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이대로는 안된다②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각종 산업의 규제완화 움직임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형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 동안 사회적인 공공성을 기반으로 배타성을 확보하고 있던 전문자격사 시장에 본격적인 개방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이 현실화 되느냐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둘러싼 정부와 관련단체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데일리팜에서는 신년을 맞아 약국 부분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쟁점과 향후 추진과정을 전망하고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점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추진 배경과 전망 ②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찬반논리 및 문제점 ③ 해외 전문자격사 시장 현황 및 약사회 대응 ------------------------------------------------ | 복지부·약사회 Vs 기재부·KDI, 대국민 서비스 놓고 이견
일반인 약국개설과 일반약 약국 외 판매로 대변되는 약국 부문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은 약국 시장의 경쟁 강화가 가져올 여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사안이다.
기획재정부와 KDI는 약국 시장의 개방이 경쟁을 촉진해 서비스 품질 향상과 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반면 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과도한 영리추구 활동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약국 시장의 진입을 억제하는 것은 소비자를 희생시키겨 기존 공급자를 보호하는 진입장벽을 공고히 하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 동안 약사들만으로 구성된 약국 시장이 대국민 서비스를 외면한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과 국가 사무의 아웃소싱 성격을 보장하기 위해 유지해 온 면허제도를 정부가 스스로가 부정하고 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 사이에서는 대자본의 이익을 대변한다거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말들까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기재부-약사회, 동일한 헌재 판결 놓고서도 다른 해석
기재부는 지난 2008년 발표한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 방안'에서 2002년 헌재 판결을 예로 들며 실제 서비스만 전문자격사가 제공한다면 비전문자격사가 전문자격사를 고용하는 등 비전문자격사의 영업을 금지할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헌재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구 약사법 16조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요지를 통해 "약국의 개설 및 운영 자체를 자연인인 약사에게만 허용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약사회는 당시 헌재의 판결은 일반인의 약국 개설을 허용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약국법인이 설립될 수 있느냐에 대한 결정으로 헌재는 오히려 일반인의 약국개설 허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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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법인 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헌재의 판결 요지 | 실제로 헌재는 기재부가 제시한 대목에 이어 "입법자가 약국의 개설 및 운영을 일반인에게 개방할 경우에 예상되는 장단점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의 결과, 약사가 아닌 일반인 및 일반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입법형성의 재량권 내의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를 근거로 약사회는 "헌재의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일반인의 약국법인 참여 문제로 확대해서 일반인이나 일반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는 문제까지 정부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약국 대형화 통한 대국민 서비스 향상" vs "동네약국 지원 우선"
기재부나 KDI의 약국 시장의 개방 추진의 근간에는 현재 약국 시장에서 소자본으로 구성된 영세약국이 주류를 이루면서 대국민 서비스가 저하되고 약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도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영세약국은 환자들이 요구하는 처방의약품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고 설사 구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재고부담이 상존하고 있으며 1약사 근무로 무작격자 의약품 판매 등 위법행위에도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KDI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약사 1인이 보조인력 없이 약국을 운영하는 경우가 전체의 38.9%, 보조인력 1명을 고용한 경우가 34.2%로 전체의 74.1%의 약국이 약사 1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진입규제를 완화해 대기업 등 대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약국의 영세성으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서울대의대 권용진 교수는 지난해 12월 선진화 공청회에서 "약국의 판매독점권 및 약사들의 개설독점권은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 해소하는 게 좋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약사회는 약국 시장의 외부 자본 유입을 통한 대형화 유도는 동네약국의 접근성과 의료사각 지대를 보완하는 공익적 성격을 철저히 무시한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동네약국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동네약국을 적극 지원하고 재고부담을 완하시킬 수 있는 성분명처방 등을 고려해야 할 사안이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동네약국을 죽이기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의 영세성과 재고부담에 대한 해소방안이 필요하다면 현행 제도 하에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도입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약국에 투입된 대자본은 반드시 상응하는 수익을 원한다"
KDI 윤 연구위원은 대자본의 약국 시장 참여를 주장하면서 처방조제가 주를 이루는 의약분업 하에서 약사의 직업적 윤리가 약국 소유자의 의도에 따라 억압받을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은 약국 시장에 대자본이 투입되면 상응하는 이익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의약품과 관련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구매를 유도할 소지가 있다는 말로 환원된다.
이에 대해서는 약사회 뿐만 아니라 의협 역시 대자본이 투입된다고 해서 조제업무와 복약지도에 경제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며 오히려 이윤추구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이 대형화된다고 해서 투입자본 대비 수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오히려 무리한 대형화는 수익 창출을 위한 부정적 행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의협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허물면 불법조제, 무리한 약 판매 등 부작용과 약육강식, 지역간 불균형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약사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대형화를 전제로 한 약국 시장 재편에 따라 기존 개설약사들이 근무약사로 전활될 경우 약사 면허가 자본에 의해 잠식되면서 전문가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의무가 퇴색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약사회나 복지부가 일제히 영리법인 약국이 허용되더라도 이를 약사들만이 참여하는 합명회사 수준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역시 약사의 직업윤리를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약국이 운영될 있다는 판단이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역시 최근 실시한 '외국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자격사 제도 연구와 정책방안'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 있어 자격증주의 외에 국민과 사회를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다른 어떠한 대안이 있는 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사연은 "영리사업체와 달리 전문직은 타인을 고용해 타인의 노동으로 대가를 산정할 수 없고 오로지 전문직 종사자의 직접적인 노동에 대한 공적인 대가산정과 지불에 의한다는 것이 경제적 자율권의 특징"이라고 규정했다.
일반인 약국 투자 허용, 10년의 의약분업 근간 '흔들'
대자본의 약국 시장 참여로 인해 가장 크게 우려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일반 자본을 위장한 제약사 및 도매업체, 의료법인 등의 자금이 약국에 유입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다져온 의약분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투자라는 형식을 빌려 의약분업 하에서 금지하고 있는 제약사 및 도매업체, 의료기관의 직영 약국 개설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의원이 공개한 병원들의 직영 도매업체 운영현황 등을 근거로 약국 시장의 대자본 유입이 가져올 약국과 의료기관, 제약업체 등과의 결탁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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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회는 약국 개설에 일반 자본 투입이 허용될 경우 제약사나 도매상, 의료법인 등이 직영하거나 관리하는 약국이 개설돼 약국이 특정 의약품의 단순 판매처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나 KDI측은 대자본 유입에 따른 의약분업 훼손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은 채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강행코자 하고 있다는 것이 약사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KDI 윤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공청회에서 이미 일반인의 (불법적) 약국 지분 참여는 자주 관찰되고 있는 사안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대해서는 복지부 김충환 의약품정책과장은 "대자본이 약국시장에 유입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특히 도매, 제약 등의 자본이 들어오면 공공성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인 약국개설 허용 국가, 일부 약국체인이 시장 독점"
기재부의 일반인 약국개설 허용 추진은 약사회나 복지부 뿐만 아니라 건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보건의료의 공공성 훼손을 이유로 강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가 제시한 Anders Nell(2005)의 논문에 따르면 앞서 일반인 약국개설을 허용한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서비스 개선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일부 약국체인업체가 약국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일랜드의 경우 지난 1996년 일반인 약국개설을 허용하면서 공급자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01년 3개의 약국체인이 전체 시장의 85%를 잠식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노르웨이 역시 약국체인과 도매상 동합이 추진된 이후 2004년 3개 그룹이 시장의 97%를 독점하는 등 일반인의 약국개설 허용이 소비자나 정부에 별 다른 이득이 가져다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히려 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75%가 전문성과 상업적 이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응답이 도출됐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건강연대는 "비약사 약국개설이 반드시 가격하락과 서비스 개선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입증되고 있다"며 "오히려 시장의 독점과 상업적 이윤추구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건강연대는 "시장을 일반인과 대자본에 개방하면 저절로 소비자의 후생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단편적이고 관료적인 판단"이라며 "기재부가 자본의 이익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세약국 시장 재편, 일반약 약국 외 판매와 공존
일반인 약국개설 참여와 함께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의 또 다른 한 축인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역시 가격경쟁 등의 시장경제 논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KDI는 일반인 약국개설로 인한 약국 접근성 저하 우려에 대해 "소비자의 접근성 유지를 위해서라면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약품을 일반 소매점으로 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영세한 약국시장의 재편으로 동네약국이 사라진다면 다빈도 일반약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토록 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유지하자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비록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의약품 재분류의 시스템화를 전제로 한 일반 소매점 판매약 개념의 신설을 주장했지만 사회적 여론을 감안하면 일반약 약국 외 판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와 복지부는 일제히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한 약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의약품 오남용 및 안전관리 등을 이유로 일반약 약국 외 판매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약사회는 KDI측이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한 외국 사례를 들면서 사실상 의약품으로 보기 힘든 제한적인 약국 외 판매 허용 사례까지 포함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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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회가 제시한 유럽 주요국가의 일반약 약국 외 판매 현황(독일의 경우 약국이 아닌 일반소매점에서도 구입이 가능한 자유판매약이 있으나 그 범위가 차(tea), 천연 약초로 제 조한 건강보조제, 영양제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며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의약품으로 볼 수 없는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 약사회의 설명이다.) | 일례로 KDI는 독일의 경우 약국약과 약국 외에서도 판매가 가능한 자유판매약이 상존하고 있다는 자료를 제시했지만 이는 범위가 차, 천연약초로 제조한 건강보조제, 영양제 등으로 엄격한 의미에서 의약품으로 볼 수 없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국민건강은 장사의 대상이 아니다"며 "가벼운 질환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국민 건강이 훼손되는 것과 중증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에 차이를 두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복지부 김충환 과장 역시 "안전성 면에서보자면 약과 독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보건의료 분야에 경쟁논리가 함부로 들어와서는 국민건강을 해치게 된다"며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