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고추장불고기>
양이 많고 저렴하고 맛이 있고 창의적이고 깔끔하고 친절하고, 식당과 음식이 갖추어야 할 거 대부분을 갖추었다. 손님이 많고 먹는데 시간 걸리는 음식이라, 조금 늦게 오면 기다려야 하는 것이 속타는 것 빼고 말이다. 참 좋은 식당, 참 좋은 음식을 어디서나 만나는 행운은 한국이어서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1. 식당대강
상호 : 여주고추장불고기
주소 : 경기 여주시 가남읍 여주남로 931 1층
전화 : 031-881-1478
주요음식 : 고추장불고기
2. 먹은날 : 2024.9.3.점심
먹은음식 : 고추장불고기 17,000원
3. 맛보기
2인분을 시켰는데 4인분은 되는 거 같다. 절반 이상이 남아 어쩔 수없이 싸가지고 왔다. 애당초 3인이 2인분을 시키라고 했는데, 3인분이 아니라 4인분쯤 되는 양이다.
양도 많은데, 먹는 법도 꽤 복잡하다. 타피오카 전병에 다양한 야채와 불고기를 함께 싸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야무지게 잘 안 싸진다. 쌈은 재료가 다양해야 맛있는 법, 불고기 밑에 깔린 숙주나물까지 함께 싸려고 욕심을 내면 쌈은 터지고 국물은 흐른다.
종업원 권고대로 1회용 앞치마를 입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불고기 세례를 받을 뻔했다. 가까스로 쌈을 싸도 입안에 밀어넣기 힘든다. 잘라먹으려면 여기저기 터진다. 손에 묻고 흘리고, 식탐이 튀는 것 같은 점잖지 못한 모습이 연출된다. 품위를 잡고 먹으려면 속도가 더뎌진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한, 이렇게 저렇게 먹어도 의아한 이 음식은 음식도 먹는 법도 새로 개발된 음식이다. 한식과 월남음식이 만나 이루어진 한식의 확장이다. 창의적인 음식에 맛도 조합도 경이롭다.
한식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음식이나 주요 메뉴가 확실한 불고기라 한식의 확장이라기엔 반론이 없을 거 같기도 하다. 거기다 전채 요리로 제공되는 김치전과 보리강정도 한식이니 한식은 한식이지만 이 또한 제공되는 방법이 색다르다.
김치전은 직접 부치면 공짜, 종업원이 해주면 2,000원이다. 내가 하다가 불 조정이 서툴러 조금 탔다. 불평 못할 실수다. 다행히 그래도 맛은 좋았다. 김치가 많지 않은 김치전이 어찌 이렇게 맛이 있지?
희한한 방법으로도 어떻게든 맛을 잘 찾아낸다. 어떻게든 손님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인다.
시골 외진 곳에 있으면서도 키오스크로 대기 손님을 관리해야 할 정도로 많은 손님을 불러모으는 비결이다. 기다릴 때 나왔던 입, 그냥 가버릴까 망설이던 불만이 음식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입은 벌어지고 불만은 찬사로 바뀌었다.
손님에게 이처럼 식사에 집중하게 해서 시간이 걸리도록 하니 식사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지. 그 시간에 비례해서 손님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그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인 줄을 먹어보니 알겠다.
직접 부쳐먹는 김치전. 서비스를 요청하면 2천원이다.
소스는 샐러드소스와 된장 둘을 이용할 수 있다. 몸에 좋은 야채가 고루 나왔다.
김치는 흠잡을 데 없다. 익지 않은 생김치가 배추도 맛도 색깔도 좋다. 조그 단 것이 흐이람면 흠.
타피오카 전분. 넣은 그릇이 희한하다. 3분된 통의 한쪽에는 뜨거운 물이 담겨 이곳에 담가 먹을 수 있다.
금방 요리해 뜨거운 철판에 두껍게 양배추를 바닥에 그 위에 숙주나물을 깔고 불내 나는 불고기를 얹어 내왔다. 음식이 지져지고 있다.
탐스럽게 구운 불고기 위에 무순을 고명으로 얹었다.
고추장불고기. 간이 맞고 고소하다. 쫄깃한 맛이 좋다. 비게가 많지 않아 좋다. 쫄깃하고 맛있는 부위다. 불에 굽는 과정에서 탄 부분도 있다.
숙주나물과 양배추를 잔뜩 깔았다. 특히 숙주나물을 산같이 쌓았다. 찬성질이 있는 숙주를 쓰는 숙주문화권은 동남아인데 월남쌈의 타피오카 전병에 숙주를 많이 써서 조합은 월남쌈과 합쳐져 있다. 숙주와 고추불고기를 함께 싸는 맛은 압권이다.
역시 다른 문화권의 음식을 접촉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전국에 가득해진 월남쌈집이 급기야 한국에 이런 음식을 만들어냈다. 좋은 음식, 좋은 문화는 섞여야 되고 서로 누려야 된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에 문화 풍속 저작권은 없다. 누리는 게 임자.
중국은 김치와 한복을 자기네 것이라 하는데, 누리고 있는가. 중국인 전부 김치를 먹으면 중국식 김치가 탄생할 것이다. 누리지 않으면서 말도 안 되는 종주권만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문화의 기원설은 규명이 어렵고 큰 의미가 없다. 현재적 향유자가 그 주인이라는 현재형만 의미가 있고 확실히 주인을 말할 수 있다.
이 음식을 향유하는 사람이 한월 누구나 행복할 수 있으면 그것이 의미가 될 것이다. 좋은 음식, 음식의 국경을 허물고 있다. 누구나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흠은 밥이 안 좋은 것. 돌솥밥을 1,500원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선택하지 않았다. 잘했다 싶다. 밥까지 맛있었으면 과식으로 너무 힘들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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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남읍에 몇 번 가 보았는데 이 집은 몰랐습니다. 좋은 식당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남 가서 꼭 들러보겠습니다.
카운터에 너무 자주 오지 말라고 써 있어요. 참 특별한 식당입니다. 한번 가보세요. 좋은 식당, 좋은 음식입니다.
먹음직스럽습니다. 근처 가 볼 곳도 여러 군데 있는데 자주 가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