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展示에서] 정병경.
ㅡ봄의 상징ㅡ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으니 싱그럽다. 꽃으로 대변되는 어머니를 새봄을 맞아 다시 새겨본다. 명사名詞보다 동사動詞로 여겨져 쉼없는 움직임의 상징이다. 따뜻한 어머니의 품에서 보낸 소년시절이 그립다. 7남매를 보살피며 길러낸 어머니의 사랑을 어디에 견줄까.
명심보감 효행편에서 태공이 이른 말이다. "내 자신이 부모에게 효도하면 내 자식이 또한 나에게 효도한다." 라는 구절을 상기한다. 사언고시 천자문天字文보다 소학小學 내ㆍ외편을 먼저 읽어야 한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인성이 중요하다. 때늦은 후회가 소용 없지만 생전에 계실 때 효를 행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부모에 대한 효는 인과응보가 따른다고 여겨진다. 철없던 시절에 어머니에게 학용품 산다며 거짓으로 용돈을 타낸 일이 다반사이다. 어려운 살림살이 이어가느라 가슴앓이 한 어머니이다. 심지 깊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못난 자식으로서 이제서야 내 스스로를 질책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늦게나마 모시게 되어 보답의 기회가 온 셈이다. 매일 눈을 마주하며 아침밥상에서 대화를 나눈다. 세월이 지난 후 추억으로 남을 소중한 시간이다.
ㅡ전시장으로ㅡ
'글과 사진展 우리 어머니'를 주제로 전국 각 지역 '하나님의 교회'에서 특설 전시 중이다. 김선우 여수향우회 운영위원장의 초청으로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 전시장에 전용한 광진문화원장과 함께 네 명이 나선다. 전시장 입구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영상으로 먼저 전시 과정을 보여준다. 총 5개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어 관람하기에 용이하다. 10년에 걸쳐 꾸준히 전시하고 있는데 그간 87만여 관람객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한다.
어머니의 소탈한 웃음과 소가죽 같은 손등을 보니 감동이 일어난다. 자식의 잘못은 무죄이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죄의식으로 수심이 가득한 어머니 표정에서 모정에 대한 깊이를 느낀다. 뼈만 남아 앙상한 가슴에 박힌 응어리는 무엇으로도 뽑지 못한다.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되내이며 전시장을 돌아본다.
글과 사진이 감동 포인트이다. 기성 문인 김혜초와 박효석 등 감성어린 글이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놓는다. 한 소녀가 여인이 되고 어머니로 바뀌면서 영원불변의 이름으로 새겨진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솔로몬 명판정에서 모정에 대한 지혜로움을 발견한다.
내 어머니가 세상의 어머니 모습이며 전시장 사진 속 어머니와 같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섰다가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돌아선다. 94년 째 자식들을 바라보며 세월에 빛바랜 내 어머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신다.
날마다 소멸되어가는 것도 잊은채 또래와 함께 지내기 위해 내일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하신다. 평생 부르던 자식들의 이름은 점점 지워져간다. 일본 큐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다니며 보낸 소녀 시절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하신다. "이시하라 키미코" 라고! 해방을 맞아 외가의 가족 모두가 고향인 경북 경산에 왔지만 친구 없는건 물론이고 언어 소통도 안 된다. 두문불출하면서 지낸 소녀의 시절은 추억이 없다.
평생 고락으로 흘린 어머니의 눈물은 배를 띄워도 된다. 이젠 흘릴 눈물이 없는건지 감성까지 사라진걸까 무덤덤한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유년 시절로 돌아가는 어머님 모습이 안타깝다. 혼자 독학하며 한글을 깨우쳐 의지력으로 사회에 적응한 어머님께 시 한 수 올린다.
"소녀의 이름표는
날개에 접어두고
세월의 때가 묻은
주름진 양쪽 손등
어둔 밤
숯덩이 가슴
지우개는 어디에."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