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농생물학과를 마치고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미생물학 박사를 취득한 60대가 갑자기 하루에 소주 거의 2병 씩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1년간 뱃속으로 들어간 소주가 무려 700병이었다. 그는 매월 병원에 가서 간(肝) 수치를 체크했다. 당연히 망가졌어야 할 간이 오히려 더 싱싱해졌다. 그제야 이 '인간 마루타'가 쾌재를 불렀다. 자기 만든 JBB20이 효능을 발휘했던 것이다.
JBB20은 과립형 숙취(宿醉) 해소제다. 아직 국내시장에서 판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했지만 주한 미군에 리버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납품한다. 주한미군들은 속이 쓰릴 때마다 '리버 디톡스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걸 개발한 사람이 생명공학연구소장을 지낸 복성해(卜成海·66)씨다.
그는 왜 벤처기업 바이오뉴트리젠을 만든 뒤 JBB20에 인생을 걸었을까. 5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숙취해소제 시장 제패를 겨냥한 것이다. JBB20은 감·양파·감귤·구기자·콩나물·칡에서 추출한 원료와 비타민C를 섞어 만든다.
러시아 정보기관 KGB요원들이 썼다고 알려져 히트친 RU-21처럼 몸 내부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 효소를 없애, 간 손상을 막는다는 원리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가 다르다"고 했다. 기존 제품들은 알코올만 해독할 뿐인데 JBB20은 간과 뇌까지 보호한다는 것이다. 복씨는 이 제품으로 2005년 대만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올림픽 메모리얼 어워드상'을 획득했고 2008년 '발명의 날'에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와 숙취해소제의 인연은 중풍에 걸린 친구 아버지 때문이었다. 농산물 대외 개방으로 국내 감귤업계가 위협받고 있을 때였다. 심장병 예방과 동맥경화 방지 성분이 포함된 감귤 껍질로 실험용 쥐의 혈액을 깨끗하게 변화시켰다.
그 순간 '혹시 간에도?'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적중하고 말았다. 숙취해소제는 결국 심장병 예방→간 기능 개선제의 코스를 밟다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복씨는 "지금까지 특허 출원을 240건 했는데 JBB개발 만큼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몸을 상대로 실험을 하다 여러 번 곤욕을 치렀다. "젊은 박사들이 원료를 먹이려 하면 도망가 내가 직접 먹었습니다. 소주 3병을 마시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아 목숨을 잃은 뻔하기도 했지요."
그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하루는 JBB20을 먹은 뒤 소주를 4병이나 마셨습니다. 자리를 옮겨 위스키를 한 병을 시켜 4분의 3 정도를 더 마셨지요. 그 뒤 3시간쯤 잤는데 머리가 너무 맑았어요. 술꾼 친구들에게 실험해보니 다들 '마약을 넣은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5년 전 프랑스에서 허름한 옷차림을 한 의사가 그를 찾아왔다. 쟝 피에르 윌렘(71)은 슈바이처의 제자로 '국경 없는 의사회' 창설 멤버였다. 그는 복씨가 개발한 원료를 프랑스로 가지고 가 재실험했다. 그 결과 간경변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내년 5월 임상결과를 발표하면 JBB20의 해외 판매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씨는 최근 국가적 난제인 쌀 문제도 JBB20 성분이 든 해장 쌀국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숙취해소제는 음료와 알약과 과립형태를 포함해 300가지 이상으로 알려졌다. 국내 숙취해소음료 시장도 1200억원 규모다. 최근에는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 생고추 추출물, 옥수수 수염 추출물을 함유한 숙취해소제가 등장하면서 제품과 시장은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숙취해소 음료 외 알약과 과립 제품까지 30여개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복 박사는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나 우거짓국, 콩나물국, 북엇국, 콩나물국 등 해장국, 숙취해소 음료를 찾지만 이것만으로 숙취해소를 하면서 간을 보호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