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파꽃처럼 몽실거리는 담배 연기를 뿜던 종태 아저씨가 몹쓸 병에 걸려 연기 따라 가셨단다
무엇 때문인지 무슨 병인지 묻지 않고 동네 텃밭은 소란한 눈물만 고랑으로 쏟아냈다
똑순아, 아저씨가 젖는다
모종처럼 나란히 비닐포 사이를 파고들 듯 눈물 고랑을 내던 아저씨가 텃밭에 스며든다
비와 텃밭은 사람의 고랑에 스미는 시절
빗소리가 요란할수록 귓가로 쏟아지는 사람들이 하염없이 고랑을 타고 흐르고 있다
☞ 시에 아픔이 담겨 있다. 후둑후둑 비가 운다. 종태 아저씨의 텃밭에서 비가 운다. 몹쓸 병에 걸려 돌아가신 종태 아저씨의 기억이 운다. 비가 운다. 울어 넘치더니 고랑을 타고 흘러간다. 시는 아픔이지만 이 아픔이 별이 되게 하는 일이다. 독자들에게 스며든 시가 종태 아저씨를 별이 되게 한다. 시는 교감이다. 비가 울지만 비가 그치고 난 후에는 아름다운 별이 밤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고랑
금별
고추 모종 비닐포에 후둑후둑 비가 운다 굵어가는 새골댁 머위대 위에도 등불 환한 안성댁 파꽃 위에도 텃밭에 꽂아 둔 종태 아저씨 삽자루 위에도 비가 운다 채송화 올망졸망한 초등학교 복도에서도
머리에 가방을 이고 교문을 뛰어나가는
똑순이 귀에서도 비가 운다 파꽃처럼 몽실몽실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뿜던 종태 아저씨
몹쓸 병에 걸려 연기 따라 가셨단다 동네 텃밭에 소란한 눈물이 고랑으로 흐른다 똑순이와 아저씨가 모종처럼 나란히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