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행소혜(好行小慧)- 조그마한 지혜 쓰기를 좋아한다.
중국은 인구 13억의 초강대국으로 군인 숫자가 무려 300만이나 된다. 중국의 청년들은 당연히 병역의무를 마치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뜻밖에도 중국 청년들은 병역의무가 없다. 300만 군인 전부가 자기가 지원해서 군인이 된 것이다. 중국에서 말단 병사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신체검사가 까다로워 안경만 써도 군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그만큼 군인이 되기를 원하는 청년이 많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중국 청년들은 군대 가기를 좋아할까? 중국에서는 군대를 마치고 나오면 그만큼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공산당 가입도 쉽고, 공무원이나 경찰이 되기도 쉽다.
한국 청년들은 군대 가기를 싫어한다. ‘신성한 국방 의무’라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데 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러 가기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일까? 군대 가는 것을 청년들 사이에서는 “군대 끌려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동년배의 모든 청년들이 다 가면 덜 억울할 텐데. 주변에서 합법을 가장해서 빠지는 청년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더 억울한 것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람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사람보다 평생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던 것도 여성들의 강력한 이의 제기로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군대 갔다 오면, 정말 남는 것이 없다. 각종 고시나 교원시험 등에서 여성 합격자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도 남자들은 군대생활이라는 학업 중도에서의 단절이 공부에 크게 지장을 주기 때문에 시험을 치면 여성들보다 불리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강해졌으니 사병들도 지원제로 바꾸어야 한다. ‘신성한 국방의무’라는 위선적인 말로 빠질 사람 다 빠지는 판국에, 백 없는 일반 서민들의 아들들에게서 아무런 대가 없이 노동력과 시간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 징병제를 하지 말고 공무원이나 교사, 국영기업체 등에 취직하려는 사람은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 군대에 가려고 다투어 지원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징병제를 폐지하고 직업군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직업군인이 돼야 책임의식도 있고 전투력도 강해질 수 있다. 2년도 안된 짧은 군대 생활로는 군인으로서 갖추어야 될 전술에 숙달될 수가 없다. 오늘내일 하고 제대만 바라는 병사들에게 무슨 전투력이 있겠는가?
신체적 결함 때문에 군대 생활도 못 한다던 사람들이 지금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관, 장관, 국회의원, 대학 총장, 국영기업체 사장 등등 못하는 것이 없다. 얼마 안 가서 국방부장관까지도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이 맡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하면서 대한민국에는 성공했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일수록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이 더 많은 것은 어째서인가? 대부분 눈치 빠르게 잔머리를 잘 굴리기 때문이다.
깨끗한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청문회에 나와서 인사 검증을 해 보면, 고위 공직에 오르려는 사람들일수록 온갖 얄팍한 꾀는 다 쓴다. 바르게 깨끗하게 사는 사람 가운데서 발탁되어 국정을 올바르게 수행해야 하는데, 얄팍한 꾀 쓰기의 명수들이 고위직을 다 차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밝지 못하다.
공자(孔子)의 이런 말씀이 논어(論語)에 실려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종일토록 옳은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일 없이 얄팍한 지혜나 쓰기 좋아한다면 곤란하다.(群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 평범한 사람들이 얄팍한 꾀를 부려도 문제가 있는데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 정의(正義)에는 관심이 없고 얄팍한 꾀나 쓴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는가? 임명된다고 해도 일하기는 정말 곤란하지 않을까? *好 : 좋아할 호. *行 : 행할 행. *小 : 작을 소. *慧 : 지혜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