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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애 머리 끈 풀어서 어깨 넘으면 가위로 확 잘라 버리세요.’ 아니,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 듣는데 정말 어이없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6월 14일, 글쓴이 아이디 ‘학생의권리’)
“조금이라도 머리가 긴 학생은 세워놓고 오리걸음을 시킵니다. 한 학생이 도중 쓰러져 구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뺏어 아버지께 전화를 하고 머리를 강제로 자르게 합니다.” (6월 11일, 글쓴이 ‘박00’)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편리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학생들은 기계의 눈으로 의해서 인권이 침해 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6월 10일, 글쓴이 ‘김00’)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생들이 올린 항의 글 내용이다. 경기도는 학생인권 침해의 우범 지역으로 꼽혀 왔다. 특히 지난 6월 4일, 수원 천천고에서 대대적인 두발 복장단속과 체벌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기도 지역 학생인권 실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수원 천천고의 대대적 두발 복장단속
수원 천천고 1학년에 재학중인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들어 보았다. 4일 아침 1학년은 운동장에서, 2학년은 농구장에서 각각 두발 복장단속이 진행됐다. 학교 규정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앉았다 일어났다’ 혹은 ‘엎드려 뻗쳐’ 등의 체벌이 이루어졌다.
당일 상황은 인권활동가들이 즉시 현장에 개입함으로써 중단되었으나, 학교 측은 7일 재검사를 실시해 학생들을 체벌했다고 한다.
현재 천천고 남학생의 두발 규정은 뒷머리를 목둘레 옷깃에 닿지 않게 하고, 옆머리는 귓바퀴까지, 앞머리는 눈썹까지의 길이로 하는 것. 천천고에서는 아침 등교시간에 잦은 두발 복장단속이 행해지고 있으며, 몇몇 교사가 수업시간에도 단속을 한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1학년 학생은 “수원 지역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두발 복장단속에서 적발되어) 허벅지에 멍이 들도록 맞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발 복장단속과 체벌 등의 문제가 비단 천천고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전누리 활동가는 “경기도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학생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경기 지역은 “비평준화 정책과 학부모의 높은 학구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 여러 인권침해가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교육청 ‘학생인권헌장’도 보류
전씨는 특히 “지난 해,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헌장’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경기도 학생인권 상황이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작년 4월, 전국 최초임을 강조하며 경기학생인권헌장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경기학생인권헌장’ 제정을 통해, 비교육적인 지도방법을 지양하며 인권존중 풍토가 조성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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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늦어도 8월 말까지 초안을 마련하겠다는 홍보와는 달리,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학생인권헌장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의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시도 교육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에서만 학생인권헌장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일단은 보류”라는 것.
경기도 교육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교육부가 작년 11월 3일 학생의 날까지 발표하기로 했던 학생인권종합대책을 폐기하면서, 경기도 교육청이 독자적으로 학생인권헌장을 제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학생인권헌장 중단은 결국 두발자유, 체벌, 야간자율학습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눈치보기의 결과”라고 꼬집으며, “그러한 무책임 속에 숱한 학생인권 침해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경기도 교육청을 비판했다.
학생체벌 문제, 교육청이 적극 나서야
인천시 교육청의 경우, 사설학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일부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했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체벌금지 조례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누리씨는 또, 지난 8월 대구에서 교사가 지각한 학생에게 체벌 200대를 가한 사건이 밝혀졌을 때 대구시 교육청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지만 일회적인 대응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학생인권 대책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에 대해 단순히 공문을 내려 보내거나 권고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교육현장을 지도하고 강제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학교 내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교사에 대한 인권교육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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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