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467
천자문084
동봉
0313있을 존存
0314써 이以
0315달 감甘
0316아가위 당棠
0313있을 존存
있다, 존재하다, 살아있다, 싱싱하다
안부를 묻다,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하다
보살피다, 살펴보다, 보존하다, 보전하다
편안하다, 문안하다, 관리하다, 관장하다
생각하다, 그리워하다, 가엽게 여기다
마음이 향하다, 쏠리다, 달려가다
세우다, 설치하다, 이르다, 다다르다
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등등
멍커孟軻Mengke(B.C371~B.C289)는
유명한 말을《孟子》에 남겼습니다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逆天者亡
"하늘天을 따르는 자는 살存 것이요
히늘을 거스르는 자는 죽을亡것이다."
이는《明心寶鑑》<天命篇>에도 나옵니다
나는 어려서 이 대목을 읽을 때
하늘이 도대체 뭐길래
하늘의 소명이 과연 무엇이길래
하늘을 따르는 자와 거스르는 자를 놓고
이렇게 편가르기를 하는 것일까 하고요
나중에 나는 '하늘'은 어떤 신神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바야흐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 있을 존存자는 아들 자子 부수로
천거할 천/있을 존侟과 통하는 글자입니다
게다가 홀로 머물기도 하지만
있을 재在자와 동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뜻의 있을 존存이고
있을 재在인데
둘 다 푸른 하늘一에
머리를 두고 있는 존재丿며
이는 때로 직립丨의 사람이기도 하고
때로 서 있는 초목丨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가 어떤 존재이든
반드시 공간一을 점유占有丿해야 하고
동시에 시간丨을 배태胚胎丿하지 않고는
머물러 있을丿 자리一가 없고
모습을 보여 줄 짬丨이 없습니다
따라서 존存이든 재在든
그들에게는 시공간丨一이 함께 있어야지요
우주一丨는 이처럼 시공간입니다
공간이 반드시 가로형이고
시간이 꼭 세로형이어야 하는 법칙은 없으나
우리는 표현의 편의상에서
가로一를 공간으로 생각해내었고
세로를 시간으로 그리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이 세로로 흐르던가요
시간에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에 중력의 법칙은 없지만
늘 위 아래丨로 시간을 표현해내고
확장의 법칙이 공간에만 있는 게 아닌 데도
공간을 그릴 때 세로丨보다는
늘 가로로, 수평一으로 표현합니다
이 시간丨과 공간一을
기하丿로서 점유한 어떤 것을 존재라 합니다
존재存在에는 존存과 재在가 있습니다
존存은 아들 자子를 둠으로써
기본적으로는 사람입니다만
존재의 본질
바탕을 얘기하고 있으며
재在는 흙 토土를 둠으로써
기본적으로는 대지이지만
존재의 본질 그 바탕이 머물
시간과 공간 곧 그릇세간器世間입니다
나와 너는 재在가 아니라 존存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다른 이들도
공간을 점유하고
시간을 배태한 물질은
그것이 비록 아주 작은 원자라 하더라도
또는 아주 큰 우주라고 하더라도
이는 존存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들 존存이 머물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는 시간과 공간이 재在입니다
원자가 있는 시공간은
원자가 머물 만큼의 시공간일 것이고
우주가 있는 시공간은
우주가 머물 만큼의 시공간일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존재存在라고 했을 때
단순하게 '존재'로써 끝내지만
이처럼 존재라는 존재에는
그 존재質가 존재할 수 있는 여건器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을 때
존재가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일요법회 기도를 시작하기 전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어 마시려다가
문득 찍힌 날짜를 보게 되었습니다
상단 뜯는 곳에 2016.04.08이란 날짜와 함께
시간까지 정확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보통은 이 날짜와 시간이란
상온常溫을 배경으로 했을 때입니다
만약 냉장고에 보관했을 때는
상미기간嘗味期間이 좀 지나더라도
마시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찍힌 날짜와 시간보다 늦으면
아무래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께름직하게 느껴지면 버릴 수밖에요
여기서 이른바 우유라는 존재가
우유라는 존재로 존재가치를 지니려면
그의 존재기간이 지나지 않아야 하고
그의 존재가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
머물던 공간이 어디냐를 따지게 됩니다
그의 존재가 상온에서였다면
그가 아무리 아깝다 하더라도
존재가치를 지닐 시간이 지나버렸으니
사정없이 폐기처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우유팩을 보이며 물었습니다
"어때요? 이거 날짜 지난 건데 괜찮을까요?"
옆에 있던 불자님이 팩을 들여다보더니
"스님. 팩이 차가운 것으로 보니
냉장고에서 갓 꺼내신 것 맞지요?"
"맞아요. 방금 꺼냈는데~"
"아유! 그러면 그냥 드셔도 돼요
겨우 이틀 밖에 안 지났는데요 뭘!"
나는 우유를 따서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맛있게 마셨습니다
존存의 존子이 존存하기 위해
재在라는 환경土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재在라는 환경土도
환경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자 한다면
반드시 존存이라는 존子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진공眞空이라는 재在가
진공이라는 가치를 지니려면
그 진공이라는 '재在' 홀로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합니다
반드시 묘유妙有라는 존存을 배태할 때
재로서 진공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요
붙박이별恒星Fixed Star도 없고
떠돌이별行星Planet도 없고
달별衛星Satellite도 없고
혜성도 운석도 우주먼지도 없고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도 없고
수소도 헬륨도 없고
질소도 산소도 없고
어떤 원자 어떤 원소도 없이 존재하는
그런 우주를 상상해보셨습니까
세상에 그런 우주는 없습니다
우주宇宙가 시공간Time-space을 뜻함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달랑 시간과 공간만 있고
그 시공간 속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런 시공간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세상에 그런 시간은 있을 수 없고
그런 공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엊그제 학우등사學優登仕의
'우優'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근심憂 없는 넉넉함優은 있을 수 없다"고요
묘유妙有 없는 진공眞空은 진공이 아닙니다
이는 '거짓 빔假空'입니다
내가 말하는 '거짓'은 가짜가 아니라
몰가치沒價置, 곧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0314써 이以
한문에서 이 '써 이以'자만큼
많이 쓰이는 한자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회의문자로 보는데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더러 있습니다
이는 연장을 이용하여
밭 가는 모습을 본 떠 만들어졌습니다
써 이以자의 다른 글자로
써 이㠯자가 있고
써 이㕥자가 있습니다
낌씨介詞인 '써 이以'자의 용례用例는
생각보다 많은 까닭에 소개는 생략합니다
써 이以자는 2개의 사람 인从자에
가운데 점丶을 찍은 형태인데
예전에 소른 칠 수 없는 형편에서는
소 대신 사람이 쟁기를 메어 밭을 갈았지요
사람이 끌 작은 쟁기丶를 가운데 두고
쟁기를 끄는 사람卜과 밭을 가는 사람人
이들을 표현한 것이 써 이以자입니다
0315달 감甘
'달다'라는 표현은 오미五味 중 하나지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입니다
이 가운데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인데
옛문헌에 따라 맛으로 넣었습니다
특히 중국의 문화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감을 좋아하고
또는 사방에서 중앙을 호위하는 것을 즐겨
오방문화를 발전시켰지요
따라서 중앙에 단맛을 놓고
사방에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을 두었습니다
단맛은 맛의 중심입니다
약방의 감초甘草라 하는데
감초가 맛을 중화시키는 중심이며
다섯 가지 맛의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달 감甘자는 초두머리艹아래
입 구口자를 놓은 글자로
이는 입맛口에 맞는 약초艹를 뜻합니다
0316아가위 당棠
아가위는 산사山査나무 열매로
'산사자山査子'라고 합니다
산사나무를 산앵도山鶯桃나무라고도 하고
팥배나무棠梨라고도 하는데
나는 식물에 대한 견해가 많이 앝습니다
나무 목木 부수에 들어있는 글자로
나무 목木자가 의미값이고
오히려/숭상할 상尙/尚이 소릿값입니다
혹은 '소경구목小冂口木'이라 하지요
아주 자질구레小한 데서부터
크고 넓고 높고 먼冂 데 이르기까지
발없는 사람의 말口이 천리에 미친다 하여
언어의 힘Power을 얘기합니다
그 힘은 감당시甘棠詩에서 엿보입니다
입 구口자와 나무 목木자가 만나면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본 뜬
지킬 보保자와 같은 뜻을 지닙니다
그러나 혹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亻이 없으면
어리석을 매/치매 매呆자가 됩니다
치매呆는 나뭇가지木 끝에 올려진
달랑 단 하나의 열매口처럼
바람의 방향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고
언제 새나 곤충의 습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아가위나무에 설마 그럴 일이야 없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감당시로 칭송할 만한 장한 인물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당시는《詩經》에 나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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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어着語
거수공 래수공去手空來手空
가는 손이 비어있음이여
오는 손도 비어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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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