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아련한 추억
양파 한개를 들고 나와 한겹씩 벗겨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며 유세를 떨던 그 때 그 친구는
아버지에게 걸려 짚고 다니던 작대기로 두들겨 맞던 그 친구에게
지금 양파는 어떤 의미일까?
기억은 할까? 아마 자신이 맞았던 일이기에 기억하지 않을까?
난 왜 지금도 양파만 보면 그 친구가 생각이 날까?
한 동네서 자랐지만 서로 소식은 모른다.
오늘은 자색양파를 한단 사다가 심었다.
모종값만 해서도 7만3천원이나 들었다.
100여개만 있으면 되서 어제 사러 나갔더니 모종을 파는 가게 두군데가 다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늘 나가는 길에 화순장에서 모종을 샀다.
자색양파는 일반양파는 한단에 5천원 하면서 자색양파는 만원을 달라고 했다.
나누어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많은 줄 알면서도 그냥 만원을 주고 샀다. 뭐 땅이야 만들어 심으면 된다.
오전에 수업을 하고 점심 약속장소로 갔다.
참 반가운 분들, 허브와 야채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로 점심을 사겠다고 해서 판 벌린 사람이 사기로 했다.
오늘 판은 내가 벌렸다.
점심을 먹고 가내 서재필 생가에 시화전을 보러 가기로 했다.
가내마을에 처음으로 찻집을 오픈했다고 해서 차를 마시고 가기로 했다.
커피라떼를 주문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고선 깜짝. 시내 일급호텔 커피수준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온 커피는 내가 집에서 타 먹는 수준도 안 되었다.
아무말 않고 그냥 마시고선 돔으로 된 방을 구경했다.
멀리에서 오면 모를까. 돈 주고 하룻밤 들어가 쉬기는 대원사가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거기서는 밥을 해 먹어야 했다.
여자들이 집을 떠나고 싶은 이유는 내 손으로 밥을 안 챙기고 그냥 쉬고 싶을 때이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서 내 손으로 먹을 것 챙겨해 먹기는 좀 그랬다.
차한잔 정도면 모를까?
그냥 얼굴 쳐다보고 웃는 것이 좋을 뿐
초당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초당을 보고 한 수
까치밥
초당 담너머로
감이 익어간다.
망일봉 능선에
둥근달이 떠오르고
서재필 태어났다는
초당지붕 위로 까치가 난다
4대선조의 시로 시사전을 펼치고 있어 구경을 하고
맑은 햇살아래 햇살보다 더 맑은 웃음으로 함께 한 도반들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갔다.
자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나는 부랴 서둘러서 복내로 갔다.
오늘 이쪽에 왔을 때 하지 않으면 시간과 기름값 들어서 다시 와야 한다.
양파 두룩 남은 것 100여포기 심고 동쪽 짜투리 땅을 새로 두둑을 만들었다.
모종을 남겨 두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풀과 지렛다같은 것을 치우고 두둑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혼자 하려니 더 더디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뭐 하면 되지?
그렇게 두둑 만들어서 모종 남은 것 다 심고 정리하고 보니 시간이 5시 35분이었다.
그래도 할 일을 다 했다.
마당가에 핑크색 장미가 피어 있어서 된서리 맞을까봐 두 송이 잘라왔다.
동국 역시 한가지 잘라왔다. 향이 참 좋다.
내비가 안내해 주는대로 오니 그래도 6시 30분쯤 집에 도착을 했다.
전화를 했더니 남편이 나와 있으면서도 주차 공간을 안 만들어 주어서 잠시 헐! 했지만 내가 이해해야지 어쩔 것인가.
하루를 참 알차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