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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포병학교 세풍훈련장 내 사격지휘소에서 사격요구를 접수받아 사격제원을 산출하고 있다.(사진 위) 포반장이 거리상한의를 이용해 사각을 점검하고 사격준비를 완료한다.장성=정의훈 기자 |
“사격임무! 포대 효력사!”
전 포대장이 사격에 임한 포대원들에게 6문을 동시에 쏘라는 효력사 임무를 하달하자 각 포반장이 곧바로 이를 받아 외친다. “포대 둘 발! 장약5호!”
이어 사격제원을 하달받은 각 사수가 구호를 외치며 곧장 움직임에 들어간다. 105㎜ 견인포 2문에는 고폭탄 탄두와 장약5호를, 155㎜ K-55 자주포 4문에는 고폭탄 탄두와 장약3호를 장전한다.
편각 제원을 바탕으로 방향포경과 전륜기의 좌우 방향을 조작해 포신의 사격방향을 고정한다. 이어 거리상한의에 사각을 장입하고 육중한 포신을 사격할 고각으로 들어올린다. 마침내 전 포대장의 수기가 번쩍 올라갔다. 포반의 사격준비가 완료됐다는 뜻. 각 포의 포반장 수기도 준비 명령신호에 따라 일제히 따라 올라간다.
전 포대장의 “쏴!” 명령과 함께 포반장의 수기가 동시에 내려오자 방아끈이 당겨지고 6문의 대포에서 일제히 굉음과 붉은 화염을 내뿜었다.
이처럼 사격임무 지시를 받은 후 수동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절차를 거쳐 실제 포 사격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통상 4~11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육군포병학교 289포병대대 3포대는 다르다. 그들의 시간은 평균 1분 4초. 가히 ‘달인’의 수준. 야전부대에서는 화포의 방열과 사격의 ‘최고’로 이들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89포병대대는 포병학교에서 전술훈련과 포탄사격에 관한 교도지원을 임무로 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3포대는 포탄 실사격을 전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임무수행 능력이 뛰어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많이 쏜다’는 데 있다. 1년에 6분의 1에 해당하는 ‘60일’을 실사격한다. 휴무일을 제외하면 4일에 한 번꼴이다. 날짜만 많은 것이 아니다. 양도 많다. 1일 120발이다. 야전의 1개 포병대대가 1년간 사격하는 양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5000여 발에 달한다. 이는 전 군의 교육용 포탄의 30%를 소화하는 양이다. 개인별로 보면 복무기간 동안 최소 100번 이상의 포탄사격 훈련에 참여하는데 야전 부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김상현(대위) 3포대장은 “물론 실사격 위주의 교육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빙긋 미소를 보였다.
많이 쏜다고 달인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비법’을 요구하자 3포대원들은 “사격 훈련마다 사격절차와 행동요령을 명확하게 지켜 반복 숙달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답을 내놓았다.
화포는 그 특성상 개인이 혼자서 운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또 원거리에 있는 보이지 않는 표적을 직접 보고 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사격하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방렬’이란 것이다. 포신을 사격목표 방향과 고각상으로 표적 지역에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1밀(mil), 0.1초 단위의 사격제원 산출도 이때 이뤄진다. 1밀은 360도를 6400으로 나눈 값, 또는 1㎞ 떨어진 곳의 수직 1m 높이의 각도로서 0.056도다. 1밀의 각도는 얼마 안 돼 보이지만 실제 포탄이 떨어지는 수십 ㎞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정확도가 생명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까닭에 3포대장과 전포담당 문종욱 중사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포탄이 발사되는 순간까지 5개 분과의 유기적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5개 분과란 화포로 타격해야 하는 목표물을 찾아내는 ‘관측’, 관측반으로부터 받은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사격지휘’, 사격지휘소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가지고 실제로 포를 쏘는 ‘전포’, 현재 포대가 위치하고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측지' 그리고 각 분과를 하나로 이어주는 ‘포병통신’을 뜻한다. 이들 분과는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고 최대 6㎞ 떨어진 곳에 위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3포대장은 “5개 분과가 얼마나 호흡이 맞느냐에 따라, 또 분과별로 얼마나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포탄 사격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문 중사는 포 사격만 5년째 담당하고 있다. 그는 “3포대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해 달라는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임무수행 중 일치된 호흡을 자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옆에 있던 포대장은 “포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맡은 분과 임무에서는 최고라는 것을 서로가 인정하고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사격지휘소로부터 받은 제원을 토대로 포신의 좌우 방향을 조정하는 이원준 병장은 사격지휘소로부터 제원을 듣는 순간 포신의 좌우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인 방향전륜기를 몇 바퀴 돌려야 한다는 것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말했다.
또 사격지휘를 담당하는 임희성 병장은 “처음 부대에 와서는 기존 기상 제원의 샘플을 계산해 사거리와 편각의 영향을 고려한 사격지원을 산출하는 데 40분 이상이 걸렸지만, 이젠 5분이면 충분하다”며 “원래 10분이 합격선”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아직 미숙하다”고 실토하는 관측담당 김솔 이병은 “수없이 많은 반복 숙달훈련과 함께 개인 시간에도 표적지역의 지형지물을 머릿속에 그린다”며 “소리만 들어도 정확한 좌표에 포가 떨어진 것을 아는 선임들처럼 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3포대장의 말처럼, 포대원 각자의 정확한 행동 하나하나가 표준 행동ㆍ모델이 될 수 있고, 군의 전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해병대원을 포함한 전군의 모든 포병 간부가 교육 중 3포대를 거쳐 가기 때문이다. 3포대장은 “포대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며 이를 들려주었다. “아마추어를 우리 스스로가 용납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전투프로, 달인다운 자부심의 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