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자 어르신은 주간보호 서비스를 이용한지 3년이 되었다.
하지만 명절이 되어도 자녀들이 나름의 사정으로 어르신을 뵈러 온 적은 없다.
명절이 되면 같은 마을에서 박숙자 어르신보다 연세가 더 많은 어르신께서 챙겨주고 있었다. 그분이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올해부터 창원에 사는 큰 자부가 전화 연락으로 어르신을 챙기고 있다.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도착 문자를 보내면 큰 자부는 어르신께 안부 전화를 한다.
생활용품이나 필요한 식재료도 보내 주고 있다.
어제 저녁 통화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설에 내려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센터에 다닐 때는 점심과 저녁을 센터에서 드시지만 4일의 명절연휴동안 혼자 집에 계시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돌봐 주던 마을 어르신이 계시지 않으니 더욱 걱정이 된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설에 떡국이 드시고 싶다고 하여 인터넷 쇼핑으로 떡국 재료를 찾아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양도 적당하지 않고 설날 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염려가 된다고 하며 떡국 재료를 부탁했다.
자부는 부탁하는 중에 미안하다는 얘기를 여러 번 하였다.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도 된다고 하자 과일과 밑반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르신이 사는 마을에는 작은 구멍가게도 하나 없다. 시장이나 마트에 나오려면 마을에서 한참을 내려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어르신이 혼자 외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2월 10일에 떡국을 끓여 먹은 수 있는 재료를 구입하여 어르신께 전해 주기로 했다.
나는 잊지 않도록 장볼 물품을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떡국떡, 국거리 소고기, 만두, 파, 마늘, 과일, 밑반찬 2~3개 정도
2021년 2월 3일 신정오
설이 다가오자 자부도 걱정이 되는지 어르신 앞으로 이불, 베지밀, 커피, 과자, 약간의 밑반찬 등 이것저것 등을 보내 왔다.
택배가 올 때마다 큰 자부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내주었다.
어르신께는 오후에 댁으로 갖다 드리며 보관 방법이나 드시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어르신께 자부의 전화 통화내용을 말씀드리고 설 전날 장을 보러 함께 가기로 했다.
설 전날 아침, 센터에 오셔서 나를 보자마자 동네 이장님이 준 거창사랑 상품권 일만원권 2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준다.
오늘 장 보러 가기로 한 것을 잊지 않으셨다. 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스카이 마트로 향했다.
마트를 함께 다니며 어르신이 사고 싶은 물건들을 직접 보고 선별해서 살 수 있도록 했다.
계란을 살 때는 여러 상표를 꼼꼼히 살펴서 골랐다.
파를 살 때도 뿌리가 있어야 된다고 하며 뿌리가 있는 것을 샀다.
마늘은 더욱 신중하게 살피더니 마트에서 직접 간 마늘을 골랐다.
물품에 없는 콩나물을 살 때는 나에게 끓이는 방법까지 알려 주었다.
튀김 코너를 돌자 어르신이 머뭇거리신다. 드시고 싶냐고 여쭙자 그게 아니라 내일 집에서 먹을 것을 사고 싶다고 하였다.
고추튀김1개, 모듬 채소 튀김1개, 고구마튀김 1개, 김말이 튀김1개를 샀다.
그 외에도 소고기, 만두 등 여러 가지를 어르신이 직접 골라서 구입했다.
장을 보고 센터로 돌아오는 차 안, 어르신께서 “고마워요. 잘 먹을께요.”라고 하신다.
“오늘 함께 마트에 가니 저도 기분이 좋아요. 어르신 덕분에 마트 구경도 하고... 다음에 또 같이 장 보러 가요”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시장 본 것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내 마음도 덩달아 푸짐해졌다.
잠시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저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르신께 필요한 것이 있는지 여쭤 보고 자주는 못 오겠지만 가끔씩 마트에 함께 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다음에는 따끈한 튀김을 사서 함께 먹어도 봐야겠다.
어르신께서 센터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편히 지내야한다.
명절동안 무탈하게 보내기를 바라며 장보는 것을 함께했다.
나에게는 참으로 고마움의 시간이었다.
2021년 2월 10일 신정오
첫댓글 주간보호에서 저에게 2번째로 친근한 어르신 입니다. 뭔가 있으면 더 챙겨드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분입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있어 어르신께서 직접 선택하실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정오 팀장님의 노력과 마음씀이 아릅답습니다.
박성숙 어르신 장보기를 지원해주신 팀장님 감사합니다. 바쁜와중에 잠깐 시간내어 어르신과 함께 장보기가 어르신에게는 즐거움이고 색다른 경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늘 큰자부가 보내준 택배 음식을 챙겨드시다가 어르신께서 직접 보고 선택해서 장보시면서 뿌뜻했을것 같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어르신의 값진 일상을 찾아 주셨네요...
먼곳에 있지 않았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네요....
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텐데..........정말 대단합니다.
어르신의 가족과 소통하고 어르신과 함께 장을 보는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혼자 명절을 보내게 되신 어르신을 위해 또 두 손을 모으고 고민하셨겠지요ㅎㅎ
음식을 고르고, 마트를 다니시는 것이 많이 즐거우셨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이 어떤 때보다도 더 어르신다운 명절을 보내셨을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