 나타나엘이 놀라워 한 것은 바로 그 청우계장사가 다름 아닌 코펠리우스였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 볼 수도 있다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이 코펠리우스의 얼굴이 새겨져있기에 잘못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경장사는 자기 이름을 코폴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타나엘이
실수로 그 편지를 약혼자 클라라에게 보냈는데, 그녀는 답장에서 그 모든 것은 나타나엘의 망상이었을 뿐이라는 실제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아주 평범하고 명백한 일이 모래사나이 이야기로 가득한 어린아이 판타지가 작동하여 기이하고 모험적인 사건으로 이질화된 것이라고 일축
해 버렸다. 그녀는 모든 신비스러운 공상탐닉을 부정하며 약혼자를 다시 밝고 오성적인 세계로 되돌리려고 애썼다. 나타나엘도 마지막 편지에서 로타와 클라라의 이의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이 모든 현상은 자기 내면 속에서 일어난 망상일 뿐 그가 그것을 인식하게 되면 산산이 부서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클라라편지는 아주 무섭고 파멸적으로 서먹 서먹 해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인형 올림피아와 괴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관계로 나타난다. 그는 자기 방에서 이
웃집 방에 있는 입상을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강렬하게 바라보고 잇는 지 모르겠다고 로타에게 편지를 쓴다. 그는 자기 이웃인 물리학교수 스팔란자니가 안경전문가 코폴라의 도움을 받아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운 여자 자동인형을 만든 것을 몰랐다. 그는 모임에서 딸 올림피아라
고 소개를 받았는데, 그녀가 자동 인형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는 " 그녀는 천사와도 같은 얼굴을 한 아름다운 여인인데 다만 눈이 뭔가 경직되고 죽은 것 같으며 어떤 시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고 했다. 그는 자기가 정신착란증세인 것 같으며 여전히 클라라를 사랑한다고 했다. 이후 다시 둘은 가까워지지만 시에 대해 논쟁하다가 클라라에게 그만 " 생기도 없고 바보 같은 인형"라고 말한다. 이 말은 바로 올림피아에게 더욱 적확했을 터인데...나타나엘은 클라와 로타에게 백반 사죄하고 용서를 빌지만 여전히 그가 이 마적인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으며 이것이 자신을 파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코폴라에게서 망원경을 샀으며, 그것을 통해서 올림피아 더욱 유혹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망원경을 통해서 올림피아는 감정이 살아있고 그를 동경에 차 바라보고 있는 형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차가운 입술, 뻣뻣한 걸음걸이 그리고 아-아-아 밖에는 할 줄 모르는 어휘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엘의 불타는 사랑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코폴라와 스팔란자니가 서로 다투는 도중 올림피아의 눈은 단지 코폴라가 유리로 만든 것이며, 올림피아는 죽은 밀랍인형으로 톱니바퀴와 풀무기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나타나엘은 완전히 미쳐서 스팔란자니를 죽이려하자 사람들이 말려서 정신병원으로 보냈던 것이
다. 다시 클라라의 간호를 받고 다시 새로운 삶은 찾은 듯했지만 ... 둘이 산책을 하다가 시청 탑에 올라갔을 때 사건이 터졌던 것이다. 갑자기 저 멀리 코펠리우스가 나타났던 것이다. 나타나엘이 그의 도펠갱어인 코폴라에게서 산 망원경을 잡아서는 코펠리우스라는 형상으로 나타난 자신의 역겨움을 겨냥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망원경 앞에 라라가 나타나고 나타나엘은 마치 청천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맞은 듯 뻣뻣이 굳어지더니 쫓기는 동물인양 포효한다. 클라라를 탑아래로 밀치는 등 통제되지 않은 그의 돌발 행태는 극에 달한다. 로타가 겨우 누이를 구하는 사이 나타나
엘은 탑 복도로 가서 코펠리우스를 보자 난간을 훌쩍 넘어서 수많은 군중 발 아래로 뛰어 내린다. 나타나엘은 머리가 깨어진 채 돌 바닥에 누워있고, 코펠리우스는 무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모든 사건이 지난 뒤 클라라는 내면이 갈기갈기 찢겨진 나타나엘은 결코 줄 수 없었던 가정적인 행복을 얻었다는 해설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III.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임금
위생국 참사인 슈탈바움씨댁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아이들은 하루종일 가운데 방에 들어 갈 수 없다. 더욱이 호화롭게 장식된 옆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프릿츠와 일곱살난 마리는 뒷방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까 한창 공상에 부푼다. 프릿츠는 벌써 대부아저씨 드로
셀마이어가 선물상자를 들고 온 것을 보았다고 했다. 고등법원 판사인 드로셀마이어씨는 전혀 멋있는 아저씨는 아니었다. 키는 작고 마르고 얼굴에는 주름살투성인데다가 오른쪽 눈에는 검은 안대를 했다. 머리카락도없어서 유리로 정교하게 만든 가발을 쓰고 다녔다. 아저씨는 시계에 대해서
는 전문가이어서 시계를 만들거나 고칠 수 있었다. 드디어 저녁때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너무나 아름답게 꾸며진 방을 보고 기뻐한다. 그리고 드로셀마이어아저씨 선물을 보았다. 꽃들이 피어 있는 잔디 위에 많은 집들과 탑이 있는 성의 모형이었는데 작은 창문을 열면 예쁜 인형들이 들락거렸고, 풀밭 위에서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인형도 있었다. 종소리도 울리고 많은 신사 숙녀들이 성안의 여러 방들에서 왔다 갔다 산책하고 있었으며, 가운데 홀에서는 짧은 조끼와 치마를 입은 아이들이 종소리에 맞춰서 춤을 주고 있었다. 프릿츠는 너무나 기뻐한 나머지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했지만, 성 장난감은 그가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프릿츠는 점점 같은 움직임만을 반복하는 장난감에 싫증이 났다. 마리는 선물탁자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탁자 위에는 아주 이상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릿츠의 기병들이 떠난 자리 뒤에서 조용하고 수줍어하며 작은 남자 인형이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건장한 상체는 가느다란 하체와는 어울리지 않았으며, 머리는 너무 컸다. 그는 자주 빛의 번쩍거리는 기병대 상의를 입고 있었고 달라붙는 바지에 멋진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어울리지 않는 좁은 망토를 걸치고 산사람 모자를 쓰고 있
었다. 드로셀마이어 아저씨와 조금 닮은 점이 있었다. 아버지는 이 호두까기인형은 모두의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우스꽝스러운 망토를 들어올리자 인형은 입을 크게 벌려 가지런한 이빨을 들어냈다. 프릿츠는 커다란 호두만을 골라 너무나 우악스럽게 인형을 다루었기에 벌써 이빨을 세개
부러뜨렸다. 아버지는 프릿츠를 나무라며 호두까기인형을 잘 돌보라고 마리에게 맡겼다. 어린 마리에게 왜그리 못생긴 호두까기인형을 그렇게 예뻐하느냐는 드로셀마이어아저씨 질문에 마리는 아저씨보다 잘생겼다고 퉁명스레 말한다.
밤이 깊어지자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마리는 성탄절 선물들과 인형들로 가득한 유리장을 떠나지 않았다. 혼자 남은 마리는 호두까기인형에게 자기가 자라 돌보아줄 것이며 부러진 이는 아저씨에게 고쳐달라고 할 것이라고 속삭였다. 호두까기인형을 유리장에 넣고 있는데 커다란 괘종 시계가 밤 12시를 알리자 주위가 소란해진다. 여기저기서 생앙쥐가 많이 나오고 이것을 본 장난감과 과자들이 생쥐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생쥐의 대군이 습격해 와서 장난감 병정들과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호두까기인형이 장난감 병정들의 대장이 되어 일사분전하지만 생쥐의 대군에 밀리기만 하고 마침내 부상을 입은 호두까기인형이 위험하게 되자 곁에서 보고 있던 마리는 자기도 모르게 생쥐대왕에게 구두를 던지고는 쓰러진다.
마리가 마치 죽음과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자 의사선생님과 온 식구가 마리 곁에 앉아 있었다. 마리는 여전히 기병대 이야기와 생쥐 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마리가 아파서 별 이상한 소리를 다한다고 일축해 버린다. 간밤에 부엉이귀신처럼 변해 생쥐들을 불러낸 아저씨를 원망하는 마리에게 드로셀마이어는 피릴리팟공주, 마녀 생쥐여왕 그리고 시계공의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임금이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잔치를 베풀고자 했다. 그런데 궁전 지하에 살고 있던 생쥐여왕이 음식을 나눠먹고 싶다해서 왕비가 마지못해 허락하자 그만 음식이 많이 모자라게 되었다.
임금은 화가 나서 시계공에게 생쥐를 모두 잡으라고 명령했고, 생쥐여왕은 많은 가족을 잃게 되었다. 복수에 불탄 생쥐여왕은 예쁜 공주의 얼굴을 괴물처럼 만들어 놓았다. 임금은 시계공에게 공주의 얼굴을 원상 회복시키라고 명령했고, 백방으로 알아보던 시계공은 천문학자 친구와 수많은 책을 뒤지고 별자리를 관찰해서 공주가 특별한 호두를 먹으면 다시 예쁜 얼굴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방법은 평생 수염을 깍지 않은 긴 장화를 신은 청년이 이빨로 호두를 깨어서 공주에게 건네주어야 했다. 호두와 청년을 찾아 15년을 돌아 다녀겄만 허사였던 시계공은 고향으로 돌아와 조카 집을 찾았다. 얘기를 들은 조카는 기뻐하며 자기가 그 호두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계공은 임금님께 호두를 받치고 호두를 잘 까는 조카를 데리고 갔다. 공주는 먼발치에서 마음이 설레어 " 저분이 호두를 깬다면 저분에게 시집을 가겠어"라고 다짐을 했다. 조카가
그 단단한 호두를 깨서 공주에게 건네주자 공주의 얼굴은 다시 아름다워 졌는데, 호두를 건네준 조카가 뒤로 물러나다가 생쥐여왕을 밟게 되어서 넘어져 그만 못생긴 괴물로 변하게 되었다. 공주는 호두까기로 변한 시계공 조카가 너무 흉측스럽게 되자 마음이 변해서 그를 내쫓아 버렸다.
호두까기로 변한 조카가 제 모습을 찾으려면 우선 생쥐여왕의 일곱개 머리가 달린 생쥐를 죽어야 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드로셀마이어아저씨는 호두까기인형이 못나게 된 경위를 이야기 해주었다.
마리가 1주일이 지나서야 침대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 마리는 호두까기인형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드로셀마이어아저씨가 시계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아저씨에게 마리는 자기가 본 전쟁 이야기를 했고 엄마와 언니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웃기 만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 생쥐왕이 호
두까기를 괴롭힌단다. 그리고 너만이 호두까기를 도와줄 수 있단다."고 했다. 어느 날밤 마리는 어디선가 찍찍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일곱 머리를 한 생쥐 왕이 마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네 아끼는 물건을 가질 것이다. 싫다면 호두까기를 먹어버릴 것이다." 하고는 사라졌다. 며칠 뒤 다시 그가 찾아와 인형과자를 마구 먹어치웠다. 마리는 호두까기인형을 위해서라면 ... 하며 울면서 참았다. 아빠와 엄마는 다음날 아침 마리 방에서 쥐에게 물어뜯긴 물건을 보고 놀랬다.
다시 마리가 거실에 혼자 있게 되자 유리장으로 다가가 호두까기인형에게 흐느끼면서 말했다. "사랑하는 드로셀마이어 이 가련한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까?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생쥐 왕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결국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게되고 너를 잡아먹을
텐데..." 마리는 언제부터인가 호두까기가 드로셀마이어아저씨의 조카라고 생각되자 품에 안지도 입을 맞추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젯밤 전쟁에서 얻는 가슴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자, 갑자기 호두까기인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을 달라고는 다시 뻣뻣해륵다. 마리는 프리츠에게 부탁을
했고, 당장에 기병대의 칼중에서 가장 좋은 칼을 가져다가 호두까기인형 허리에 채워 주었다. 다음날 밤 마리는 거실에서의 소음으로 잠들 수가 없었다. 잠시뒤 방 문이 열리고 호두까기인형이 들어와 승전보와 함께 생쥐 왕의 왕관을 마리에게 바쳤다. 그리고는 마리에게 멋있는 곳을 보여
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호두까기인형이 앞장을 서고 마리가 뒤따라가는데 복도 끝에 있는 거대한 옷장 앞으로 갔다.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던 장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다. 아버지의 모피 옷깃을 잡고는 소매를 따라 내려가자 어느새 아름답고 향기로 가득한 초원이 펼쳐졌다. 인형 왕국
에 온 것이다. 마리와 왕자는 거룻배를 타고 과자의 나라에 도착한다. 모래톱은 모두가 설탕이고 나라 전체는 과자로 되어있다. 두 사람은 과자의 성으로 들어가 마리를 환영하는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호두까기인형은 마리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필릴리팟 공주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왈츠에 맞춰 모두들 춤을 추고 마리도 흥겨워 춤을 추었는데 차츰 음악소리가 작아지면서 마리는 자신의 몸이 안개에 휘감겨 공중으로 붕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에 엄마가 달려왔다. 마리가 침대에서 떨어진 것이다. 여전히 호두까기인형과 같이 다녀온 인형나라에 대해서 말하자 엄마는 " 너는 아주 길고 긴 꿈을 꾼 것이란다"라며 타일렀다. 그러나 마리는 계속해서 자신은 꿈을 꾼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것을 보았다고 했다." 어떻
게 뉘른베르그에서 만든 나무인형이 살아 움직일 수가 있겠니?" 하자 마리는 " 엄마, 저 호두까기 인형은 뉘른베르그에서 온 드로셀마이어씨예요, 아저씨 조카요!" 이 말에 엄마 아빠는 박장 대소를 했다. 마리는 서랍에서 어제 밤에 받은 생쥐왕관을 가져와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자, 둘은 너무나 놀래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빠는 오히려 마리의 말을 믿기보다는 어디서 훔친 것이냐며 바른 대로 대라고 하시며 거짓말장이라고 욕을 하시자 마리는 그만 엉엉 운다. 이때 드로셀마이어 아저씨가 그 왕관은 자기 시계줄에 묶었던 것으로 2년전 생일선물로 마리에게 준 것이라고 해명한다. 엄마와 아빠는 전혀 기억에 없다.
어느 날 아저씨가 시계를 고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유리장 앞에서 꿈속에서와 같이 마리는 호두까기인형을 보고 중얼거렸다. " 만약 네가 살아 있다면 나는 필릴리팟공주처럼 너를 박대하지 않을 텐데... 나때문에 그렇게 괴물처럼 변했으니 말이야..." 그 순간 퍽 소리와 함께 마리는 기절해
버렸다. 잠시후 엄마는 " 아니 어떻게 의자에서 넘어지니. 여기 뉘른베르그에서 드로셀마이어아저씨 조카와 왔다." 고 하셨다. 멋진 소년이 아저씨 손을 잡고 들어 왔다. 소년은 왕자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허리에는 보석이 박힌 작은 칼을 차고 있었다. 소년은 아무리 딱딱한 호두라도 모두
이빨로 깨 주었다. 그리고 마리에게 유리장의 장난감을 보여달라고 했다. 둘이 남게 되자 소년은 무릎을 끓고는 마리 덕분에 자신은 다시 모습을 되찾았고 다시 과자나라의왕이 되었다고 하면서 마리에게 청혼을 했다. 마리도 기꺼이 승낙한다. 그 해가 지내고 금빛 은빛 말이 끄는 마차를 타
고 둘은 과자나라로 갔다고 사람들이 말했다. 결혼식에는 수많은 인형들이 춤을 추었고 마리는 그 순간 이나라의왕비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 나라에는 반짝거리는 숲, 투명한 마치판과자성, 아무튼 모든 멋지고 아름답고 이상한 것들이 있는 나라였다. 물론 이 나라의 기이한 광경들은 그것
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였다고 했다.
IV. 두세계에 동시에 속한 양립적인 존재
IV.1 낭만주의작가로서 호프만
위의 작품들은 "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작품집에 들어 있던 것입니다. 판타지라기 보다는 밤이주는 의미가 크다. 밝고, 가시적이고, 오성적이고, 합리적인 낮의 세계는 질서, 균형 과 화해의 세계인데 비한다면 밤의 세계는 어둡고, 보이지 않고, 충동적이고, 카오스적이고 탐닉적인 면이 우선한다. 서양 문학사적으로 보더라도 인간의 존재기반을 이성에 두고 이성에 의한 합리주의화라는 근대화과정이 계몽주의부터 시작했다면 그 정신을 이어 받으면서 고전주의는 통일, 균형, 조화의 그리스,로마 문화를 모범으로 하여 밝고 정돈된 빛의 세계를 추구했다. 그러나 동시대에 바로 이러한 고전주의에 반기를 든 것이 낭만주의 이다. 인간존재는 오성과 이성만으로는 파악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인간 영혼은 보이지 않는 어둡고 끝없는 심연이기에 비이성적이고 의식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은 영혼적 영역들과 매개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오직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예술은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창출하여서 두세계의 매개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현실생활에서는 꿈, 어린아이상태, 민속문학등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동화적 세계속에서 두 세계의 통합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외부세계와 감정세계의 상호침투, 역사 속으로의 침잠, 예술분야의 상호융합, 예술과 학문의 상호융합, 자연을 무의식으로 봄, 자연적이고 감각적인 사랑과 정신적이고 자유로운 사랑과의 하나됨, 체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죽음의 찬양, 인간존재의 한계와 우연성의 실감 그리고 가치와 감정세계가 완벽했다고 중세에 대한 끝없는 동경 등이 낭만주의에서 두드러진 특징들이다. 오늘의 주제가 되는 작가 호프만은 예술동화라는 장르를 통해서 인간의 양가적인 실존을 표현하고 있다. 오성과 질서가 지배하는 현실원리로는 발견되지 않는 거대한 인간의 영혼의 세계를 그는 환상적인 수법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흔히 그의 작품이 악마적이거나 괴기하고 유령이야기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호프만의 환상세계는 언제나 현실세계에 확고하게 뿌리를 박고 있다. 그래서 외부와의 단절된 사랑, 죽음 등을 주제로 한 다른 낭만주의작가들과는 구분된다. 오히려 호프만은 낭만주의와 뒤에 올 사실주의의 경계선 상의 작가로 평가된다.
IV.2 애니메이션, 섬뜩함 그리고 양립성
우리는 환상문학을 얘기하면서 흔히 독자에게 주는 문학외적인 영향 - 다시 말해서 무시무시하다, 괴기스럽다, 불안하다, 섬뜩하다 - 이 환상문학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텍스트 내재적인 기준에 따르면 오성과 이성의 도구로서 실재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합의된 것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형상과 사건들이 전개된다고 했다. 위에서 읽은 호프만의 작품은 바로 이 두 가지 기준이 아주 잘 들어맞는 작품이다. 성탄절이 올 때마다 아름다운 환상적인 동화로서 들먹거려지는( 차이콥프스키가 발레곡으로 작곡한 호두까기인형으로 더욱 유명해졌고 우리는 매년 되풀이해
서 보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는가는 위에서 보고 알았을 것이다.
동화이야기는 곰곰이 따지고 보면 신비스럽고 환상적이라기 보다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섬뜩함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두 작품을 분석하면서 키워드를 애니메이션(만화라는 뜻이 아니라 원래 뜻인 살아움직이게 하다.), 섬뜩함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양립성(Ambivalenz)으로 보았다.
애니메이션 하면 흔히 우리는 만화를 떠올린다. 더 나아가 인형이나 찰흙형상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예를 들어 무민나라, 크리스마스의 악몽, 각종 광고등)을 생각한다. animate 그 어원은 살아 움직이게 하다이다. 그리고 원시적 사고의 한 형태인 애니미즘은 우리가 다루는 판타지의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러한 무생물의 생동화(활성화)에서 기괴함이나 섬뜩함이라는 인간 정서를 설명했고, 반대로 생명체의 기계화에서 희극성을 보기도 했다. 원시적 사고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는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형을 즐겨 살아있는 것처럼 다룬다.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현대에 와서 애니메이션은 중요한 예술표현도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호프만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모티브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인형, 목각인형의 애니매이션화이다. 무생물적인 대상물이 어떤 계
기를 맞아서 생명이 불어넣어져 살아 움직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애니미즘적 인 사고에서 나온 동화에서와는 달리 호프만에서는 망원경이나 크리스마스이브의 신비스러운 괘종소리등 어떤 계기 매체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프로이트는 섬뜩함이라는 정서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 어원적 설명과 더불어 호프만의 모래사나이를 분석한다. 그는 올림피아라는 자동인형의 섬뜩한 효과보다는 반복해서 나오는 모래사나이 모티브에 주목한다. 그는 이 분석을 통해서 바로 가장 친근한 것이 섬뜩함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억압 - 무의식 - 재발견 등의 메카니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원적으로 볼 때, 단어 섬뜩한 unheimlich은 비밀의heimlich, 고향의heimisch, 친근한 vertraut와 대립한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섬뜩함은 친숙함의 분파임을 증명하려고 한다. 앞의 상세한 줄거리에서 보았듯이 나타나엘은 현
재 행복하지만 사랑하는 아버지의수수께끼같은 무서운 죽음과 관련된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성장하여 나타나엘은 지각이 들어 이미 모래사나이를 그처럼 무섭게 생각하지 않게 되지만 그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여 한번 그를 직접 보려고 한다. 그는 아버지를 찾아온 코펠리우스를 모래사나이
로 동일시한다. 그런데 여기서작가 호프만은 이것이 소년 나타나엘의 망상인지 실제 보고인지 불분명하게 서술한다. 아버지와 손님은 화로에 불을 피우고 일을 시작하고, 코펠리우스의 "눈알을 내놔라, 눈알을 내놔라" 하는 코펠리우스 말에 너무 놀랜 나머지 엿보는 것을 틀켜버린 나타나엘
을 잡아서 그는 나타나엘 눈을 빼 화로에 넣으려한다. 아버지가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는데.... 나타나엘은 그만 실신한다.
그런데 그 무서운 모습을 이탈리아 안경장사 코폴라에게서 다시 보게 되었던 것이다. 코폴라와 스팔란자니교수가 다투는 도중에 자동인형 올림피아의 눈, 그것도 피투성이간 된 두 눈을 스팔란자니교수는 코펠리우스가 나타나엘에게서 빼앗은 것이라고 하자 미쳐버린다....
여기서 섬뜩함은 모래사내, 다시 말해서 눈알을 빼앗긴다는 사실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들이 현실인지 아니면 단지 공상세계인지를 불확실하게 서술하며, 그 불확실성으로 더욱 섬뜩해진다는 것이다. 점점 그는 독자에게까지도 안경장사 코폴라의 망원경을 통해서 사물을 보게
한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은 안경장수 코폴라는 변호사 코펠리우스이고 따라서 모래사내였음을 분명히 하기에 지적인 불확실성이 이 작품에서 섬뜩함의 원인 되지 않는다고 프로이트는 단언하면서 정신분석적으로 설명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정신분석상 눈을 다치거나 잃는것은 어린이에게 무서운 불안이 된다. 불안한 심정은 많은 성인에게도 남아있어 그 어떤 육체적인 손상보다도 눈을 상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꿈, 공상, 신화를 연구해보면 눈에 대한 불안은 종종 거세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만일 프로이트의 억압, 외디푸스컴플렉스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입문이나 꿈의해석을 읽어보아요!)
모래사내는 항상 사랑의 훼방군으로 등장한다. 그는 불행한 나타나엘과 약혼자 클라라 그리고 오빠 로타사이를 갈라놓고, 제 2의 애인인 올림피아를 망가뜨리고 , 또 다시 클라라와 행복한 결혼생활로 들어가기 직전에 나타나 나타나엘을 자살로 몰고간다.위의 거세불안과 연관지어보면 모래
사내 대신 거세를 행하고싶었던 두려운 아버지를 바꿔놓으면 이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모래사내의 섬뜩함의 원인을 어린아이의 거세컴플렉스의 불안으로 소급하면서, 모래사내는 오래된 어린 시절의 불안을 일깨우는 반면에 살아있는 인형에 대한 불안보다는 오히려 어린아
이의 소원을 표현했다고 지적한다.
섬뜩함은 일단 억압( 억압이란 독일어로 Verdraengung으로 낮(여기서 낮이란 승인된 제도와 규범아래서의 생활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동안에 이루지 못한 잔재들이 그대로 무의식으로 내몰린다는 뜻. 의식되지 못한 것들이 무의식 속에서 전이되거나 압축하여 다른 형태를 띤 채 꿈, 실수
등의 우연한 틈새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서 그 꿈의 원천을 억압된 본능적 충동으로 보았던 것이다.) 을 거쳐 다시 되돌아온 친숙한 것이다. 체험하는 섬뜩함의 조건으로는 친숙했던 억압된 것으로 소급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죽은자의소생을 원시조상들은 현실로 믿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을 믿지 않는다. 확신이 서지 않고 낡은 사고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당장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반대로 이런 애니미즘적 확신을 완전히 버린 사람들은 이런 섬뜩함은 일어나지 않는다. 유아적인 콤플렉스에서 생기는 섬뜩함은 억압된 유아적 콤플렉스가 어떤 인상에 의해서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던가, 또는 극복된 원시적 확신이 재확인될 때이다.
억압된 것과 극복된 것의 대립은 철저한 수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문학 속의 섬뜩함으로 전이될 수 없다. 공상의 내용은 현실검증에 구속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생활에서 일어났더라면 섬뜩했을 것도 문학 속에서는 반듯이 섬뜩하지 않고, 또는 문학 속에서 실생활에 없는 섬뜩함을 유
발할 수 있다. 동화의 세계는 처음부터 현실의 기반을 버리고 공공연히 애니미즘적인 확신을 수용할 것을 선언한다. 소원충족, 은밀한 힘들, 사고의 전능, 무생물의 생명화는 동화 속에서는 매우 일상적이다. 그리고 섬뜩한 인상도 주지 않는다. 이유는 섬뜩한 감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믿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것이 정말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갈등이 요구되는데 동화의 세계에서는 애초부터 이런 전제는 제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악령 내지 죽은 자의 영혼과 같은 초월적인 영적인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동화만큼 공상적은 아니지만 현실과 구별되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판단을 작가가 설정한 현실의 조건을 순응시키면 영혼, 망령, 유령들은 실재물과 같아져 섬뜩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적인 현실을 토대로 한 것 같을 때에는 사정은 달라진다. 작가는 실생활에서 섬뜩한 감정을 일으키기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고, 실생활에서 섬뜩하게 작용하는 것은 작품 속에서도 같은 작용을 한다. 이때 아주 희귀한 사건을 일으켜 경험의 경계를 넘어서 섬뜩함의 효과가 배가시킨다. 작가는 우리를 배반하여 이미 우리가 극복했던 미신에게 우리를 넘겨주며, 우리를 속여 일반적인 현실이라고 약속해놓고는 잠시후 결국 현실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동화는 불안감과 섬뜩함을 일으켜서는 절대로 안되며, 이를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런 감정이 일어날 듯 할 때
에도 무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 정적, 암흑에 관해서 실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결코 소멸되지 않은 어린이의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호프만의 소설서술의 특징은 지금 보고 혹은 서술되고 있는 것이 실재이야기인지 아니면 단지 공상세계인지를 불확실하게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토도로프가 환상성의 핵심수법으로 보았던 망설임, 불확실성이다. 호프만은 그러나 이렇게 현실세계와 환상세계가 경계없이 서로 뒤엉켜 병존하듯이 바로 인간의 영혼의 세계는 의식되는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불쑥 찾아오는 괴기한/불안한/신비로운/공포스러운... 환상적 세계를 포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앞서 내가 강조했듯이 호프만의 공상 내지 환상세계는 모두가 현실의 세계와일 대 일 대응된다. 예를 들어서
코펠리우스-코폴라-모래사나이, 올림피아-아름다운 천사의 미녀, 호두까기인형- 주니어 드로셀마이어, 드로셀마이어아저씨-시계공, 장난감성-과자나라성 등등 보는 관점, 다시 말해서 오성의눈으로 혹은 환상적 상상적 직관으로,에 따라서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프
만은 이 현실과 환상의경계를 그냥 마구잡이로 넘나드는것이 아니라 언제나 도구와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그는 현실과 환상의 세계에 양쪽 발을 걸친 양가적이며 분열적이고 불안한 인간존재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싶었던 것이다.
from 동덕여자대학교 이유선교수의 판타지문학의 이해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