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는 김시습(1435~1493년)이 경주의 금오산에 칩거하고 있을 때였던
1465~1470년(세조12년~성종 원년) 사이에 씌어진 소설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 외에
전편이 모두 몇 편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전해지는 다섯 편의 작품은 전기소설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 환상과 현실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 축을 갖추고 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신이담으로서 현실과
초월의 세계가 교직되는 서사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전대의 설화를 제재로 삼아
소설화시키고 있지만, 설화에 비해 인간의 내면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좌절과
고독과 죽음 등 인간의 세계 내 상황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 깃들어 있으며, 그것을
매개로 한 현실 반영이 그것이다.
인귀교환설화(사람과 귀신의 교제)의 범주에 속하는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
은 이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귀신과의 사랑을 현실에서 성취하며 죽음을 통해 저승으
로까지 이어가기도 한다. 신선설화인 <취유부벽정기>는 천상선녀와의 허무하고도
황홀한 하룻밤을 보낸 홍생이 초월의 세계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죽음으로부터
해탈한다는 내용이다.
지옥설화인 <남염부주지>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던 박생이라는 선비가 남염부주의
염라왕과 만나 종교와 귀신, 정사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이야기로서, 박생은 죽은 뒤
남염부주의 염라왕이 된다. 용궁설화인 <용궁부연록>은 문사로 이름이 높은 한생이
용궁에 초대되어 3명의 신과 함께 시재를 겨루며 풍류를 즐기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
오지만,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부귀와 명예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다섯 편의 소설의 주인공들이 현실에서는 모두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초월
적 세계에서는 추앙받게 되며, 이러한 까닭에 그들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
적 삶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거나 속세를 버리고 산으로 자취로 감추는 등 초월적인 세계
로 나아간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쉽게 발견되는 것이 유교와 불교, 도교적인
색채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시습이 이 3교를 모두 숭앙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그가 소설의 제재를
설화에서 차용하면서 이야기의 플롯을 그대로 유지한 데서 오는 복합성이 아닌가 한다.
그러면 먼저 김시습의 유교, 도교, 불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그의 일생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사상적 배경을 찾아보도록 한다.
김시습 시인의 시가비를 충남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 무량사에서 보았어요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살아서는 한 사람의 죄인 되고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 되겠네.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다시 헛된 이름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惱(반고증우뇌) 돌아보니 근심번뇌만 더하니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백년 후에 이내 무덤 표할 적에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그렇게만 쓸지어다. 庶幾得我心(서기심아심) 행여나 내 마음 알아주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천년 뒤 이내 회포 알아나 주소.
첫댓글 지식과 교양을 재미로 얻는 것은 아니겠지요 늘 훈훈하십니다
김시습 시인의 시가비를 충남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 무량사에서 보았어요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살아서는 한 사람의 죄인 되고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 되겠네.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다시 헛된 이름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惱(반고증우뇌) 돌아보니 근심번뇌만 더하니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백년 후에 이내 무덤 표할 적에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그렇게만 쓸지어다. 庶幾得我心(서기심아심) 행여나 내 마음 알아주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천년 뒤 이내 회포 알아나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