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벗고 분홍원피스..'삐약이' 신유빈의 힐링여행
피주영 입력 2021. 08. 09. 07:00 수정 2021. 08. 09. 07:06
여자 탁구대표팀 '막내 에이스'
도쿄올림픽 10대 에너지 발산
제주 여행길에 손으로 하트 만든 신유빈. 정시종 기자
"응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국가대표 신유빈(17·대한한공)을 지난 6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그는 '올림픽 기간 고생 많았다'는 인사에 이렇게 답했다. 신유빈은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32강 탈락)에 나섰고,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과 함께 단체전(8강 탈락)에 출전했다.
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톡톡 튀는 10대 에너지를 발산하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실력이 느는 게 보여 '막내 에이스'로도 불렸다.
사복 입은 신유빈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정시종 기자
신유빈은 5일 도쿄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는데, 곧바로 가족과 함께 제주도 가족여행을 떠났다. 올림픽 경기와 준비로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아버지 신수현(49) 씨가 딸을 위해 준비한 '힐링 여행'이었다. 휴가를 떠나는 신유빈은 평소 '탁구 신동'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밝게 웃는 신유빈은 연분홍색 원피스에 흰색 카디건, 샌들, 그리고 버킷햇으로 포인트를 준 패션을 선보였다. 아담한 분홍색 캐리어도 눈에 띄었다. 트레이닝복과 운동화를 벗은 그는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공항에서 신유빈을 알아본 일부 시민들은 "탁구 여신" "올림픽에서 너무 고생 많았다"라며 박수를 쳤다.
방역복 입은 신유빈. [사진 신유빈 인스타그램]
신유빈은 도쿄로 출국하던 날 방역복을 입고 공항에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생애 첫 올림픽에선 과감하고, 근성 있는 플레이로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베테랑들을 무너뜨렸다. 개인전에서 '탁구 도사' 니샤리안(58·룩셈부르크)과 대결해 이겼고, 단체전 16강에선 오른손이 없는 나탈리아 파르티카(32·폴란드)와 접전을 벌였다.
신유빈은 단체전 8강 네 번째 단식 2세트에 독일 에이스 한잉(38)을 상대하다 테이블 모서리에 팔꿈치가 쓸려 피가 났다. 신유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치료하고 다시 나와 이 세트를 듀스 끝에 잡아냈지만, 아쉽게 게임은 1-3으로 패했다. 이날도 신유빈의 오른 팔꿈치엔 올림픽 훈장 같은 밴드 2개가 붙어있었다. 신유빈은 "까다로운 선수들과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이들과 상대한 게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경험 삼아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강호를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한 신유빈. [뉴스1]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신유빈은 경기를 즐겼다. 승부에 연연하기보단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25일 여자 단식 64강전을 마친 뒤에는 인터뷰에서 발랄하게 "엄마 아빠, 한국 가면 마시멜로 구워 먹자"고 했다.
그는 올림픽 막바지인 지난 5일 공식 유튜브 채널 '삐약유빈'을 개설했다. 첫 영상에는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는 모습을 담았다. 공항에서 식사하고, 쇼핑을 하는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신유빈의 유튜브 구독자는 8일 현재 3만7500명을 넘어섰다. 신유빈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닭발과 곱창 그리고 간장게장이라고 밝혔다. 귀국한 신유빈에게 무슨 음식이 가장 먹고 싶냐고 물었다. 신유빈은 망설이지 않고 "간장게장이 가장 먹고 싶다"며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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