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교회(21.01.27)】 "평안하냐"_소부 무애장
평안하냐?
거꾸리에 소부를 거꾸로
걸어놓고 묻는다.
“평안하냐?”
고경희집사의 오빠가 떠오른다.
언젠가 거꾸리에서 떨어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던
얼른 내려 왔다.
유기농으로 키웠다는 한라봉을
수원에 사는 아우가 보내왔다.
껍질이 벗겨지질 않고
껍질이 속살과 함께 묻어 나온다.
손이 엉망이다.
“평안하냐?”
얼른 손을 씻었다.
‘평안’도 씻긴다.
저녁을 6시에 먹자하고
이웃을 초대했다.
저녁상에 올릴 메뉴가
머리를 스친다.
호박죽도 있고
포항에서 목회하는 작은 사모가
보내 온 과메기도 있다.
호박 밥을 하려고
쌀을 씻는다.
후식으로 밀가루가 없는
빵을 생각하며
호박을 손질하고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며
노른자에게 묻는다.
“평안하냐?”
5시를 넘기고 있다.
평안이 잠시 흔들리다가
빛나는 노른자에 앉아 있다.
흰자로 머랭을 만든다.
“평안하냐?”
평안이 유리그릇 안에서
부풀고 있다.
형부부가 일찍 왔다.
함께 상을 차린다.
아우네 선 샐러드를
만들어 왔다.
된장국이 다 끓었다.
함께 나누는 밥상 위로
소부의 손이 부지런하다.
손등에 ‘평안’이라고 쓴 말씀도
따라서 부지런했다.
‘평안’, ‘평안’, ‘평안’.....
상위로 ‘평안’의 복을 비는 듯
손길이 오고 갔다.
후식으로 준비한 빵과 과일까지
맛있게 먹었다며
설거지까지 거들어주고
가는 길
소부가 손을 흔들자.
‘평안’도 흔들리며 인사를 한다.
이웃들이 돌아가고
정리를 하는데
어디서 방귀 소리
코를 막으며
지화로 이렇게 썼다.
‘고소해!’
손등의 ‘평안’이라 쓴 말씀이
눈을 감고 웃는다.
자리에 누웠다.
따듯하다.
물이 추위에 얼까 봐
틀어 놓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평안’, ‘평안’, ‘평안’.....
평안한 하루가
잠이 들어도
‘평안’, ‘평안’, ‘평안’.....
카페 게시글
巢父송호일
【진달래교회(21.01.27)】 "평안하냐"_소부 무애장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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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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