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한상훈 2단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면서 최종스코어 2:1로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한 이세돌 9단은 검토실의 견해와는 다르게 시종일관 자신이 불리한 바둑이었다며 색다른 감상평을 내놓았다.
대국이 모두 끝나고 한상훈 2단과 40분 여 동안의 복기를 마치고 일어선 이세돌 9단을 만나 소감을 들어 봤다.
바둑이 전체적으로 어땠나? 관전자 입장에서 굉장히 흥미있는 바둑이었는데?
많이 안 좋았다. 조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역전당할 기회가 굉장히 많았는데 한상훈 2단이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결승 시리즈 전체를 평가한다면?
어려웠다. 1국부터 최종국까지 초반이 모두 안 좋았다. 시작이 이상하다보니 전체적인 흐름도 매끄럽지 못했고 내용상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승이 시작되기 전 한상훈 2단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말했었는데 그런 심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해 1국을 패했었는가?
그런 것은 아니다. 바둑 내용이 안 좋아서 패했던 것 뿐이다.
한상훈 2단의 바둑을 어떻게 보는가?
전체적으로 잘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바둑이다. 좋은 성적을 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실력이다.
한상훈 2단이 앞으로 이세돌 9단이나 이창호 9단 등 정상급 기사들을 강력하게 위협할 존재라고 보는지?
글쎄, 그런 것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굉장히 뛰어난 기사지만 경험이란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선 LG배 패배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이겠다.
최종국에서 흑백 중 어떤 것을 잡고 싶었나? 만약에 한상훈 2단이 선택권을 갖지 못했다면 백을 선택했겠는가?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 상황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 한상훈 2단이 선택권을 가져가 오히려 편안 맘이었다. 어떤 것을 잡던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세돌 9단의 우승을 누가 가장 기뻐할 것 같은가?
아무래도 와이프가 가장 기뻐하지 않을까(웃음).
2008년은 세계대회가 굉장히 많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개의 대회를 우승했는데 앞으로 몇 개나 더 우승하고 싶은가?
1-2개 정도?(웃음).
가장 우승하고 싶은 세계대회는?
4년마다 개최되니 아무래도 응씨배가 애착이 간다.
지금까지 연간상금 최다기록은 2001년 이창호 9단이 세운 기록이다. 이세돌 9단이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게 된다면 그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나?
글쎄, 워낙 내가 많이 부족해서 가능할 지 모르겠다(웃음)
현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력을 몇 대 몇이라 보는가?
5:5로 대등한 상황이라 본다.
언론에선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의 관계를 많이 언급한다. 냉정히 봤을 때 올해 이창호 9단과 대결하게 된다면 얼마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작년엔 이창호 사범님의 성적이 워낙 안 좋았다. 올해 들어서 다시 제 컨디션을 찾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만나게 된다면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창호 사범님과 비교해 나는 아직도 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