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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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30 17:30
32 집 원고 입니다
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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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순간
쿵, 드러누운 그늘이 깊다
비로소 흘리는
눈물
큰 덩치를 울려 나오는
일생의 울음
사막이 다 젖었다
모두 떠나고
제 그림자 앞에서
천천히 몸을 벗는 낙타
긴 차양으로도 가릴 수 없는
슬픔이
우두커니 둘러쳐져 있다
죽음의 긴 순간을
사막의 속눈썹이
가만히 덮어준다
크고 달고 오래된
수만 마리 물이 풀려
세상을 내려간다
순식간에 세상은
부드럽고 유연해진다
발목을 휘감는
서늘하고 축축한 감촉
온몸에 독 오른 봄이 번진다
퉁퉁 부어 오른
목련꽃잎이 무거워진
봄을 한 장씩 뜯어 내리면
가볍게 날아가는 날들
부채 살처럼 펴지는 物들
빨리 피어라
사과 꽃에 비닐봉지 씌우는 당신
파마머리처럼
피었다 풀어지는
크고 달고 오래된 그 이름
봄날은 간다
포도밭이 울었다
이제 텅 비었다
저 큰 적막
푸른 이파리
빼곡히 온 밭을 뒤덮는다 해도
매울 수 없는
39킬로그램의 노구
형편없이 쪼그라진 일생이
쑥 뽑혀져 나갔다
비틀린 포도나무
바로 세우던 지지대처럼
평생 지지대였던 당신
당신 몫의 햇살과 바람
사라진 밭에서
잉잉 거리는 철삿줄
포도밭이 울었다
당신의 분홍
당신이 보내 준 베네치아는
온통 분홍빛이다
내 불안이 잠시 환해진다
노을 진 바다에 떠 있는 집과
흔들리는 불빛들
말로는 할 수 없는
당신의 말을 본다
당신과 나의
시간은 서로 달라
내가 보낸 저녁은
아직 당신이 보내지 않은 저녁
밤 열시에 지는 태양을
돌려 깎는다
반은 당신에게 주고
반은 내가 먹는다
당신과 나의 거리가
하루 가까워진다
겨울의 발목
어린 장미나무 밑동이
짚에 싸여 있다
매만진 손길이 촘촘하다
저 마음이 훗날 꽃을 피울 테다
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간다
순간 바람이 기우뚱한다
장미나무의 떨림 잦아들고
뿌리가 밀어 올리는 미약한 물소리
귀를 대는 속 꽃눈들
겨울의 발목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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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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