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 일어난 일들
2024년 1월 1일 영신(迎新) 예배로 새해의 첫 문이 열렸다. 지난해가 너무나 힘들었기에 새해에 거는 기대는 활짝 핀 꽃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올해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두 손을 모은다. 그런데 새해의 벽두부터 이 소망의 싹은 움도 트기 전에 짓밟히고 말았다. 1월 1일 0시를 기해 팔레스타인 땅에서 무장정당 하마스가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를 향하여 20발의 로켓을 발사하여 레호보트, 네스시오나, 홀론, 로드, 모딘, 이슈도드, 스테로트가 요란한 신년이 되었다는 외신을 접했다. 이어 그날 오후 4시 10분에는 진도 7.5 규모의 강진이 일본 도야마현(혼슈) 도야마 북쪽 90㎞ 해역을 강타했다는 보도가 1면 기사를 채웠다. 다시 1월 3일 진도 5.5 규모의 지진이 도마야 북쪽 83㎞ 지역에서, 1월 4일 오후 5시 16분에는 나가타현 니가타 서쪽 125㎞ 해역에서 연이어 발생하여 이시카와현에서 13명의 사망, 가옥 붕괴와 화재 사고, 도야마현과 후쿠이현에서 부상자 속출,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신년 초 소망의 불씨는 피기도 전에 망가지고 말았다.
도미노 현상도 아닌데 그다음 날 2일에는 비행기 충돌사고로 화재가 발생하여 일본 열도를 심한 충격에 빠트렸다. 오후 5시 55분에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을 출발해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516편과 이륙대기를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DHC-8 미즈나기 1호가 지상에서 충돌하여 두 항공기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다행히 JAL-516 항공기에 탑승한 396명의 승객들은 모두 구출되어 무사했지만 DHC-8 승무원 6명 중 1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더욱이 이 수송기는 지진 지역에 피해를 당한 이재민들에게 구호물자를 실어 나르려고 이동 중이라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일본 국민들은 소망은커녕 암울한 절망의 나락에서 새해를 맞이한 것이다.
모두 내 나라 저 건너편에서 일어난 사고들이라서 그저 안타깝게만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 나라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날라왔다. 그것도 내 지역 평창에서 일어났다고 하니 어둡게 출발한 새해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1월 1일 오후 8시 41분 안전사고 문자가 핸드폰에 울렸다. 강추위와 폭설의 계절에 주의할 것을 알리는 문자이겠거니 했지만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의 한 가스충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되어 폭발한 대형 화재참사 소식이었다. 중화상을 입은 2명의 피해자는 강릉과 원주 대형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경상자 3명은 손 열상, 이마에 1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차량 14대와 주택 14채가 피해를 입었고 17명의 이재민이 고생하고 있다. 현장 감식 결과 이 사고는 가스충전소 탱크에서 탱크로리 차량으로 옮기던 가스가 누출되어 안개처럼 자욱하게 바닥에 깔렸고 결국 폭발하여 인근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안긴 것이다. 가스 주입이 끝나지 않았는데 운전자의 실수로 차량이 이동하는 바람에 호스에서 LPG가 샌 것이다. 이는 2023년 4월에도 누수 현상이 있어서 주민들이 신고하고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한 인재사고라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대한민국에서 들은 서쪽 끝 이스라엘의 전쟁 소식, 이웃 나라 일본의 대형 사고는 그냥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불과 10㎞도 안 되는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이 화재 참사가 안겨준 충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왜 소망으로 채워도 부족할 새해 첫 달 첫날부터 이런 암울한 사고 이야기가 벽두의 아침을 장식했을까? 의문의 부호가 몇 개씩 마크되고 혼돈스러웠다. 그러나 그 의미를 찾아서 내디딘 새해 첫 발걸음에 적용한다면 시작은 암울하지만 끝은 광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출발선에서 신호를 듣고 첫발을 내딛는 마라톤 선수처럼 결승선까지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예수님 시대에도 실로암에 있는 망대가 무너져 열여덟 명의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 사고를 본 사람들이 예수님께 그 의미를 물었다. 그때 주님이 남기신 교훈은 회개였다. 사고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사고가 없어서 죽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죄의 유무에 따라서 생사가 나눠진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회개하지 않으면 그런 사고를 피할 길이 없음을 알려주신 것이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5). 사고로 얼룩진 신년 앞마당에 서서 문득 심령에 울리는 메아리와 같았다. 지난해가 지치도록 힘겨웠던 날이었기에 달력 전체가 바뀐 새로운 날에는 좋은 소식만 기다릴 뿐이었지만 막연한 기다림이 되지 않도록 부족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하여 정결한 믿음으로 자신을 가꾸어 보라는 하늘의 조용한 권면이었다. 해가 바뀌었으니 좋은 일이 가득할 거라는 강력한 소망 안에는 더러워진 심령의 때를 벗겨내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예수님은 육에 속했던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면 제일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며(요 3:3), 일상에서 나타난 그 섭리를 깨달으면 하나님이 준비하신 그 나라에 참여하는 복으로 이어진다(요 3:5)고 말씀하셨다. 연초에 국내외적으로 정신 번쩍 나도록 터진 대형 사고는 회개가 필요한 이 세상에서 그 누군가 회개의 눈물을 필요로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전해주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니 나를 가르쳐 주의 뜻을 향하게 하소서 주의 영은 선하시니 나를 공평한 땅으로 인도하소서”(시편 143:10).
일본항공기에 붙은 화재
강도 7.5 강진 발원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