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41일째: 설악워터피아
2013년 07. 08. 월요일. 속초 오전에 비, 오후에 개였다 비 뿌리다 한 날
체중: ㎏ 턱걸이 번
어제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결심이 필요했다. 비가 내리는 이 날씨에 한화워터피아 물놀이를 해도 될 일인지 아닌지. 아들과 며느리는 가자는 편이고 아내는 내일로 미루자는 의견이다. 아들은 내일은 귀가하는 날인데 모레 내 항암 일정을 고려한다면 워터피아 물놀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다.
비싸게 구입한 5장의 예매권, 미련이 없을 수 있을까. 아내는 만사 제쳐 두더라도 아직 열이 있는 손녀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신념. 어느 누구도 설악워터피아에 가 본 경험이 없는 게 핵심 문제였다. 아들이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보여준다. 요란한 시설자랑.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실내온도와 수온. 결국은 가자는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눈치가 빤한 손녀들이 환호작약한다.
" 일단 입장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나오자."
이 결정도 잘한 결정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환자인 아들, 임산부인 며느리, 아내는 물속을 신나게 누비고 다녔다. 고여 있는 물, 냇물처럼 흐르는 물, 쏟아지는 물, 파도치는 물. 워터햄머인가 기포로 두드려 주는 물. 6시간을 물속에서 놀았다.
집에 가지 않겠다는 애들. 물을 싫어하는 애들은 없다. 낙동강 샛강 물웅덩이에서 천둥벌거숭이로 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내 어린 모습을 본다. 내 입도 저절로 벌어진다. 감염우려로 나만 물 밖을 배회했다. 물에 들어오라는 권유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대사(항암주사)를 앞두고 함부로 몸을 담글 수 없다. 대장균 없음이란 수질검사결과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매사 조심하고 볼 일이다.
6시간을 워터피아에서 보냈다. 저녁을 먹은 손녀들은 바로 골아 떨어졌다.
나의 컨디션: 기력 평소의 80%. 기침은 멈췄으나 호흡이 가쁜 느낌. 머리카락 더 이상 빠 지지 않음. 매일 하는 면도를 일주일 째 하지 않음. 눈썹이나 다른 부분 탈모 현상은 느끼지 못함. 폭염으로 덥다고 하는데 나는 긴 팔 셔츠 입어도 더운 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