橫槊賦詩-조조(曹魏, 155~220)
삼국지(三國志)에서 ⾚壁⼤戰(적벽대전)이 일어나기 수일 전, 보름달이 휘영청 뜨고 하늘은 청명하고 양쯔강은 달빛을 받아 긴 비단을 펼쳐놓은 듯했다.
조조(曹魏, 155~220)는 흥이 일어 배 위에 큰 잔치를 준비시켰다.
문무백관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조조는 창을 가로 들고 시를 지었다.
조맹덕횡삭부시(曹孟德橫槊賦詩, 조조가 창을 비껴들고 시를 읊는다), 이 장면을 바로 '橫槊賦詩'(횡삭부시)라고 한다. '횡(橫)'은 '가로 들다'라는 동사이고, '삭(槊)'은 길이가 긴 창이며, '부(賦)'는 '시문(詩⽂)을 짓는다'라는 뜻이다.
황개가 투항하기로 되어 있고 감녕이 호응하고 있으니 이제 승리는 손안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어 보였다.
조조는 자신을 인재를 찾기 위해서라면 먹던 밥도 내뱉고 달려 나와 맞이하여 대업을 이룬 周公(주공)에 비유하면서 '단가행'(短歌⾏)을 노래했다.
통일을 눈앞에 둔 영웅의 호쾌한 모습은 千古(천고)의 명장면이다.
'산은 흙과 돌을 마다치 않아 높아졌고, 바다는 강물을 마다치 않아 깊어졌네(⼭不厭⾼,海不厭深)'라며 자신의 관용과 아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때 양주 자사 유복이 노래 중에 '달 밝고 별 드무니 날이 샌 줄 알고, 까마귀가 남으로 날아가는데, 나무를 세 번 돌아도, 앉아서 쉴 가지가 없네(⽉明星稀,烏鵲南⾶.繞樹三,何枝可依)'라는 부분이 불길하다고 말했다. 조조는 흥을 깬다면서 들고 있던 삭으로 유복을 찔러 죽였다. 지운 선생은 생전에 성재(誠齋) 대자유(大自由) 이동휘(李東輝, 1873년 6월 20일~1
------------
단가행(短歌行)은 한나라 악부(樂府)의 명칭. 장가행(長歌行)이라는 악부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단가, 장가는 소리의 장단으로 구분한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음.
對酒當歌,人生几何?
譬如朝露,去日苦多。
술을 대하니 마땅히 노래가 있어야지 인생이 얼마나 되던가?
비유컨데 아침 이슬과 같아서 가는 세월 괴로움도 많다.
[의미] 짧은 인생에서 생겨난 괴로움(愁)
▶對酒當歌(대주당가) :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함.
▶几何(기하) : 얼마
▶去日苦多(거일고다) : 인생이 짧고 잠시임을 개탄함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惟有杜康。
슬픈 노랫소리 응당 북받쳐 오르나 근심스러운 생각 잊기 어렵네.
어찌하면 근심을 풀까? 오직 두강주 뿐이라네.
[의미] 괴로움(愁)을 임시로 씻는 도구 : 술
▶慨當以慷(개당이강) : 當以는 ‘마땅히, 응당’의 의미(當以는 해석하지 말라고 하기도 함). 연회상의 노래가 격앙되어 마땅히 강개해짐. 강개는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의기가 북받쳐 원통하고 슬픔을 가리킴.
▶杜康(두강) : 최초로 술을 만든 사람. 여기에서는 ‘술’을 가리킴.
靑靑子衿,悠悠我心。.
但爲君故,沉吟至今。
푸르고 푸른 그대의 옷깃 아득하고 아득한 내 마음이네
단지 그대 때문에 나직이 읊조리며 오늘에 이르렀네.
[의미] 괴로움(愁)의 근본적인 원인 : 인재에 대한 갈망(求賢)
▶靑靑子衿(청청자금), 悠悠我心(유유아심) : 子는 ‘상대에 대한 존칭(2인칭)’, 衿은 옛날 의복의 옷깃, 靑衿은 주(周)나라 때 독서인의 복장. 여기에서는 학식있는 사람, 유생(儒生)을 가리킴. 『시경(詩經)·정풍(鄭風)·자금(子衿)』에 나오는 말. 본래 여인이 정인(情人)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나 여기에서는 조조가 재주있는 인재를 거느리고 싶은 갈망을 표현함.
▶沉吟(침음) : 본래 그리움 때문에 작은 소리로 반복함을 가리킴. 여기에서는 현인에 대한 그리움과 연모를 가리킴.
呦呦鹿鳴,食野之蘋。
我有嘉賓,鼓瑟吹笙。
사슴은 소리내어 울면서 들의 쑥을 먹는구나.
나에게는 아름다운 손님이 있어 거문고 타고 생황을 부는구나.
[의미] 자신의 인재 대우 방법 : 격이 다른 환대 보장
▶呦呦鹿鳴(요요녹명), 食野之蘋(식야지빈) : 출전 『시경(詩經)·소아(小雅)·녹명(鹿鳴)』 呦呦는 사슴의 울음소리. 蘋은 산쑥을 가리킴. 사슴은 ‘관료, 벼슬아치’를 상징하는 말. 여기에서는 타지의 인재들이 주인을 잘못 만나 걸맞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음을 가리킴. 조조는 천하사방의 인재가 일단 자신을 찾아오기만 하면 거문고, 생황 소리 높여 융숭하게 대접할 것임을 표현함.
▶鼓瑟吹笙 : 천자문에 인용됨
明明如月,何時可掇?
憂從中來,不可斷絶。
밝고 밝음이 달과 같은데 어느 때에 다 거둘 수 있으랴?
근심은 안에서부터 나오니 끊어낼 수 없도다.
[의미] 인재 등용의 의지는 달처럼 명백하나 오랫동안 이루지 못해 근심함.
▶明明如月(명명여월) : 자신의 인재 등용의 의지가 달처럼 명백하고 분명함.
▶掇(철) : 그만둔다(轍)는 뜻.
越陌度阡,枉用相存。
契闊談宴,心念舊恩。
동서로 넘고 남북으로 건너 왕림하여 서로 안부를 묻네.
고생 끝에 담소하고 잔치할 때 마음으로 옛 은혜를 생각하네.
[의미] 천하의 인재가 왕림하여 애쓴 노고를 잊지 않음.
▶越陌度阡(월맥도천) : 천하종횡을 가리킴. 陌은 동서로 난 작은 길, 阡은 남북으로 난 작은 길을 뜻함. 인재들이 전국 곳곳에서 찾아옴을 가리킴.
▶枉用相存(왕용상존) : 枉은 ‘왕림(枉臨)’. 用은 ‘以(이)’의 의미. 存은 ‘문후(問候)’를 가리킴. 인재들이 왕림하여 자신과 함께 함을 가리킴.
▶契闊(결활) : 삶을 위해 애쓰고 고생함. 오래 만나지 못함.
月明星稀,烏鵲南飛,
繞樹三匝,何枝可依?
달은 밝고 별은 성근데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가네.
나무를 세 번 빙빙 돌지만 어느 가지엔들 의지할 수 있으랴?
[의미] 자신과 약소 군웅들의 확연한 차이
▶月明星稀(월명성희) : 月은 조조 자신, 星은 약소 군웅들. 달이 밝으면 별빛이 희미해지듯 한 영웅이 나타나면 다른 군웅의 존재가 희미해짐.
▶烏鵲南飛(오작남비) : 烏鵲은 오합지졸(烏合之卒)과 같이 참된 주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무리들. 여기에서는 조조의 추격을 피해 남하하는 유비, 손권 일파들에게 종사하는 관리들을 비유함.
▶三匝(삼잡) : 삼 회.
▶何枝可依(하지가의) : 자신이 南征에 성공한 후에는 약소 군웅들 및 그의 종사자들은 의지할 곳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 함.
山不厭高,海不厭深。
周公吐哺,天下歸心。
산은 높아짐을 꺼리지 않고 바다는 깊어짐을 꺼리지 않는다네.
주공은 먹던 것도 토하며 인재를 받아들이니 천하가 마음으로 귀의하였다네.
[의미] 인재를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겸손함을 가짐. 나아가 천하를 거두어들일 배포와 도량이 있음.
▶ 山不厭高(산불염고), 海不厭深(해불염심) : 『관자(管子)·형해(形解)』에 “바다는 물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 큼을 이룰 수 있고, 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 큼을 이룰 수 있다. 현명한 군주는 인물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그 무리를 이룰 수 있다.(海不辭水,故能成其大;山不辭土,故能成其高;明主不厭人,故能成其衆)”는 구절을 차용함.
▶周公吐哺(주공토포) : 주나라 건국 초기 주공이 인재를 맞이할 때의 지극한 정성을 다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는 문왕의 아들이며, 무왕의 동생이며, 성왕의 숙부이다. 또 천하를 도우니 나는 천하에 대해 경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번 목욕할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왔고, 한번 식사할 때 세 번이나 먹던 것을 토하였으나 오히려 천하의 인재들을 잃을까 걱정했다.(吾文王之子,武王之弟,成王之叔父也;又相天下,吾于天下亦不輕矣。然一沐三握發,一飯三吐哺,猶恐失天下之士。)"라고 한데서 유래. “吐哺握發”
풀이
아침 이슬같이 찰나의 인생이 근심스럽고 괴로운 것은 조조 일신의 사사로운 이유 때문이 아니다.
천하 사방에 즐비한 인재를 빨리 등용하고 싶으나 그렇게 할 시간이 짧기에 안타까운 것이다.
임시로 술로 목을 축여보아도 근본적인 해결은 인재들을 속히 자기 휘하에 거느리는 것뿐. 마치 여인이 멀리 떠난 장부를 애타게 기다리듯.
내가 가지 못하니 편지라도 보내달라고 하던 [시경]의 구절처럼 내가 방방곡곡을 두루 찾아갈 수 없으니 제발 내 곁으로 와달라는 간절한 외침을 해본다.
또 사슴이 들판에서 쓴 쑥을 먹듯 다른 곳에 채용된 인재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있을지 몰라도 나에게 찾아오면 잔치와 노래로 격하게 환영해 줄 것을 호언 장담한다.
인재를 갈망하는 자신의 의지가 달처럼 명명백백한데도 쉽게 이루어지지 못해 근심겹다.
만약 천하의 인재들이 구름같이 몰려든다면 하나하나 풍악을 울리고 예의를 다하여 그 능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보장한다.
좋은 말로 할 때 자신에게 등용되는 편이 낫다.
왜냐면 달이 밝으면 뭇 별들이 빛이 사라지듯 자신의 능력과 권세의 우월함이 이토록 명약관화한데도 어리석게 약소 군웅을 찾아 기웃거리는 자들은 앞으로 의지할 땅조차 잃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충분히 인재가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산이 한 톨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바다가 한 방울의 물도 사양하지 않듯이 인재를 갈망한다.
성군이었던 주공처럼 인재를 바란다.
천하의 인재가 모두 귀의할 때까지 자신의 인재에 대한 갈망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