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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est Eleven 원문보기 글쓴이: Maestro
다른화 보다
좀더 걸린 3부 입니다
연말연시라 모임에 나간다고 늦고
지난 기억을 더듬어서 쓰는데 기억하기 싫은부분이
많이 나왔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늦어졌습니다
*스크롤 압박은 지난번과 비슷합니다.
되도록 다른 브라우저나 프로그램을 저장, 종료하시고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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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짹짹
거리는 아침 새소리에 눈이 자동으로 떠집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자고 일어난 느낌입니다,
주위는 밝고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
많이 잤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엄청 이른시간에 개운하게 일어나서
신선한 아침 냄새를 크게 들이키고 나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일어나서 잠깐 멍하니 앉아있다가 세수를 합니다.
찬물에 세수를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어제 잘 씻고 잘 먹고 편안 하게 자서
그런지 얼굴에 생기가 감도는 느낌입니다.
아아오 아아오..
어제 고생한 만큼 오늘은 아침을 좀 여유있게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남은 라면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물도나오고, 사람도 없고, 자리도 넓으니 빨래를 합니다.
뭐 빨래라 해봤자 물에 몇 번 헹구고 짜서 너는게 다지만
땀냄새는 좀 빠지는 느낌이 납니다.
가져온 옷이 전부(팬티까지 포함해서) 기능성 의류라서
배수성이 좋습니다.
널고 한 2시간 있으면 빨래가 바삭바삭할 정도라서
살짝 젖은정도는
그냥 입고 자전거 좀 타다보면 말라버립니다.
가기전에 옥션에서 제일 싼걸로 사온겁니다.
빨래를 말리는 동안 자전거를 체크해 보니
스포크(바퀴살)가 한 개 부러져 있었습니다.
한국 여행때 같았으면
스포크같은건 준비를 안해갔기 때문에 아주 낭패겠지만
이번에는 스포크와 스포크렌치, 스포크 정비법 까지 숙지해 가서
오히려 뭔가 살짝 흥분되는 그런 기분입니다.
근데 제게 스포크 정비법을 알려주신
omk강남점의 오실장님 처럼
타이어를 분리 안한채로 스포크를 끼우려 했더니 절대 안됩니다.
몇 개 들고오지 않은 스포크중 한 개가 허망하게 날아가면서
오실장님의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걸 그냥 하면 우리가 어떻게 장사를 합니까?
쪼렙은 그냥 타이어 튜브 몽땅 분리해서 교체하는게
자전거와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아무튼
완벽하게 원상태로 수리를 하고 나니
아침부터 지평선 넘어로 새희망이 넘실거리는게 보입니다.
빨래도 살짝 마른 것 같으니
덜 마른 부분은 그냥 입고 가면서 말리기로 생각하고
짐을 수습하고 물통에 물도 채우고
출발 하기로 합니다.
아침에 보니 정겨워 보이는 귀여운 동상들
진작 이러지 그랬어..
햇빛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얼마 안 뭉갠거 같은데도 벌써 3시간이나 흘러
출발시간은 9시 30분 입니다.
히로시마는 64킬로 남았군요.
오늘 점심은 히로시마에 먹는걸로 결정했습니다.
점점 속도를 붙이며 달리기 시작하는데
옷이 살짝 젖어서 그런지
조금 으슬으슬한 느낌입니다.
운동장과 체육관 근처에는 쓰레기통이 아예 없길래
나와서 쓰레기 통이 나오면 버릴려고 들고 다니는데
길거리에도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때까지 오면서도 쓰레기통을 거의 못본거 같은데
길거리엔 희안하게 쓰레기도 없고 깨끗했습니다.
이런게 국민성일까요.
계속 쓰레기를 들고 달립니다.
길이 평평하고 좋은 것이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습니다.
라고 생각한 뒤부터
계속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르막길을 열심히 오르다 만난 자전거 여행하는 횽.
왠지 모를 반가움에 반사적으로
쓰레기를 들고 있던 손을 크게 들어 인사하니 화답해 줍니다.
짐넣을데가 많아보이는게 부럽습니다.
내리막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도 부러웠구요..
눈화도 있군하.
한분이 더 있었지만 그분은 못찍었고.
세분이서 여행하는거 같은데
이것도 부러운 느낌입니다.
산 중턱쯤에 휴게소 비슷한게 있길래
쓰레기를 버리려고 멈추었는데
그동안 쓰레기랑 정이 들었었는데 버리려고 보니
속이 후련했습니다.
여튼간..
간단하게 던져 넣고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하기로 마음먹고서
스피커를 연결하고 음악을 틀려고 보니
오 마이갓..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mp3 플레이어가 맛탱이가 가서
음악이 몽땅 사라졌습니다.
음악없이 달릴걸 생각하니 왠지 깜깜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달려야지요.
근데 계속 끈질기게 오르막이 나옵니다.
초장부터 오르막이 이 따위로 나오는데
막장은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 여러분 다음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두둥)
하는 다음편 예고같은 소리같은
환청과 효과음이 울려퍼지는 느낌입니다.
어린이 여러분들이 타고 있는 유치원 봉고
아마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를
개버스로 재해석한 듯 합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
다음 시간을 기대...
터널에서 빠져 나오니 내리막이 나오고
정태준은 기쁘고요
또다시 터널에 들어 갔다가
또다시 오르막이 나오는데.
터널이 자주 나오는걸로 봐서
앞으로 가는 길에 평지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는
어두운 생각을 되새김질 합니다.
열심히 오르는데
개가 쳐다보면서 짖습니다.
같이 한번 짖어주고 다시 열심히 오릅니다.
다시 내리막.
올랐다 내려갔다 하니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어제 대략 5시간 정도밖에 안잤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옵니다.
햇빛 맞으면서 노곤노곤하게 낮잠이나 자고 싶습니다.
어디 적당한 구석이 나오면 자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행이 얼마 안가서 언덕 업다운이 끝나고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여기가 이와쿠니의 시내일까요.
근데 앞에는 산밖에 안보이는군요.
탱크로리가 반짝반짝한게
뒤가가 다 비치는데 뒤에서 달리면
뭔가 최면에 걸려 버릴 듯한 느낌입니다.
근데 왠지 요 타이밍부터
대형 트럭들이 부쩍 많은 듯한 느낌에 살짝 긴장이 됩니다.
그래도 시내로 들어오니 길이 잘 닦여 있는게 매우 달리기 좋습니다.
무서운 얼굴로 목을 조르고 있는 현장.
아무래도 이와쿠니는 공업도시인가 봅니다.
굴뚝과 공장이 많이 보이고 트럭도 엄청나게 많이 다닙니다.
한국 여행때 트럭에 치인 경험이 있으니
특별히 조심해서 다녀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뭔가 멋진 풍경입니다.
어촌인 듯하면서도 어촌이 아닌 듯한 복합적 느낌
왠지 조금 더 가면 산이 아니라
바닷가를 끼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듭니다.
길은 좁고 차는 크고 정태준은 쫄고
긴장하면서 달리다보니 더욱 피곤한 느낌입니다.
적당히 달린 듯도 하니 가다가 벤치에 누워서 낮잠을 잡니다.
한 30분 가량 누워서 잔 듯한데
집중해서 자서 그런지
아주 개운한 느낌입니다.
근데
어제 밤에 호되게 당한게
이제는 아련한 유년시절의 추억도 아니건만
너무 여유를 부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속도를 좀 올려서 달려야 겠습니다.
깔끔한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공익광고 표지판 입니다.
내용은 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그런 내용인 듯 합니다.
왠지 일본 답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표지판입니다.
병원 앞인 듯 한데 자판기가 줄줄히 서있습니다.
자판기가 없는곳이 없어서 뭔가 공짜로 물을 얻으러 갈 수가 없습니다.
일단 뭔가 돈이 오고 가는곳이라면
자판기가 절대로 있습니다.
아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해안도로.
역시 해안도로가 최고입니다.
달리는 맛이 아주 일품인거 같습니다.
대략 20~ 25킬로 까지 시원하게 달립니다.
씽씽이를 불러주세요.
도로는 시원하지만
정태준은 덥습니다.
햇빛이 직통으로 내리쬐는 통에 온통 찌는 느낌입니다.
아침에 채워왔던 물은 벌써 다 마셨고
입술이 바짝 바짝 마릅니다.
자전거 주차장
어딜가나 자전거 천지입니다.
읽을줄을 몰라서 어디로 가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는 방향과는 달라서
그런 눈으로 쳐다보셔도 태워줄 수가 없군요.
다음차를 이용하세요.
여러분은 지금 광각렌즈 없이
광각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해안도로는 금방 끝나고
도시의 경계인 듯 다시
오르락 내리락
복잡한 길을 지나니 다시 쭉 뻗은 국도가 나옵니다.
도로의 초입쯤에 휴게소 같은게 나와서
음료수라도 살까 하고 잠시 들어왔습니다.
화장실에 들려서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당연히 일본말로 말을 걸면서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봅니다.
신기한게
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사이에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게
이상한 느낌입니다.
이제는 좀 익숙해진 일본어로
요럴 때 보여줄려고 만들어온 깃발을 펼쳐 보여주면서
후쿠오까 까라 도쿄마데 이키마스~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이 갑니당)
그러니 뭐라뭐라 하면서
스게~ 스고이데스네.
(것참 대단하군)
라고 하시더니
차안에 있던 껌을 꺼내 주셨습니다.
롯데 그린껌.
롯데꺼지만 한국에는 없는거라 왠지 특산품을 받은 기분이군요.
그리고 150엔짜리 음료수와 여행지도도 주십니다.
읽을 수는 없지만 대충 히로시마의 관광지에 대해서 나와있는 듯 합니다.
대충 훑어보니 2번 국도의 근처에 원자폭탄에 맞은 돔이 있는 듯 합니다.
그쪽 근처로가서 처음으로 "관광"도 해보고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해서 한컷찍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아따 길 좋습니다.
요런길만 계속 나오면 하루만에 도쿄까지도 갈 수 있을 듯한 느낌인데 말이죠
근데 햇빛이 너무 뜨거운게 안좋습니다.
다시 어딘가의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표지판을 보니 여기가 히로시마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해서 2번 국도를 따라 달립니다.
간지나게 지프를 타는 아저씨
또 아까처럼 뻥 뚫린 도로가 나옵니다.
신나게 달리는데 도로가 좋아서 그런지 옆에 차들도 좀 빠르게 달려서 긴장이 됩니다.
삐질삐질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오랜만에 듣는 빵빵이 소리가 들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왠 경찰차가 빵빵 거리고 있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합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거 같은데
내가 뭔가 잘못을 한건가.
국제적으로 지명수배라도 된건 아닐까..
중학교때 경찰서 앞에 붙어있는
의경모집 포스터가 멋있어서 띠어갈려고 하다 붙잡힌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경찰에 붙잡히니
심장이 빨리 뛰고
간이 쪼그라 드는 느낌이들면서 불안합니다.
차안에서 손짓을 으로 자전거를 좌측으로 대라는 시늉을 합니다.
내려서 다가 오더니
외국인인걸 확인하고 잠시 당황하더니
이름과 나이, 국가를 물어보고 신분증을 요구 합니다.
으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여권을 건네면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는
고꼬와 지텐샤와 다메데스.
(여긴 자전거는 안됩니다)
알고보니
여기는 자전거와, 125cc 이하 오토바이는 출입이 금지되는 "고속도로"라고 합니다.
어쩐지 차들이 빠르다 했습니다.
차칫하면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었는데
잡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이제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듭니다.
벌금을 내라고 하면 어쩌지..
설마 강제 출국이라도 당하는건 아닌가 하는
별의별 상상을 다 하면서
와쓰더메럴? 아이돈노! 플리즈! 를 연신 외치며
일본어는 하나도 못한다는 어필을 열심히 합니다.
잠시 두분이서 이야기를 하더니
뒤쪽에 보이는 출구로 나가서 일반도로로 가라고 합니다.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고속도로에서100m 정도를 역주행 해서 나가는데
고속도로라는걸 알고 나니
갑자기 다리가 후덜 거리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왠지 이것과 비슷한 느낌의 도로를 몇 번 거친 느낌인데
그곳도 고속도로였었던 것일까요.
왜 국도가 갑자기 고속도로가 되는건지
정말이지 후덜덜입니다.
무식이 죄라는 말과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동시에 와닿는 순간입니다.
왠지 나라망신을 시킨 것 같기도 하고요..
2번 고속도로에서 나오니
엄청난 내리막으로 연결되면서 신나게 내려오는데
살짝 걱정이 됩니다.
왠지 가던 길에서 엄청나게 이탈하는 느낌에다.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감도 안잡혀서
갈길을 잃은 느낌에
왠지 허망해집니다.
표지판을 보니 여기가 히로시마 인가 봅니다.
아까 받았던 지도를 확인해보고
히로시마 원폭돔을 찾아내기만 하면
다시 2번 국도를 찾아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대도시라 그런지
8차선이 반갑군요.
사람은 건널 수 없는 자전거 전용 횡단로도 있군요.
멋집니다.
은행이 보이길래
그새 물을 다 마셔서
우리나라처럼 은행에 정수기 같은게 있나 해서 들어가봤지만
보이는건 자판기..
물도 자판기에 들어있습니다.
뻘쭘해서 ATM기기 앞에서서 아무 버튼이나 띡띡 누르면서
돈뽑는 시늉을 하다
머쓱하게 나왔습니다.
후쌔드
다시 길을 갑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60년 전에 원자 폭탄을 맞았던 흔적은 찾을 수가 없군요.
여기가 어디야...
where the hell is 정태준
이건 본능일까요.
아무리 해안도로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이젠 길도 없습니다..
망연자실하게 길바닥에 앉아서
지도도 살펴보고 동작하지도 않는 GPS를 꺼내서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할지 짱구를 굴려보지만 답이 안나옵니다.
앉아있으니 또 뒤에서 빵빵이 소리가 들립니다.
앉아서 길을 막고 있었나봅니다.
펼친 지도를 추스리고 무기력하게 일어나서 길을 비켰습니다.
근데 옆에서 차를 세우더니
운전자분이 도꼬 이꾼데스까? (어디로 가는가?) 하고 물어보십니다.
일단 원폭돔을 가면 2번국도도 자연스럽게 나올테니
와따시,,, 히로시마 뉴클리어 밤 ,, 돔.. 이키마스
(저는 히로시마 원폭돔에 가고 싶어요)
하니
헤와교엔?
(평화공원)
이라고 하시길래 그게 맞는거 같아서
아! 소데스 소데스!
했더니
어쩌구 저쩌구 하시더니
대충 지도를 그려주실려고 하는데 매우 먼 거리인 모양인지
지도가 한페이지 두페이지 세페이지 넘어가서
제 머리에는 안 들어갈 내용을
넣어 주시려고 합니다.
한참 설명을 하다가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자전거를 접을 수 있냐는 시늉을 하십니다.
말안통하는 사람한테 설명해 주려고 하니 까깝하셨나 봅니다.
태워주실려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근데 작은차라서 짐까지 다 실은 스트라이다가 들어갈지 의문이었지만
쏙 들어가더군요
정말이지 놀라운 스트라이다 입니다.
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 - Enola gay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무슨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뒤에 짐을 보니 낚시를 하시다 온거 같아서
낚시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보기 위해 살짝 머리를 굴리다
피싱그 스키데스까?
(fishing 좋아하십니까?)
라고 운을 뗍니다.
이틀동안
좀 익숙해진건 있는지
단어 마지막의 G 발음도 뺴놓지 않고 해야
일본인이 알아듣는다는
사실까지 알아내버린것입니다.
정말이지 대견한 정태준입니다.
그랬더니 아까 말귀도 못알아듣던 까깝한 놈이 일본어로 뭐라고 하니
기특했는지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하시는거 같은데
전혀 못알아 들었지만
왠지 재미있는 이야기였던거 같아서
하하. 웃으면서 장단을 맞춥니다
그리고 일본에와서 처음 타보는 차라
우측에 핸들이있는게 신기한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나
한국사람이니 겨울연가를 아느냐고 물어보시는 등등..
간단한 대화를 합니다.
뭔가 대화가 완전히 이해는 안되지만
즐거운 느낌입니다.
히로시마노 이찌방 타베모노와 난데스까?
(히로시마의 최고 음식은 무엇입니까?)
같은 마치 관광객스러운 질문도 해보고,
잠깐동안 지긋히 이야기를 이어나갈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근데 뭐 별로 특별한 음식은 없다고 하는데
오코노미야끼가 유명하다고 그러십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쭉 가면 평화공원이 나온다고 하시면서 내려주십니다.
혼또니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정말로 고맙습니다)
를 연신 외치고 일러주신 길로 떠납니다.
참 친절하신 일본인입니다.
그리고 왠지 저번 서울 부산 일주때의 스님도 문득 떠오릅니다.
내리자마자 발견되는
100% 리얼 일본풍 100엔샵!
로고의 색상과 삘을 봐서 한국에서도 자주 애용하는
완소 다이소 인 듯 합니다.
뭐 이건 거의 마트 수준이군요.
대부분 100엔이라는 사실이 군침을 흘리게 합니다.
구입한 것은 왠 뿌셔뿌셔 같은 스낵면과
갈증해소와 수면 방지를 위한 900ml 짜리 대용량 커피와
밤에 추울 때 타먹을려고
카푸치노 커피를 샀습니다.
한국의 천원샵에서도 그러듯이
사고보니 왠지 실속이 없는 것만 산 것 같습니다.
살짝 허기진 느낌이라 스낵면부터 먹어보기로 합니다.
이름은 도쿄누들이라고 하는군요.
동경 특산품일까요
뒤에 조리법도 그림으로 나와있는데
옛날에 잠시 나왔다가 사라졌던 농심 "머그면" 과 비슷한 방식으로
컵에 뜨신물 붓고 2분간 불리면 되는 그런 종류 인 듯합니다.
그냥 대충 씹어먹어도 된다고 나와있습니다.
되게 짭니다.
맛있다고 하기는 좀 그렇네요.
먹으면서 커피를 거의 다 마셨습니다.
근데 커피도 단맛이 하나도 없고 밍밍한 것이
완전 낭패입니다.
오우 예쓰!
먹고 달리는 중에 등장하는 2번국도
마음속에 꺼림찍하게 남아있던 불안감이 날아가는 순간
길을 잃어도 어떻게든간에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제 평화 공원만 찾아내면 됩니다.
달리다 보니 평화공원 등장.
처음으로 뭔가 유명한곳을 관광하러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두근거립니다.
헐레벌떡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합니다.
어떤 탑앞에 서서 애도의 노래를 부르는 듯 합니다.
엄청 슬픈 느낌의 노래를 부르는데
목에 메이는 듯한 찡한 느낌이 들면서도
왠지 가슴속 깊은곳부터 뭔가 불안정한
거부감과 같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공원 안에서 원폭돔을 찾으러 오는 내내 이상한 기분입니다.
물론 사진에서야
좋다고 쪼개고는 있는데
왠지 모를 씁쓸한 느낌과 함께 뭔가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집니다.
평소에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뒤
일본의 항복으로 이어져 광복이 찾아왔다는 단순한 생각에
그냥 역사적으로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다른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중에는 강제 징집되어 왔던 한국인도 있었을테고
전쟁과 침략에 상관이 없거나 반대를 하였던
무고한 사람도 한꺼번에 죽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단지 전쟁이었다는 이유로
어느정도 합리화가 될 수 있는 것이 소름끼칩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일까요?
그러면서도
이곳에 폭탄이 떨어졌으니 우리가 광복을 맞고
지금처럼 자유를 누리고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일본의 피해의식이랄까..
패전 이전의 잘못은 제대로 뉘우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피해만을 크게 내세우려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들고요.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말처럼
이런 아픔이 있다면 다시 되풀이 하지 않도록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지난날을
제대로 반성해야 할텐데 말이죠.
갈길이 멀기 때문에 원폭돔만 한 바퀴 둘러보고 나머지는
과연 있을지도 모르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이런걸 수박 겉핥기 관광이라고 하죠.
여튼 괜히 진지한척 했더니
이상하게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벌써 다 마셔 버린 커피통과, 음료수통에 물을 채웁니다
이로서 물통은 3개!
든든한 느낌입니다.
근데 물이 꽤 무게가 되는지
자전거가 더 안나갑니다.
야간주행을 대비해서 아까 들렀던 백엔샵으로 다시 돌아가서
백엔짜리 건전지를 구입하고
2번 국도로 돌아가는데
아까는 길을 찾으면서 와서 몰랐는데 평화공원이랑 거리가 더럽게 멀어서
괜히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2번 국도에 들어서서 표지판을 보니
오카야마가 164 킬로 후쿠야마가 104킬로 군요.
현재 시간은 4시 40분경
해가 7~8시경에 지고
오늘 끝까지 빡시게 달린다면 후쿠야마 까지는 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아직 밥을 안먹었는데
뭐 간단한 도시락집 말고는 없는 듯 해서
가다가 오코노미야키 집 같은게 나오면 먹기로 하고
마냥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엇을 잡고 있는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재미있어 보이길래 끼어서 놀고 싶지만
해는 점점 기울고 있습니다.
어떤 음식점을 갈까 말까 고르고 고르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시내에서는 한참 멀어진 듯 합니다.
마땅한 음식점이라고는 콧빼기도 보이지 않는군요.
많이 늦은 듯 한 점심은 대충 포기한 느낌으로
달리면서 초코바를 씹어 먹습니다.
근데 자꾸 자전거 도로가 생겼다 없어졌다하고
좌측은 낭떠러지고 하니 떨립니다.
왠지 분위기 있는 아파트.
옆집사람끼리 되게 재미있게 놀거같은 느낌이랄까요.
왠지 점점 문명과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슬슬 앞날이 흐릿해 집니다.
옛날스런 느낌의 공장과 앞으로 펼쳐진 산들.
그러고보니 앞으로 나오는 도시 이름에 전부
뫼 山(산)자가 들어가있던게 떠오릅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왠지 어제보다 더 빨리 저무는 기분입니다.
살짝 초조해 집니다.
아까 이와쿠니를 지날 때와 비슷한 길이 다시 나옵니다.
길도 좁고 차도 많습니다.
시골이라 그런지 ..
구수한 느낌의 냄새도 압박입니다.
가다가 이상하게 자전거에서 끼익 끼익 하는
소음과 함께 자전거가 휘청거리기 시작합니다.
물을 많이 담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안장부분이 계속 좌우로 휘청 휘청 거리면서
컨트롤이 안되는 기분입니다.
어디가 문제인지 눕히고 찾아보지만
마땅히 고장난곳을 찾을 수 없어서 임시방책으로
wd40을 소리날만한 모든 부분에 다 뿌려줍니다.
wd40은 아무데나 뿌리면 구리스등이 녹아내려서
오히려 더 상태가 안좋아지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으므로 일단은 뿌립니다.
휘청거림과 소리는 멈추지 않고 밤은 찾아왔습니다.
당연히 올걸 알면서도 계속 대책없이 달리고 있는게
스스로 매우 한심하긴 하지만 지금은
멈출 수도 없고 갈길도 멉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지만 그래도 밤은 무섭습니다.
가다가 배고픔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기사식당 비슷한곳에 멈췄습니다.
아따 코 참 큽니다.
식은땀이 쭐쭐 흐르는 상황이지만
사진찍을 때는 웃어주는 센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음 뭔가 들어서는순간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달리 다른곳도 없습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혼자 운영하고 계신 듯 했는데.
이것저것 메뉴를 물어보다
왠지 시큰둥한 느낌에
그냥 제일 싼 것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우동이 나왔군요.
음 어디선가.. 우유부단한 망설임 끝에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된다고 하더니
배고픈 상황에서도 이렇게 맛없는 우동은 처음이군요..
하지만 배가 고프니 면은 다 먹고
따뜻한 차를 네컵정도 마셨습니다.
뭐 일본사람과 입맛이 틀려서 그렇다고 생각하고는
오이시이데스 (맛있었습니다) 라고 하고서
200엔을 내고 나왔습니다.
어둡고 경사진 산길이 나옵니다.
아까부터 쭈욱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불안합니다.
계속 오르막이 나오는 데다가
자전거 도로가 나와도 딱 한사람 지나갈 분량의 좁은 길이라서
가다가 가드레일에 부딛칠것만 같은 기분이라
감당이 안됩니다.
가다보니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고 역도 나옵니다.
어딘가의 시내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약간 안도하면서 오늘은 이쪽으로 지나가다 뭔가 나온다면
거기서 자야겠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두리번 거리면서 달리지만 마땅한곳은 나오지 않고
왠지 이때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생소한 거리만 반복됩니다.
가다가 맥도날드..가 아닌 마끄도나르도가
보이길래 잠시 쉬어갈까 하고 들어가서
메뉴를 좀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천원메뉴와 같은
100엔 메뉴에서 딸기 쉐이크를 골라서 사마셨습니다.
마끄도나르도에서 만난 비슷한 Mr.맥도널드와
어깨동무를 하고 한컷.
이분도 어디 멀리서 부터 오셨는지
참 공허한 눈과 지쳐 보이는 표정입니다.
참 과묵하시기도 합니다.
다시 마끄도나르도를 나와서 달리는데
또 시내에서 벗어나는 느낌입니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 어두워봤자 이제 8시인데 멈추면
남은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서 달립니다.
근데 아까 오르막을 올라왔던 보상이 나타나는지 내리막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표지판을 보니 타케하라 시라고 적혀 있군요.
끝없이 내리막이 나오는데 자전거 도로도 잘 안되어 있고
차도 한 대도 다니지 않길래
미친척하고 차도로 달립니다.
한순간 되게 편안한 느낌입니다.
자전거는 여전히 삐걱대서 불안하긴 하지만
페달질을 하지 않으면 삐걱거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내리막에서는 안심인 느낌이랄까요..
무려 터널도 내리막으로 되어있는데
지금 대체 얼마나 달리고 있나 궁금해서
그동안 어두워서 확인하지 못했던
속도계를 크게 마음을 먹고 힐끗 쳐다보니
무려 55km 의 속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엠티비나 사이클로는 모르겠지만 스트라이다로는
정말이지 미칠듯한 스피드입니다.
매끈한 길때문에 진동이 없어서 그런지
체감속도와 실제속도의 엄청난 차이에 놀라서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에 손이 갈려는 찰나에
뒤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빠앙~ 하는 소리가 울립니다.
터널안에서 계속 빵빵거리는데 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때까지 클락션이 울린 경우에는
모두 도움을 받았거나 위험을 피할 수 있었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본능적인 두려움에 옆에 있는 갓길로
허둥지둥 올라갔는데.
갓길로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20대? 30대?
셀 수 없는 숫자의 트레일러로 보이는 트럭들이 줄지어서
엄청난 속도로 바람이 일그러지는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데
풍압 때문에
가만히 서있는데도 말려 들어갈거 같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하는 느낌입니다.
이때까지 일본 운전자들은
괜히 앞에 막는다고 빵빵거리고
걸리적거린다고 빵빵거리고 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경고를 제대로 받아들여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빵빵거려줘서 정말로 고맙다는 기분도 처음이랄까요..
근데 왜그렇게 한꺼번에 줄지어서 내려왔던 것일까요.
트럭기사들끼리 서로 피빨기(바람막이) 하기로
합의라도 하고 내려오기로 한것인지..
다행히 터널을 지나고 나서는
자전거 길도 넓어지고 길도 매우 좋아서 마냥 내려가는데
이상하게도 내리막이 정말 끝없이 나옵니다
느낌상 30분 넘게 계속 내려 가고 있는거 같은데도
내리막이 끝날기미가 안보입니다.
앞은 하나도 안보이는데 계속 내리막이라니
뭐랄까.. 끝없는 무저갱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낮이었다면 신나게 내려가면서 함성이라도 질렀을 듯한 내리막인데
밤에 접하니 이런 느낌이 듭니다.
식은땀이 말라서 오싹오싹 추운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차라리 빨리 내리막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내리막이 끝나고 나서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면 어떨까..
빡신 내리막이 나온만큼 빡신 오르막이 나옵니다.
게다가 오르막을 오르면 바로 자전거가 휘청대서 타고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하염없는 끌바모드(바이크끌기)로 조낸 끌고 올라 갈 수 밖에..
올라가다 발견한 공익 표지판.
근데 그림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따봉
이라고 그림을 이해했나봅니다.
끝날 기미도 안보이는 깜깜한 오르막을
미칠 듯한 스피드로 지나가는 트럭과 함께
끌바를 하며 올라가는데.
어떤 트럭이 지나가다가 가드레일 근처에 있는
플라스틱 반사판을 퍽!
치고 가는데 그 잔해가
저한테까지 튀어오는 순간도 정말 후덜덜 이었습니다.
mp3도 고장나서 음악도 없고 적막한 와중에 올라가려니
더 후덜덜한 느낌이라
후덜덜한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노래를 부르면서 올라가는데
딱히 생각나는 노래도 없어서
용필 옵빠의 단발머리를 부르는데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
오늘따라 왜이렇게 그소녀가 보고싶을까~ ♬
밖에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서
계속 그부분만 부르면서 올라갑니다.
그러던 와중
이젠 더 이상 못가겠다..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오르막이 끝나고
다시 내리막이 나옵니다.
정말 스릴이 넘치다 못해 터져 나오는 밤입니다.
내리막을 좀 내려오다보니 휴게소가 나와서 잠시 앉아서 쉽니다.
자전거 속도계를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 130km을 달려왔군요.
미칠 듯한 내리막만 한 20km 온거 같습니다.
세수도 하고 아까 받았던 껌도 씹어 봅니다
몸보다 정신이 너무 피로해서 발을 떼기가 힘듭니다.
사실 다시 저 어두운길로 나서기가 무섭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미적대는 시간이 아까워 노트를 꺼내서 일기를 적습니다.
그때는 나름 비장한 느낌으로 쓴 것인데
당시 일기에 써놓은 내용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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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이 주는 행복-
내일 아침이 밝아오면
살아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 할 것이다.
좀더 나에게 충실한 낮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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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병.... 아예 시를 쓰지
사람이 너무 무서우면 아예 맛탱이가 가나 봅니다.
여행기 쓰면서 이 구절을 발견했을 때
너무 웃겨서 반대로 이때의 절박함이 새삼스럽게 다시 느껴집니다.
일기를 적다보니 너무 시간을 끈 느낌이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출발을 합니다.
가다보니 등장하는 공원을 알리는 표지판.
매우 반갑습니다.
그리고 위의 내용에는 미하라 공업단지라 적혀 있는걸 보니
미하라는 공업도시인가 봅니다.
제가 부산에 살 때 공업단지쪽에 살았던 경험에 비추어 그런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되게 썰렁한 고스트 타운의 느낌이 날 듯한 불안감에
미하라 체육공원으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뭔가 목표를 찾고 나니 희망이 생기면서
즐겁습니다
길도 끝내주고요
중간에 가다보니 미하라 체육공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는데
2번 국도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가리키고 있는데다
뭔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주위는 온통 공장이고..
한 2km 쯤 들어 가도 나오지를 않길래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돌려서 2번국도로 돌아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선택은 미하라 시내가
번화한곳이기를 비는수밖에 없습니다.
가다가
멀리서 사람 여럿이 뭔가를 구경하고 있길래
드디어 사람 나오는 장소까지 왔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재빨리 갔더니만.
이런 ㅆㅂㅁㄴㅇㅁㄴㅇ;ㅇㅇ;;...
왜 이런곳에 이런 무서운 허수아비가
왠지목졸려죽은시체같기도하고알수없는표정의얼굴에모자를씌워놓은것까지
마치 안 무서운부분이 없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아까 생겨났던 희망의 모가지를 스티븐 시갈처럼
간단히 꺾어 버리는 허수아비 입니다.
적막하고 한적한 내리막을 다시 내려가면서 고독을 느낍니다.
시간은 12시 30분 이제는 진짜 밤입니다.
빨리 잘곳을 찾지 못한다면
내일은 어찌될지 장담을 못하는 시간입니다.
오노미치가 제일 가깝군요.
표지판에 미하라가 나타나지 않는걸로 보아
벌써 미하라에 도착했나 봅니다
아마 계단의 수가 108개가 아닐까 추정되는 계단.
번뇌를 느낍니다.
오우 예!
아까 표지판을 보고 예상했던 것처럼
얼마지나지 않아서 시내가 나옵니다.
후..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교회로 들어가서 절로 나옵니다.
정말이지 반가운 인간문명
아아.. 날씨는 춥지만 왠지 따뜻합니다.
요런 상점거 귀퉁이에 텐트를 치고 자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좀 씻고 해야겠습니다.
가다보니 공원도 나오고 적당히 잘곳이 몇군데 있습니다.
가다보니 나오는 지하보도에 미하라 역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역!
역이라면 노숙자들의 성지!
그곳에 가면 뭔가 있을겁니다.
가는 길에 발견한 반가운 한국요리집 간판
이제 3일이건만 하루하루가 길어서 그런지 한글만 봐도 엄청 반갑습니다.
한국 요리집 간판을 찍고 있으니 한국사람이냐고 물어오면서
말을 걸어옵니다.
으 역시 인간문명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관심..
이젠 뭐 우쭐한 일본어 야매 토킹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자기는 중국사람인데 일본와서 살고 있다.
한국어를 알려 달래는데
밥먹었어요. 사랑해요. 안녕히 가세요. 같은 말을 알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간다고 하니까
안녕히 가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줍니다.
감동의 쓰나미..
좀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빨리 씩구 자야합니다.
미하라 역을 가니 신칸센(고속철도)역인 듯
역이 매우 좋습니다.
그럼 화장실도 매우 좋을거라는 기대감에 들어갈려고 하지만
문이 다 잠겨있어서 못들어 가는군요..
어딘가 그래도 화장실같은게 있겠지 하고 돌아다니다가
밖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냈습니다.
남자 화장실 쪽으로 들어갈려다가
중간에 큰 문으로 장애인 화장실이 있길래
문을 열어 보았더니...
와.. 이건 뭐....
순간 호텔 욕실에 들어온줄 알았습니다.
왠 화장실에 샤워기도 있고...
으으 .. 좀 고민하다
제가 장애가 있는건 아니지만 지금은 왠지 장애가 생긴 듯도 하고..
이 시간엔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자전거를 들여놓고 문을 잠구고
콘센트가 있길래 전자기기 충전을 해놓고서
샤워를 합니다.
분명 찬물인데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뭐랄까..
인간다운 샤워에 따뜻한 감동의 쓰나미가..
태준이에겐 장애가 있어요...
이번 여행의 노숙 컨셉대로 아무도 정태준이 왔다 간줄 모르게
깨끗이 정리하고 바닥까지 닦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여긴 맥주를 안팔길래 다른곳으로 갔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입하고..
아까 봐두었던 공원으로 향합니다.
근데 동상에 아랫쪽 조명은 무서우니 자제점..
구입한 맥주는 190엔짜리 기린에서 나온 500ml 맥주 입니다.
뭐시기 생~ 이군요.
벤치사이에 텐트를 재빨리 치고
약간 허기져서 뭔가 먹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물을 끓입니다.
아까 맛없었던 도쿄누들을 끓여먹어 봐야겠네요.
오늘은 아까 우동집에서 챙겨온 나무젓가락으로
인간다운 식사를 할 예정입니다.
끓이고 있는데 텐트쪽을 봤더니 뭔가 꿈틀꿈틀하길래
후레쉬를 비춰 봤더니
뭔가 번쩍 번쩍 합니다.
고양이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너댓마리가
텐트주변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후레쉬를 비추니 눈에서 광채를 뿜어내서 호러블 합니다.
훠이! 훠이! 하면서
소리를 질러 쫓아 보내고 한동안 텐트주위를 서성이니
잘 나타나지 않는 듯 합니다.
잘 때 고양이들이 단체로 덮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 끓였습니다.
근데 별로 먹고 싶어 보이지는 않는 모양새군요..
공원 뒷편을 보니 여기는 부두 인 것 같습니다.
부두이니 바다를 보면서 한잔 해야겠지요.
맥주는 어제와 같이 좀 멀건 맛이긴 하지만
뭔가 적응되서 그런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 새벽 3시가 되었다는 사실도 잊은채로 맥주와 함께 도쿄누들을 먹습니다.
(도쿄누들은 끓여도 여전히 맛없었습니다)
마시고 먹다 보니
주변에 고양이들이 다시 오길래
여긴 텐트와 조금 떨어진 곳이고 하니 유인책으로
면발을 얼마 덜어내서 던져주니
게때같이 몰려와서 게눈감추듯 먹어댑니다.
뭐.. 나름대로 고양이랑 함께하는 술자리도 나쁘지는 않군요.
이렇게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자려고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3시 30분.
정말로 길었던 하루 입니다.
도전여행에서 점점 생존여행으로 바뀌어 가는 느낌이 그리 달갑지는 않고
자전거 상태가 상당히 안좋아서 불안하지만
그래도 가슴은 두근두근거립니다.
내일은..
아니 오늘 아침부터는
또 어떤 일들이 삶을 충실하게 만들어줄까요.
TRF - Survival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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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지역
이와쿠니 - 미하라
이동거리
150km
이동시간
16 시간
사용 금액
890엔
도쿄까지 남은거리
87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