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인가? 파괴인가?
대구시 동구 불로동고분군 탐방로사업의 실체
아~ 대구시민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흙길을 잃었습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장 오병현
지금 바야흐로 걷기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제주올레에서 불어온 걷기 열풍은 걷기매니아들까지 만들어냈고, 이제는 자연스런 문화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와중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부작용 중에 하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탐방로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사실인데, 이러한 정부주도 탐방로 사업의 특색을 잠깐 살펴보면 민간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친환경적인 개발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 하드웨어 개발, 즉 토목-건설공사로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예산우선의 원칙으로 이루어지며, 탐방로 조성이후 운영, 관리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전혀 없어 방치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대구는 다른 지방에 비해 이런 정부주도의 탐방로 개발은 크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데 지금 우려할만한 사업이 불로동 고분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시 동구 팔공산 자락 불로동에는 4~5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10여개의 고분이 고즈넉한 마을처럼 천오백년이상의 비바람을 버티고 모여 앉아있다. 그 시대 세력가들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 고분들사이로 사람 한 명 정도가 지나다닐만한 오솔길이 그림처럼 나있다. 아니 나있었다. 그리고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이 고즈넉한 고분군 사이 오솔길을 대구올레 팔공산 6코스로 지정해 대구시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었고, 이 길은 인공이 더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로 대구시민들에게 인기가 매우 좋았던 길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불로동 고분군은 불로동 고분군 탐방로 사업이란 이름으로 이 아름다운 흙길을 인위적으로 넓히고(원래 있던 잔디를 그대로 다 벗겨내고) 포크레인과 트럭들을 동원해 그 위에 박석(돌덩어리)을 덩어리째 까는 공사를 하고 있다. 물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단장하고 나면 보기가 좋고 사람이 다니기에 더 좋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적인 트레일 운영 추세와 전국적인 분위기로 봐도 원형의 상태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뛰어난 브랜드 가치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정 심의에서도 '원형이 보존되어 있는가, 그렇지 아니한가'가 가장 핵심 사안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구시와 동구청, 그리고 문화재청에서 ‘삽질’하고 있는 이 공사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가고 있으며, 대구가 가지고 있는 관광자산중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자산중 하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깊게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중 하나가 예산이 내려왔으면 다 써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있다. 그렇다면 내려온 예산을 다 쓰는 것은 중요하고, 문화유산이 파괴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가 된다. 예산은 다 못쓰면 반환하거나 이월하면 된다. 그런 사안과 문화유산보존의 문제는 비교 대상이 될 수없다고 본다. 그리고 예산은 무엇을 위해 쓰는가? 보존하기 위해 예산을 쓰는가, 아니면 돈을 들여 우리의 자산을 없애는데 쓰는가, 땅파고 하지 않아도 될, 아니, 해서는 안되는 자연환경에다 콘크리트 바르고, 박석을 깔고, 방부목 설치하고, 데크깔고 전망대 설치하고 등등 이런 행위들은 모두 파괴의 다른 이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의 정부도 인터넷에서 ‘낭만파’가 아닌 온 국토를 공사현장으로 만들어 ‘가카는 땅만파’로 불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구에서도 이 무모하고 대구시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문화재 파괴행위가 문화재 보존이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더 이상 ‘공무(公務)’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시민들이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시민사회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서 우리들을 구해주는 것도 기다릴 수 없다. 시민들이 지역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나갈 때 이것이 진정한 시민민주주의이고, 지방자치일 것이다.
지난 8월 말 한국길모임(전국의 트레일 운영단체모임,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등 20여개)이 서울에서 발족하였다. 국내 트레일의 원조인 지리산둘레길과 제주올레에서는 이런 보존을 빙자한 파괴행위의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제 대구에서도 불로동 고분군 탐방로 사업을 시작으로 자연의 가치를 보존하고 있는 길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지켜야한다. 추분이 지난 가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했고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도 감탄을 마지않았던 대구의 아름다운 길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끝으로 제주올레 서명숙이사장님의 말을 인용하고 끝을 맺을까 한다. 참고로 2010년 4월에 고분군과 단산지를 잇는 6코스 개장행사를 할 당시 서명숙이사장님을 초청해 강의도 듣고 같이 걷기행사를 했었다. 그때의 이야기이다.
“ 행사전날 미리 도착해서 복잡한 시내를 관통하면서 대구 시민들이 참 불쌍하구나, 생각했다. ~ 이곳에 과연 올레길이 가능할까, 다음날 만난 대구올레 6길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 수십개의 고분을 끼고 도는 길은 굽이굽이 곡선이었고, 길들은 온전히 흙으로 덮여 있었다.~ 그 길(불로동고분길)에 접어든 순간, 나는 숨가쁘게 질주하는 21세기 현대인이 아니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삼국시대의 아낙으로 훌쩍 되돌아갔다. 그 길에서 나는 끝없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머, 공간만 아니라 시간 이동까지 가능한 길이네. 백 투 더 퓨쳐야, 이건!“~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서명숙)
이런 길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려 한다. 대구에 올레라는 이름에 걸맞는 길을 내달라며 대구에서 '올레'라는 이름을 마음껏 써도 된다고 흔쾌히 허락하셨던 서이사장님을 다시 만나면 면목이 없을 것만 같다. 대구광역시 동구 불로동 고분군길의 명복을 빈다.
▽ 2011년 2월 공사이전 모습
▽ 2011년 9월 27일 불로동 고분군 탐방로 사업 중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 간사 박효진입니다.
지난 한국 길 모임 발족식때 처음 인사를 드렸었는데요,
대구올레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온라인에서 또 처음 글을 올립니다. 반갑습니다! ^^
함께 길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네요..
올레칼럼에 오병현 센터장님께서 언급하셨던 세계문화유산지정심의에서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핵심사안이라는데 스스로 그 가치를 낮추는 것은 아닌지,
시대를 역행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제2의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퍼포먼스행사준비를 비롯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길 모임 트레일 관계자님들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려요~~^^
그럼, 남은 하루도 잘 보내시고 11월에 만나뵙겠습니다!
첫댓글 대구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군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헌데 사진이 안보이는데 저만 그런가요?
글 수정하였습니다~
혹시 아직 사진이 안보이는지요..
이런 사안에 대해서 한국길모임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한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정말 가카는 땅만 팔줄 바케 모르나 봅니다...합천해인사 소리길 한번 가보세요 ,,,환경부, 가야산국립공원,경상남도,그외 기타등등님들이 합작하여 홍류동계곡 6키로미터에 얼마나 많은 횡포와 소리없는 폭력을 가해 놓았는지.....정말 해도해도 너무 해서 저같은 무지랭이도 기절초풍했습니다.....너무나 마음이,,, 다녀온 이후 계속 아프고 슬펐습니다.....처음엔 경악했고 분노했고 욕했지만,,,지금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분명히 무얼 할수 있을것인데?????그게 뭔지??? 계속 찾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대한민국이래도 되는 겁니까?????
앞으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한국길모임 창립 역시 이런 문제를 앞서 고민하였던 만큼 이번 부산 모임에서 이 문제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시는 분들 이 부분 미리 충분히 이해하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난 기사를 보고 다시 들어와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사진이 보이지 않아서...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대구 올레만의 문제는 분명 아니라고 봅니다.
부산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