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안는데 주저했던 적이 있었어요.
벌써 13년이 지난,
의령 산골마을 학교 이야기네요.
12년동안
목욕탕이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는 아이였어요.
그 곳 사정이 그렇듯
부모님들은 돈 벌러 도시로 떠난다
는 명목으로 아이들은 버려진 채
조부모의 손에 키워졌지요.
버려졌다는 표현이 날카롭다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1년에 한 번도 아이들을 보러오지 않는 부모들에게
제가 쓸 수 있는 표현은 몇 없네요.
하루는 반 아이들이 저희 집에서 놀다가
자고 가고 싶다고 졸라서 그러마 했는데
그때 그 녀석도 있었지요.
환호성을 지르고 이불을 깔고
이불 속에 들어가 막 장난을 치는 아이들과는 달리
제 머리 속은 복잡했어요.
냄새는 그렇다쳐도
그 아이들의 머릿니는 정말 싫었거든요.
실은 그 순간에도 나중에 이불을 버려야하나
고민했었고요.
컴퓨터를 하며 딴청피는 내게
선생님도 어서 같이 자자는
아이들의 말에 주저주저 했어요.
아니 싫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생긴 거완 다르게
'깔끔'을 좋아했던 서울내기인지라
어쩔 수 없었던 듯 해요.
바로 그 상황 전부를
싸이월드 교단일기란에 적으며 고민했어요.
어찌해야하나. . .
어찌해야하나. . .
고민 끝에 교단일기의 마지막 문장을 적고
아이들과 이불 속에서 뒹굴었습니다.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 랑. 이. 아. 니. 다"
다행스럽게도
이도 옮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리곤 그 곳에서 제가 할 일을 찾았어요.
독특한 학급운영이었던 '때 밀어주기'.
1년 내내 주말이면 마티즈에 애들 태우고
산 2개 넘어 합천에 목욕하러 다녔지요.
짜장면도 먹고 롯데리아도 먹고.
제 삶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렵고
추해 보이고 나빠 보이는 것들에 대한 애정.
아니 애정이라 말하기엔 삶이 보잘 것 없으니
그것들에 눈. 길. 두. 기.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던 듯해요.
잘했든. . .
못했든.
그림도 그런듯 해요.
특히 에곤 쉴레가 영향을 받은
클림트 그림과 비교해보면
더 그렇더라고요.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클림트.
누군가는 사랑해야 할 에곤 쉴레.
같은 상황에서 느껴지는 상반된 감정.
피는 꽃의 생기.
지는 꽃의 바스러짐.
무엇이 좋은 건가요?
무엇이 아름다운건가요?
미와 추.
미를 위해 오히려 추를 선택한 사람들.
전 누구라도 싫어하고
먼저 이야기 꺼내기 멋적어하는,
아무도 눈길주지 않는 그것들에 시선을 던져
그려내는 schiele가 좋아요.
그의 마음씀이 애잔해요.
외설적이라 이야기되는 그의 많은 그림들도
전 그렇게 읽혀요.
아무도 이야기 꺼내진 않지만
실은 우리 안에 있는 그것.
꺼내지 않고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런 그림,
또 이런 이야기.
넌 어때?
불편해?
근데 왜 불편한거지?
제 미학관과
삶의 목표 그리고 여정이
옳다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이 모든 것이
나는 나다움을 찾는 과정일 뿐이겠죠.
근데 . . .
그 심연을 오래 바라보는 자는
그 심연을 닮아감을 주의해야 하더군요.
무수한 시간 속을 견뎌오며
삶의 상처들과 마주하며
어둠을 볼 줄 아는 용기가 생겼지만
가끔은 어둠이 되버린 건 아닌지
묻게 되더군요.
특히 밝고 맑은 방식으로
삶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볼 때면, 더욱.
그들 곁에 잠.시. 서 있다가도
'내가 곁에 서 있어도 되나. . .
비켜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털어내기 전에 말없이 자취를 감추는.
근데 이제는
저도 많이 힘들고 외로운지
아님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건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싶네요.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그 모든 일들.
자신의 삶에 그림을 그리는
삶의 모든 행위들이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라면
. . . . . .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외로운 여름과
거짓 꽃이 시들고 나서
기나긴 세월이 흐를 때
사랑은 천천히 오는 것. . .
Gloria Vanderbilt / Love quietly comes 중
그리고 그 길을
전 쉴레의 그림에서 배웁니다.
그래서 좋고요.
이 음악도 한 번 들어보셔요.
https://youtu.be/IZPj8VPtagI
첫댓글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약간 도도하게 멀찍이서
이쪽을 응시하는 눈길이
약간 내려보는 눈빛이 저의 보여주고 싶지 않는 곳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도 있네요.
아름답지 않은 아름다움.
솔직함과 자신에 대한 진솔함.
그리고 드러낼수 있는 용기.
낯선 느낌.
그렇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사람들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은걸요? ^^
욕망이 그린그림, 영화를 봤었어요.
영화랑은 다른 얘기를 담고있어서
좀 더 생각을하게 하는 글이예요.
불편한가?? 에 대해 저도 선생님과는 다르겠지만 요즘, 저에게 하는 질문이네요.
영화도 좋았죠. . .
특히 그 '새로움'을 가져오고자 하는
열. 정.
아~~ 사람들과 그림, 시, 노래 이야기 하니 참 좋네요. ^^
아름다운시절.. 참 따뜻한 이야기네요~
네, 이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살 때가 되었네요. ^^
지금 살고 계시잖아요~
울 789 머스마들.. 배구하고나면 땀냄새 장난아닐텐데,
같이 목욕탕도 가고 그러심 되것네요~~ㅋ
아이들 집에 목욕시설 다 없어지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