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섭취량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방사능(放射能) 오염이 확산되면서 유통시장에는 과학적 근거 없이 ‘방사능 예방’을 내세운 방사능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요오드화칼륨이 소금에 많이 함유돼 있다는 소문이 돌아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한반도에서 검출되는 방사능량은 건강상 우려할 수준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방사성 요오드의 체내 축적을 억제하고 배설을 촉진하는 요오드 제제는 40세 이상 성인의 경우 5000밀리시버트 이상, 40세 이하는 100밀리시버트 이상, 18세 이하나 임산부는 50밀리시버트 이상의 고준위에 피폭 가능성이 있을 때 복용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또 피폭 하루 전이나 당일 복용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한다. 요오드(Iodine)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갑상선(甲狀腺)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이 생길 수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나트륨(sodium) 1일섭취량은 1998년 4,542mg, 2001년 4,903mg. 2005년 5,279mg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인 하루 2000mg(소금 5g)의 2배 이상이며, 30대 남성은 3배 이상(6502mg)으로 나타났다. 아동(7-12세)은 매일 4,087mg을, 청소년(13-19세)은 4,939mg을 섭취하고 있다.
‘소금(salt)의 역습’의 저자 독일의 클라우스 오버바일 박사(식품영양학)는 하루 소금(염화나트륨, sodium chloride) 섭취량을 1.5g 이하로 줄이라고 권고하며, 우리 몸이 원하는 나트륨과 염화물의 양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몸속에 나트륨이 너무 적어도 피로와 현기증을 유발하는 저(低)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나트륨 부족은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뇌세포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나트륨관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 관을 통해 신경자극을 전달한다.
나트륨(Naㆍsodium)은 칼륨(Kㆍpotassium)과 함께 세포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호르몬 등과 결합해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혈중 염도를 조절한다. 또한 나트륨은 신경 자극을 전달하는 전기신호의 통로를 통제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혈관벽이 혈압을 높이는 노르아드레날린에 민감해져 혈관이 수축되고, 소금과 물이 결합해 혈액이 증가하면서 고혈압이 된다. 또한 뇌졸중, 심장질환 등 심혈관질환 발생을 높이고,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 할수록 뼈 속의 칼슘까지 함께 배설되어 골다공증(骨多孔症)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액 속에 나트륨 수치가 높아지면 신장(콩팥)이 불필요한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그러나 장기간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미처 배출되지 못한 나트륨이 몸속에 계속 쌓여 신장의 여과 기능을 망가뜨린다.
미국임상영양저널 최근호(2011년 1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염도(高鹽度) 식품을 섭취하면 30분만에 혈관 확장능력이 저하된다. 이 연구결과는 염분이 혈압이 정상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원(CSIRO) 연구팀은 성인 1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8명에게는 저(低)염도 토마토 수프 한 컵을, 나머지 8명에게는 고(高)염도 토마토 수프를 한 컵씩 먹게 했다. 실험 결과 고염도 수프를 먹은 사람들의 동맥은 저염도 수프를 먹은 사람들에 비해 절반 정도만 확장했다.
연구팀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확장 능력을 측정한 결과 시간이 지나면 심장마비(心臟痲痺)와 뇌졸중(腦卒中)의 원인인 혈관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가장 초기단계의 죽상동맥경화증에 해당하는 혈관 내 변화를 찾아낼 수 있었다. 정상적인 경우 심장이 동맥을 통해 혈액을 내보낼 때 산화질소가 방출되는데 산화질소는 혈관벽을 부드럽게 해서 혈관을 확장하게 하고 혈액이 더 쉽게 지나가게 한다. 산화질소가 나오지 않아 혈관 내벽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면 콜레스테롤이 동맥에 침착하게 된다. 염분은 산화질소의 방출을 어느 정도 막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청(食品醫藥品安全廳)은 ‘식생활 관리를 통한 질병 예방’ 정책의 일환으로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나트륨 저감화(低減化)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식품 공급단계에서의 ‘사용 저감화’와 식생활 특성에 따른 ‘섭취 저감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청은 정책의 일환으로 ‘저(低)나트륨 급식주간 시범사업’을 지난 3월 21-25일 실시하였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아워홈,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ECMD 등 5개 급식업체의 101개 급식소가 참여하여 9만 여명을 대상으로 나트륨 함량을 줄인 급식을 제공하고, 나트륨 줄이기 리플렛 및 포스터 등 건강정보를 배포했다. 각 급식업체는 국물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고, 저염(低鹽) 소스를 사용하는 등의 조리법으로 기존에 비해 나트륨을 10% 이상 줄인 메뉴를 제공했다.
또한 식약청은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식품 나트륨 함량 표시 사업을 확대해 금년 6월부터는 단계적으로 이용인구가 많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푸드코트에서도 나트륨 함량을 표시케 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계기관 등과 합동으로 ‘생활에서 나트륨 섭취 줄이기’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해 산업체의 자율적인 나트륨 함량 줄이기와 가정에서의 나트륨 섭취 줄이기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주 먹는 식품인 라면의 나트륨 함량이 약 1960mg이므로 라면 1개에 하루치 나트륨이 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대구광역시가 대구지역 16개 초등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떡볶이 16종을 조사한 결과 떡볶이 100g당 평균 463mg의 나트륨이 검출됐다. 1인분(300g)만 먹어도 어린이 1일 충분섭취량(1500mg)에 가까운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또한 값싼 가공식품 63종 중 10종을 무작위로 골라 성분을 조사한 결과 100g당 평균 737mg의 나트륨이 검출됐으며, 100g당 1700mg 나트륨을 함유한 제품도 있었다.
짜게 먹는 식습관은 어릴 때 결정되고 나이가 들수록 더 짜게 먹게 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음식을 싱겁게 먹는 식생활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국과 찌개류를 싱겁게 조리하고, 이미 간이 되어 있는 음식에는 추가로 소금이나 간장을 넣지 않도록 한다. 염분이 많은 라면 등 가공식품의 섭취를 가급적 줄이도록 한다.
요즘 나트륨 함량을 줄인 식품이 늘고 있다. 매일유업은 이유식(離乳食)을 하는 시기에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우리아이 첫 치즈’를 선보이면서 나트륨 함량을 국내 어린이 가공 슬라이스 치즈 중 최저인 기종 장당 120mg에서 90mg으로 줄였다. 레퓨레의 ‘우리아이 첫 소금’은 정제염이나 수입염보다 나트륨 함량을 15-20% 낮췄다. 동원F&B의 ‘양반 포기김치’는 다른 포기김치에 비해 염도를 15% 정도 낮춰 출시했으며, 대상 청정원은 ‘자연 숙성 저염 진간장’을 내놨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염도 20-30%인 젓갈의 염도를 7.5%까지 낮출 수 있는 ‘젓갈 탈염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저염도 젓갈도 시장에 곧 등장할 전망이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 채소와 과일 등 칼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칼륨이 체내에서 나트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식품영양재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