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6. 28
최근 한국연금학회·한국인구학회·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주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출산율 변화를 반영한 국민연금 전망은 충격적이다. 2090년 재정 안정 목표(1년 치 지급 연금액 적립)를 달성하려면 내년에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9.38%(현재 9%)로 올리거나, 내년부터 2042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경우 22.4%까지 높여야 한다. 이는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 때 나온 적정 보험료율(16.02%)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1999년 이후 9% 보험료율로 운영되다 보니 국민연금 재정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현재 보험료율이 18%인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그대로 방치하면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공무원연금은 30% 이상, 사학연금은 40% 이상으로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루 1400억원, 1년 기준 50조원이 넘는 미적립 부채가 쌓였다. 이것도 최소로 잡은 수치다. 1045조원 국가 부채가 발생한 공무원연금·군인연금, 2029년 수지 적자로 전환되는 사학연금까지 고려하면 총체적 난국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70%가 대상인 기초연금 재정 부담은 지방정부 부담을 빼고도 2018년 11.9조원에서 2027년 29조원으로 3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올린 기초연금을 이번 대선에서는 얼마나 올리자고 할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민간 운영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수준인 8.33% 보험료를 걷으면서도 수익률이 고작 1∼2% 수준이다.
상황이 절박함에도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무조건 더 주자고 한다. 젊은 층 월급보다 많은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수급자에게도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을 주자고 한다.
후안무치한 접근에 정부도 별 차이가 없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의 1045조원 국가 부채는 확정 부채가 아니라며 걱정 없다고 한다. 2019년 국가 부채 산정 때는 꼼수로 부채 규모도 줄였다. 2018년 가정을 그대로 쓰면 국가 부채는 1150조로 늘어날 것이다. 15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도 국가 부채가 아니라고 한다. 국가가 국민의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 국가 부채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국민연금 부채는 국가 부채가 아니라면 누가 이 빚을 책임지는가.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겠다는 뜻인가.
독일은 세금을 걷어 연금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설명은 사실 왜곡이다. 독일은 지난 40∼50년 동안 연금 보험료 부담이 우리의 2∼5배 수준이었으나 연금 지급액은 한국 수준이었다. 독일은 2004년 출산율 하락, 평균 수명 증가, 경제성장률 하락처럼 부정적인 요인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연금을 삭감하는 자동안전장치를 도입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하니 2∼3달 치 지급 준비금으로 굴러간다.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생길 때는 정부가 빌려주고 원금은 갚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를 두고 연금 지급이 법으로 보장됐다고 왜곡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일본도 연금 자동안전장치를 도입했다. 일본 후생연금은 2115년이 돼도 연금 1년 치를 지급할 돈이 있다. 1959년 이전까지 공무원이 보험료 한 푼 내지 않았던 일본 공무원연금은 2015년 부담과 급여 지급이 일반 국민과 똑같은 연금제도로 개편됐다. 일본이라고 반발이 없었을까.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답이 있다. 중요 회의 발언 내용이 모두 공개되다 보니 꼼수 부리기가 어렵다.
2020년 5차 공무원연금 재정 계산 결과를 일부 공무원만 알고 있는 우리와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대목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의 구조 개혁을 서두를 때다.
윤석명 / 한국연금학회장·리셋 코리아 연금개혁분과장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