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페이터: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
“모든 예술은 끊임없이 음악의 상태를 지향한다. 다른 모든 종류의 예술에서는 내용과 형식을 구분할 수 있고, 이해는 항상 이 구분을 할 수 있지만, 예술은 끊임없이 이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월터 페이터(Walter Pater, 1839-1894)**의 유명한 말인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All art constantly aspires towards the condition of music)"**는 세기말 유럽 예술 사조를 단적으로 요약하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페이터의 저서 『르네상스』 제3판(1888)에 수록된 <조루조네 파>에 나옵니다 (1877년에 작성됨).
페이터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가상적 이성(imaginary reason)'에 작용하는 예술이 각 장르 고유의 미적 영역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각 장르가 **'타자 지향(Andre-streben)'**에 의해 다른 장르의 상태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타자 지향'의 궁극적인 대상은 바로 음악입니다.
페이터는 음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음악은 예술 속에서 전형적인 예술이자 이상적으로 완전한 예술이다.
음악은 내용과 형식이 완전하게 일치하는 예술이다.
따라서 모든 예술은 각 장르 고유의 전달 불가능한 인상이나 독자적인 방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만이 완전하게 실현하고 있는 상태로 향해 노력하고 있으며, 음악의 법칙과 원리를 찾아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음악 지상주의의 연원과 계승:
이러한 음악 지상주의(Musikdramaturgie) 사고의 직접적인 연원은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자연계의 '이데아(idea)'의 여러 단계(광물계, 식물계, 동물계, 인간계)와 유비적인 4성부 조직을 가졌다고 보았으며, '의지'의 직접적인 객관화로서 모든 예술의 왕자라고 했습니다.
쇼펜하우어 정신의 계승자들 역시 이러한 사상을 이어받았습니다.
바그너(Wagner): 종합예술론을 주장했습니다.
니체(Nietzsche): 『음악의 정신성으로부터의 비극 탄생』(1872)을 저술했습니다.
결국 영국의 비평가인 페이터와 프랑스의 시인들은 독일 염세철학의 영향 아래에 있었던 것입니다.
프랑스 상징주의와 모더니즘의 결부:
페이터의 문장이 엮이기 3년 전인 1874년, 프랑스의 시인 **베를렌(Paul Verlaine)**은 옥중에서 "무엇보다 먼저 음악을!"로 시작하는 <시법(詩法)>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상징주의 시인들은 음악을 지향하게 되었으며, **폴 발레리(Paul Valéry)**는 상징주의의 목적을 "음악의 부(富)를 탈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음악 지상주의는 20세기 모더니즘의 순수 지향과도 결부됩니다. **아폴리네르(Apollinaire)**는 『큐비즘의 화가들-미적 성찰』(1913)에서 "이 새로운 예술이야말로 지금까지 고찰된 회화에 대해서, 마치 음악이 문학에 대해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음악이 순수한 문학인 것처럼, 새로운 예술은 순수회화가 되리라"**라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순수하고 자율적이라는 것이 오히려 타 장르인 음악을 '타자 지향'의 형태로 취해야만 한다는 역설은 모더니즘 자체의 핵심에 내재되어 있던 요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