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요약》 유목사, 『애프터 라이프』
〇 정통 의학자로서 버지니아 의대 정신의학과 신경 행동과학 명예교수로 최고 영예인 석학회원으로 선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중요한 상을 받은 중량감 있는 분이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NDE)을 저술했습니다.
- 임사체험이란 사람이 죽음에 가까워질 때, 예를 들어 심장마비나 사고 등으로 생명이 위협받을 때 겪는 일련의 감각, 인지 및 정서적인 변화와 경험을 의미합니다. ‘임사체험’ 사례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문헌에서도 나타나고, 모든 주요 종교 전통은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며, 19-20세기 초의 의학 문헌들에서도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임사체험으로 ‘사후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생관과 가치관, 삶의 태도가 통째로 바뀌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임사체험의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전달합니다.
〇 내용요약
- 저자가 임사체험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50년 전 응급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병실에 갔더니 새내기 여대생 홀리가 이동 침대에 팔에는 튜브를 꽂고, 이동 침대 바로 옆 바퀴 달린 기계에는 가슴에 붙인 심장 감시 장치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호흡은 느렸지만 규칙적이었고,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보호자 휴게실에서 홀리의 룸메이트 수전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소개를 한 후 상황을 물었더니 기숙에 들어오니 홀리가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쓰러져 있어서 구급대에 연락해서 왔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홀리가 깨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나는 홀리의 병실로 가서 살며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홀리는 한쪽 눈을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홀리, 의사 그레이슨이에요. 정신과 팀에서 왔어요.” 홀리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몇 초 후 그녀는 조금 웅얼거리는 말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이 누구인지 알아요. 지난밤에 본 기억이 나요.” 나는 잠시 전날 밤에 홀리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전날 밤에 당신은 응급실에서 잠들어 있었잖아요. 나를 볼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녀는 계속 눈을 감은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있던 병실에서 본 게 아니에요. 당신이 소파에 앉아 있던 수전과 이야기하는 걸 보았어요.” 나는 다시 물었다. “지난밤에 수전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의료진이 말해주었나요?”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보았어요.” 그녀는 이제 조금 더 분명하게 말했다.
“선생님은 붉은 얼룩이 묻은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계셨어요.” 수전이 서성거리고 내가 선풍기를 옮겨놓은 일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홀리의 말은 나의 평소 인식 체계와는 어긋나서,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50년 동안 임사체험자 1,000명을 만났다.
= 임사체험의 특징 ① 자기 육체를 벗어나 마치 제3자처럼 자기 몸을 바라보는 경험 ② 어두운 터널을 지나거나 광속처럼 움직이는 느낌 ③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나 가족 혹은 영적인 존재와의 만남 ④ 전방 180도가 아닌 360도로 모든 방향에서 모든 것을 보는 경험 ⑤ 알고자만 하면 모든 것에 대해 안다거나 우주의 비밀에 대해 깨닫는 경험
⑥ 자기 생애 전체를 순간적으로 회상하며 그동안의 행동에 대한 정직한 평가 ⑦ 평화, 사랑, 기쁨 등 강력하게 긍정적인 감정, 혹은 공포나 외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 ⑧ 분명하고 선명하게 ‘다른 세계’를 목격 ⑨ ‘아직 당신의 시간이 아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받아 다시 육체로 돌아옴
〇 느낀점
- 30년 전 강릉과 속초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다가 물속에서 쥐가 나서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가족이라도 허우적거리는 나를 직접 도울 수 없었고, 함께 간 어린 조카는 외삼촌이 죽으면 어떻게 집에 갈까를 걱정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뒤에서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삶이 힘들 때 그 자리에 가서 살아온 삶이 보너스라는 생각을 하면서, 파도를 보면 밀려왔다가 적당한 거리에서 물러가는 파도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확신하면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 어디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새삼 느끼었습니다. 과연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고, 어떤 사람으로 보이느냐를 피어나는 목련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죽음을 경험하고 삶을 보너스로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고 싶습니다.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애프터 라이프』, 현대지성, 202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