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조림 나비효과 외 1편
리 호
501호 병실에 장기 입원중인 낙타가 갈치조림 정식을 주문했다
테니스장이 딸린 주차장에서 차들이 낮잠을 자는 사이
주차장 주변으로 강아지풀이 메뚜기와 자리다툼을 하는 사이
하얗게 암내를 풍기는 구절초는 내년에 하얀 나비를 낳을지도 모른다
130살 먹은 나무 계단이 가시를 물고 움직이는 성처럼,
-소피, 하울을 불러줘
투덜거리며 갈치를 먹는 낙타, 발라주며 꾹꾹 참는 사내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녀가 병실에 딸린 테니스장에서 천천히 트랙을 돌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알을 까는 공에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나는 법을 가르쳐줄까 가장 빨리 재우는 법을 가르쳐줄까
바람이 불면 비가 오면 천둥이 치면 길이 끊기면
장을 보는 사이 씨앗호떡을 선주문하는 사이 전화 거는 사이 파란 운동화를 내려다보는 사이
바람이 지치면 비가 지치면 천둥이 지치면 길이 안 보이면
허물 벗은 나비가 구절초에 날개를 박고 비릿한 자장가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시는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채표 후시딘을 목 주위에 발랐다 날도 더운데 까스활명수를 바를 수는 없다 영하 1도에도 기운 펑펑
샘표 조림 간장으로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샘솟는 기운으로 월요일
펭귄표 고등어조림은 우체통에 넣어두고 메모장을 남긴다
-내가 느린 게 아니야, 든든한 바다를 빠른 등기로 보내겠어
곰표 밀가루로 눈사람의 손에 장갑을 그리고
수요일은 심심해 곰 같은 애인이라도 불러야지
오뚜기표 튀김가루에 순후추를 뿌리고 핫도그를 만들 때 일곱 번째 시험을 치르고 온 녀석의 입
백설표 올리고당을 넣어 맛탕을 할 때는 최대한 나풀거리는 앞치마 공주라고 한 번만 불러 줘 전우!
해표 식용유를 물처럼 꿀꺽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
청정원표 구운 소금을 뿌려 미역국을 끓인다 국회로 납품할까
남양 요구르트를 얼리고 굿모닝, 광동표 쌍화탕을 데우고 굿나잇
리호
201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제3회 오장환문학상 신인상
제3회 이해조문학상 수상, 제4회 디카시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