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373 술회述懷 37 괴사怪事 괴상한 일
세사족가괴世事足可怪 세상 일 괴이한 것 하도 많아서
심중하일울心中何一鬱 마음속은 어찌 그리 답답한가?
사구득은영似鉤得恩榮 갈구도 같은 것 은영恩榮을 얻고
여현조숭얼如弦遭崇孽 활줄 같은 이 큰 죄를 당한다.
세사개이감世事皆以甘 세상일은 모두 달게 여겨야 하는데
긍향방인설肯向傍人說 즐겨 옆 사람 향하여 말하랴?
추옥우천인僦屋又倩人 집 빌리고 또 사람도 빌리니
두문부문설杜門復捫舌 문 닫고 다시 혀도 깨물자.
면회초사장緬懷楚些章 초楚나라의 사些라는 글 생각하니
불각성오인不覺聲嗚咽 목이 메여 우는 소리 깨닫지 못하겠네.
고래경직자古來勁直者 예로부터 굳세고 곧은 사람은
개관립명절蓋棺立名節 관 뚜껑 덮고서야 명절名節이 드러난다.
돌돌차양미咄咄且揚眉 혀를 차더라도 우선 눈썹을 펴고
막수시운얼莫愁時運臲 시운時運이 어긋남을 근심하지 말자.
세상에는 기괴한 일이 많으니
어찌 가슴속 한구석이 답답하지 않으랴.
갈고리로 걸듯 은혜와 영화를 꿰차고
한 밤중에 날벼락을 만나기도 한다네.
세상사 모두 그러려니 감내하면 되지
그걸 꼬치꼬치 옆 사람과 얘기해야만 하나.
세 들어 사는 집에 또 잘 생긴 사위까지 들이더니
문 닫아걸고 다시는 말도 않는다네.
오래전에 읊던 초사楚辭의 혼을 부르는 구절을 생각해보니
목매인 울음소리였는지도 알지 못했네.
예로부터 지조가 굳은 사람은
관 뚜껑을 덮어봐야 명예와 절개가 드러난다네.
괴이하다 놀라거나 눈썹 치뜨고
때때로 운수가 사납다며 근심하지 말지니.
►‘활시위 현弦’ 초승달(음력8~9일 밤의 반달)
►숭얼崇孼 큰 재앙災殃. 날벼락 ‘높을 숭崇’ ‘서자 얼孼’
►긍향肯向 옳다고 여기는 바. 그렇다고 이야기할 바
►천인倩人 (남에게) 부탁하다. 의뢰하다. ‘예쁠 천, 사위 청倩’
►문설捫舌 말하지 않음 ‘어루만질 문捫’
►초사장楚些章 초楚나라 사부辭賦 가운데 초혼招魂의 구절句節.
►경직勁直=경직硬直. 강하고 곧음
►돌돌咄咄 괴이怪異하게 여겨서 놀람 ‘꾸짖을 돌(탈)咄’
►‘위태할 얼臲’ 위태危殆함. 不安함
●<초사楚辭>
<시경>과 함께 중국 고전문학의 큰 기둥이다.
초나라 방언으로 쓰였으며 전한 때에 유향이 편집하였다.
굴원의 시와 그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구성되어 있다.
►특징
<초사>는 3자가 기저를 이루고 있으며 낭송적인 작품으로 시와 산문의 중간 형태이다.
<초사>는 굴원을 비롯한 귀족들에 의하여 창작되었으며
정열과 낭만으로 상상의 세계를 펼친 장강 유역 南方 문학의 정화精華라 불린다.
문체의 명칭으로서의 ‘초사’가 갖는 특징은
2자와 2자, 3자와 2자, 3자와 3자 사이에 ‘혜兮’자를 두는 <구가>의 구법句法
또는 ‘혜’자 대신에 구 사이에 ‘지之’ ‘이以’ ‘이而’ 등의 조자助字를 넣고
무운구말無韻句末에 ‘혜’자를 두는 <이소>식의 구법이다.
또 <초혼>에서는 ‘사些’자 <대초>에서는 ‘지只’자를 구말에 두고 있다.
그 밖에 편미編尾에 ‘난亂’이라는 몇 구 내지 20구 가량의 종편사終編辭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초 회왕의 충신 굴원의 <이소>와 25편의 부 및 후인의 작품에다가
자작 1편을 덧붙여 전한의 유향이 16권으로 편집하였다고 하며
후한 때에 왕일의 <구사九思>를 더하여 모두 17권이 되었다.
현재 전하고 있는 <초사>의 가장 오래 된 판본은
왕일이 주석을 붙인 <초사장구楚辭章句> 16권이다.
그 내용은 왕일의 옛 책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것이 아니며
주희의 <초사변증楚辭辯證>에 의하면 남송의 진열陳說이 연대순으로 다시 배열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