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수호지 - 수호지 104
방원성으로 도망한 방랍은 성에서 문을 열어 주지 않자 성주가 배반한 것을 알고 추격한 노준의 부대에
놀라 숲으로 몸을 숨겼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방랍은 밤새껏 재를 넘어 산밑 웬 초가집에 도착했다.
방랍이 문을 두드리자 불쑥 몸집이 큰 중이 나타나더니 몽둥이로 후려치고 밧줄로 꽁꽁 묶어 버렸다.
이 중이 노지심이었다. 노지심은 방랍을 끌고 산 속 길을 걷다가 마침 노준의의 군사와 만나게 되었다.
뜻밖에 노지심이 방랍을 잡은 것을 보고 노준의는 기뻐 날뛰었다.
"행방불명이 되어 모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방랍을 잡았으니 어떻게 된 일이오?"
노지심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는 오룡령 싸움에서 하후성을 추격하다가 숲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소.
그때 노승 한 분을 만났는데, 그 노승이 나에게
'땔감도 있고 양식도 있으니 여기서 기다리다 키 큰 사내가 오면 그 자를 잡게나.' 하고 일러 주었소.
그래서 기다렸다가 오늘 새벽에 이 놈을 때려잡았소. 이놈이 방랍인 줄은 정말 몰랐소."
송강은 죽은 줄 알았던 노지심이 살아온 것도 반가운데 게다가 방랍까지 잡아 왔으니 그 기분이야
무슨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그때 노지심이 불쑥 이런 말을 했다.
"형님, 저는 이제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여생을 지내겠습니다."
송강이 너무 놀라 눈물을 글썽이며 말렸다.
"꼭 나를 떠나겠다면 차라리 동경에 있는 절의 주지로 지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
그러나 노지심은 머리를 흔들었다.
"다 부질없는 것이고, 무엇을 더 바라겠소?"
이튿날 아침에 보니 노지심은 이미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송강은 동경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출발할 때 점검한 결과 송강 휘하의 1백 8명의 두령 중 살아서 돌아가는 두령은 겨우 35명뿐이었다.
송강이 군대를 이끌고 개선하던 도중에 육화사라는 절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그때 싸움터에서 크게 다쳐 거의 폐인이 된 무송이 송강에게 말했다
"저는 동경에 가면 형님의 원수 반금년 그년을 죽여야 하는데 또 죄를 짖게 될까봐 천자를 뵈올 마음이
없으니 이 절에 몸을 맡기고 있겠습니다."
송강은 무송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많은 재산을 육화사에 바쳤다.
나중 이야기지만 무송은 육화사에서 80까지 여생을 보냈고 한다.
육화사를 떠나 개선하던 중 임충은 반신불수가 되고, 양웅은 죽고 말았다.
시천도 심한 부상이 도져 결국 죽었다.
연청이 옛 주인 노준의를 찾아와 청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주인님의 많은 은혜를 입은 몸이오나 이제는 조용한 곳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노준의가 놀란 얼굴로 연청을 말렸다.
"이제 영화를 누리게 된 때 너는 왜 떠나려 하느냐 ?"
그러나 연청은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 마음 편히 살고 싶습니다."
"송강 형님께도 그런 말씀을 드렸느냐 ?"
"아직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연청도 그날 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송강에게 올리는 서찰 한 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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