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놀라 홈즈
넷플릭스로 본 영국 드라마 <에놀라 홈즈>의 기발함에 영화 보면서 몇 번 웃었다. 미국 드라마라고 하지만 1800년대 영국 런던 사교계를 중심으로 한 <브리저튼 시즌 1>도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봤었는데 브리저튼이 대중적이고 달콤한,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옷 벗고 부둥켜 안는 가벼운 포르노성의 로맨스 영화라면, 에놀라 홈즈는 메시지 있는영화라고 하겠다.
셜록 홈즈는 영국의 추리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Doyle, 1859~1930)의 탐정 소설에 등장하는 영원히 죽지 않는탐정이다. 에놀라 홈즈는 셜록 홈즈의 여동생으로 설정되었고 실제로 에놀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몇 편의 소설이 있으며 그 중 하나가 이렇게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셜록 홈즈도 소설 속 인물인데 유명하다보니 여동생과 엄마까지 소설 속 인물로 만들어져 다른 작품에 나오는 셈이라 그 상상력이 놀랍고, 그렇게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아이디어가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에놀라가 혼자의 뜻인 Alone 철자를 거꾸로 해서 에놀라 Enola가 된다는 것. 셜록 홈즈 여동생의 홀로서기 영화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팀 버튼 감독의 아내,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에놀라의 엄마로 나오는데 영화는 이 엄마가 에놀라(밀리 바비 브라운)의 나이 16세 생일에 가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딸에게 무술도 가르치면서 혼자서 잘 살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철자 거꾸로 하여 뜻 찾거나 철자와 숫자를 연결시켜 암호를 자유자재로 풀어내는 귀재인 에놀라는 엄마로부터 이런 것을 배웠고 어려서부터 역사를 비롯하여 책읽기에 매진했으며, 그 못지않게 몸 단련하기의 중요성을 엄마와 함께 싸우며 익혔다. 작은 것에서 사건을 추리하는 셜록 홈즈의 습관이 에놀라와 유사하며 엄마에게서 훈련받은 것이라는 가정이 재미있다. 에놀라와 사라진 엄마, 가부장적인 큰 오빠, 에놀라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작은 오빠 셜록 홈즈(헨리 카빌)가 주요 인물인데, 거기에 귀족 작위 받기를 거부하는 젊은 남성이 집에서 가출하는 중에 에놀라를 만난다. 큰 오빠가 여동생 결혼을 위해 숙녀 만들기 일환으로 집어넣은 기숙학교를 박차고 뛰쳐나온 에놀라와 젊은 귀족이 엮이면서 내용이 흥미로워진다.
결국 여성 선거권의 표 확보가 에놀라의 모험이나 엄마의 가출, 젊은 귀족의 상원의원 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영국이 여성 선거권을 처음으로 갖게 된 것이 많은 영국인들의 희생의 댓가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갖게 된 국가는 1893년 뉴질랜드이고 뒤이어 1902년 호주이며, 핀란드, 노르웨이 순으로 되어 있다. 영국은 1918년, 미국은 1920년이라고 한다. 피선거권은 조금 더 늦거나 비슷한 시기이다
그러고 보면 <오만과 편견>에서 보듯 옛날에 딸만 있는 집은 딸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없어 사위를 잘 골라야 했으며, 여성의 선거권은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었으니 우리는 지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세상은 여성을 위해 할 일이 아직 숱하게 남아 있지만...
페미니즘 계통의 코믹한 영화인데 상당한 폭력이 등장하고 키스신은 없으며 스킨십은 에놀라와 젊은 귀족이 손잡는 정도이다. 영화 보면서 몇 번 킥킥거리며 웃었다. 1900년대 초 영국 시골과 런던 도심 풍경이나 의상 등이 재미있었다. 남자처럼 씩씩하게 살겠다는 에놀라의 마음이 드러나는 빈번한 남장도 흥미롭다. <여고동기 카페에서 퍼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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