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는 1932년생으로 일제강점기에 국민학교 교육을
받아서인지 내가 어릴 적 가나다라... 한글을 배울 때
일본어 기초를 같이 가르켜 주셨다.
몇 단어씩 생활 속에 들은 일본어가 조금은 익숙했던 이유로
제2 외국어를 선택했던 학창 시절도 있었다.
성인이 되어 일본에 아는 지인을 만날 겸 여행을 했을 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려 한다.
일본 현지의 지인의 아는 사람은 일본에서 꽤 잘 나가는
대기업의 엘리트급이라는 나이 든 남자가 식사를 초대해서 가게 되었다.
나의 간단한 인사 정도와 아는 몇 개 안 되는 단어는 별 쓸모가 없어
식사만 하고 있었는데 듣다 보니 그 일본남자는 한국인을
아직도 일제 강점기 시대의 사람들로 치부하고 일본의 잘난
우수성을 자랑질을 하는 게 조금씩 들리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해서 통역할만한 옆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듣고 느낀 게 딱 맞았다.
확인하고 나니 갑자기 열불이 나서 음식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한국사람도 몇이 있었으나 이무도 개의치 않고 있었다.
이유인즉 원래 별종으로 대화가 안 되는 종류라고 한다.
목구멍에서 차오르는 열변을 다시 머릿속으로 일본어로 변환하는 게
내게는 벅찬 일이었으나 까짓 거 하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일본이 아직도 반성은커녕 당신 같은 생각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무시한 것에 사과를 요구하며 두서없이 들이댔다.
그러자 화가 난 일본남자는 알아들을 수없는 말을 소리높이고
나가버렸다. 그러자 나로 인해 분위기는 칙칙해져 버렸다.
그 이튿날 지인을 통해 다시 연락이 왔다.
다시 식사를 사겠다고 어제 사과를 요구한 사람을 꼭 동행해 달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난 하고 싶은 말을 더 해주지 못해 아쉬웠던 차였기에
사전을 찾아 대충 벼락공부를 하고 나가서 못된 일본인의 생각에 반박을 쏟아내 주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일본남자는 뭔가 곰곰이 생각하며 조용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댔다.
고개를 들고 하는 말은 , 솔직히 한국인이 너무 부럽다고 한다.
일본인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전혀 없는데 반해
한국인은 누구나 국가를 아끼고 국가를 지키려는 힘이 대단하다면서
연속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한다.
그 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느껴질 정도의 뿌듯함이 밀려왔던
기억이 요즘의 한일 간의 여러 문제를 바라보면서 새삼 생각된다.
물론 일본인 중에도 제정신인 사람도 있고
대한민국 국민 중에도 못된 일본 놈보다 더 못된 작자도 많은
작금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고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으니,
우리는 바르게 깨어나서 쓰레기 더미에서도 장미꽃이 피어나게
나를 가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