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힐에서 빵을 굽고 있습니다.
아침 6시 시작해서 1키로짜리 반죽을 네번 정도,
발효시켜서 오븐에 구워내면 대충 오후 1시정도가 됩니다.
만들고 있는 것은 오토리즈방식(자가소화) 으로 천연효모 깜빠뉴, 바게트, 올리브브레드,
견과류가 들어간 바게트, 달달한 죠프브레드, 사과빵이나 단팥빵 등입니다.
빵과 커피의 향이 이제 이 건물에 조금씩 베어 나오는듯 합니다.
빵을 구워야겠다는 생각은
몇년전 독일 남부의 레헨호프라는 캠프힐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눈꽃이 화려했던 공동체마을에 도착했을때
그림같이 건물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투명 유리 안에서 흰색옷을 입고 몇명이 통빵을 구워내고 있었습니다.
하얀것들, 두툼하여 탐스럽게 생긴 것들이 빵판에 담겨져 있었고.
물어보니 대부분 근처의 발도르프학교로 배달될 거라 합니다.
그날 보았던 빵의 이미지와 분위기와 의미가 오래 남았습니다.
빵의 풍미가 하얀 연기처럼 만들어져
뭉게뭉게 번져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갈 식량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곰곰히 돌아보았습니다.
도움을 받고 있을 분들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것도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본에서 건네져 들어온 달달한 슈크림이나 소보루같은 것들 말고
누군가에게 주식이 될정도로 건강한 빵을.
설탕을 쳐넣어서 식감은 샤르르 녹는것 처럼 들어가지만
먹고나서는 더부룩하고 뒷끝이 텁텁한 그런것들은 아니어야 겠다고.
차라리 그러려면 맛이 없어도, 판매가 좀 덜 되더라도
좀더 정직하게 건강에 좋은 것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 맘을 먹게 되었습니다.
빵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보자면
드라이이스트(건조된 이스트)가 있고 생이스트가 있고, 그리고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방식이 있습니다.
이스트는 효묘의 균을 단일화해서 하는 거고
그에 비해 천연발효종은 여러 균들이 담겨진 것들의 발효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효묘군을 잘 키워서 발효를 시켜야 할거고
밀가루는 그 지역의 것을 이용하는게 맞는 겁니다.
자기 땅의 것으로 빵을 구워낼 것,
당도 보다는 건강을 우선 할 것,
좋은 식재료를 사용할 것.. 이런 원칙이 맞는 거였고
시작을 조금이라도 그에 부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주변에서 도움이 될만한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중에는 판로를 걱정하는게 많습니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많이 팔 수가 있겠냐, 수지는 맞출 수 있냐,
남는 것은 어떻게 할거냐. 그러게 말입니다.
월세 나가지 않고 임금도 당장 압박이 있는게 아니니 그나마 괜찮을 거라고
대답을 하지만 먼 그림을 그리면서는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당장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올바르고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인다면
때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것들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건강한 빵을 지역의 것들로, 좋은 것들로 만들면서
장애를 가진 분들과 정직하게 제대로 구워낸다면
그러면 될거라고 봅니다.
오늘 아침 어느분이 지나가다가 들어오셔가지고는
빵을 한아름 사가셨습니다. 빵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이것 저것 묻고서는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물론 갖고가서 빵맛을 볼거고, 비교도 할거고
부족한 면도 발견할 겁니다. 한번에 모든게 다 이루어지는건 아니고
모두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여기만의 빵,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빵은 어어질거고
누군가는 그 빵을 찾을 거라 봅니다.
가져간 한봉다리의 빵의 그래도 행복이 되고
삶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희망의 빵이 되기를 두손 모읍니다.
첫댓글 드디어 시작 하셨군요!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강화 올일 있거든 연락주세요^^
이른 아침 축근길에, 캠프힐 까페동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가끔 봅니다...
선생님의 노고.....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