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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라텃밭 스크랩 두포리 오갈피농장에서 만난 천사
찰라 최오균 추천 0 조회 48 15.07.23 22:0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7월 23일 폭염

 

 

아침 5시 응규와 함께 두포리 오갈피 농장으로 갔다. 장마가 오기 전에 풀을 베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식은 밥과 상추, 김치, 돼지고기 볶음(어제 먹다 남은 것)을 아침식사로 싸주어 물 한 병과 함께 박스에 넣고 두포리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었다.

 

 

 

▲개망초 우거진 오갈피농장

 

 

두포리오갈피 농장은 연천 금가락지에서 파주 방향으로 약 30km 지점에 있다. 임진강을 따라 가다가 법원리 방향으로 꺾어져 3km 정도가면 오갈피 농자에 도착한다. 곧바로 포병부대 바로 옆에 있어 때로는 사격을 하는 총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두포리 농장은 청정남 아우의 밭인데 내가 관리를 해주고 있다. 3년 전 오갈피나무 천주를 심었는데 이제 어느 정조 자라서 뿌리를 내리고 키도 제법 컸다. 제초제를 일체 살포하지 않아 매년 잡초들의 천국이 되고 만다.

 

 

 

 

해마다 잡초의 종류도 달라지는데 금년에는 개망초 천국이다. 개망초꽃이 지고 씨앗을 맺을 찰나인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씨가 맺히기 전에 베어내야 내년에 덜 돋아날 텐데.

 

응규와 나는 번갈아 가며 예초기를 돌렸다. 내가 예초기로 풀을 깎으면 응규가 낫으로 오갈피나무 주변의 나무를 베어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낫질을 했다.

 

 

 

 

나는 예초기로 풀을 깎다가 깜짝 놀랐다. 전에 미나리가 돋아났던 습한 지역에 웅덩이가 몇 개 파져 있었기 때문이다. 멧돼지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웅덩이는 마치 연못이나 참호처럼 푹 패여 있다. 아마 녀석들은 땅을 헤집고 지렁이를 잡아먹는 모양이다.

 

 

 

우리는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8시에 잠시 쉬기로 했다. 배도 고프고트렁크에서 아내가 싸준 밥을 꺼내놓고 그늘 밑 길바닥에 거적을 깔았다. 박스를 엎어서 밥상을 만들고 그 위에 식은 밥, 상추, 김치, 풋고추 놓고 아침 식사를 했다.

 

 

 

 

이거 식은 밥 먹기라더니 일도 식은 밥 먹듯이 쉽게 해야지.”

도사가 따로 없군. 길에서 밥을 먹으면 도사가 아닌가? 하하.”

당근! 그런데 식은 밥이 정말 꿀맛이네!”

시장이 반찬 아니겠어.”

 

응규와 나는 죽이 맞는 친구다. 식은 밥을 먹고 나서 커피를 한잔하고 곧바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장마가 몰려온다고 하더니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덥다. 온 몸에 땀이 푹 고여 든다. 쉬지 않고 일을 하고나니 9시 반이다. 12시경에 끝날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일 삼매에 젖어 엄청 열심히 하다보니 의외로 빨리 끝났다.

 

 

 

 

두 사람 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다. 목이 탔으나 가져온 물을 이미 다 마셔버려 어쩔 수가 없다. 두 사람 다 새벽 같이 나오느라 지갑도 없다. 그런데 마침 위 밭에 누군가 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밭주인 아주머니다.

 

안녕하세요? 더운데 수고 많으십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물을 좀 먹을 수 없을까요?”

, 저 위에가면 약수가 있어요. 들어가시어 마시세요. 물맛이 좋아요.”

 

마음씨가 아주 고와 보이는 아주머니는 팥을 심는다고 했다.

 

물맛이 아주 좋네요. 토마토도 아주 잘 익었군요.”

, 따 잡수셔요.”

 

아주머니는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팥을 심으며 토마토를 따먹으라고 했다. 어찌나 덥던지 시원한 물을 보자 응규와 나는 러닝셔츠를 입은 채로 물을 껴 얹었다. 배속까지 시원했다.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잘 익은 토마토 두 개를 따서 건네주며 먹으라고 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집은 짓지 않으세요?”, 지어야지요. 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여기게 작은 갤러리를 짓는 게 소원인데 집안 사정 때문에 자꾸만 늦어지네요.”

딱 좋은 장소인데요. 작은 갤러리를 이 약수터 근처에 지으시고 저 아래 터에다가는 타샤의 정원같은 정원을 만들면 아주 어울리겠어요.”

당근이지요! 앞으로 그렇게 하려고 해요.”

 

우리는 토마토를 우지우직 씹어 먹으며 밭을 둘러보았다. 꽤 좋은 장소다. 그 밭 아래 우리 오갈피농장이 있다.

 

선생님도 여기에 집을 지이세요. 그래야 어울리지요.”

하하, 그게 이 밭은 우리 소유의 밭이 아니라 저희들은 일만 좀 거들어 죽 있어요.”

, 그러세요.”

 

응규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주머니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요.”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농담이 아니고 정말입니다. 뭐든지 그냥 받아들이고, 뭔가를 주려고 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입니까? 오늘 물도 잘 마시고, 토마토도 잘 먹고 갑니다.”

, 또 오세요.”

그럼 수고 하세요.”

 

 

응규는 느낀 대로 말을 하는 진솔한 사람이다. 우리는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오갈피농장을 떠났다. 목이 타는 자에게 갈증이 가시도록 생명의 물을 먹게 해주고, 거기에다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토마토까지 주시는 아주머니가 고맙기 그지없다. 천사가 따로 없다. 이렇게 마음에 걸림이 없이 작은 선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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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7.24 23:26

    첫댓글 '마음에 걸림 이 없이 작은 선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곧 천사다' 크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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