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140km 떨어져 있는 낙도...설레이는 맘으로 입도하였다.
이름조차 생소한 태도군도는 홍도와 가거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들이다.
상·중·하태도, 고만고만한 세 개의 작은 섬들이 바로 이웃해 있다.
태도(苔島)는 해태가 많이 나는 섬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도군도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3시간 반 동안 가야 만날 수 있다.
이들 섬들은 상중하로 위치해 있다.
그리고 이들 섬 주변에는 12개 정도의 무인도가 있다.
전날 밤을 목포의 호텔에서 편히 쉬고 아침에 나왔다.
장어탕을 든든히 먹고 나와서 에너지가 넘쳤다.
목포에서 8시 10분에 출항하는 유토피아호에 몸을 실었다.
여객선은 도초도, 흑산도, 다물도를 거쳐 3시간 반 만에 하태도에 닿았다.
장굴선착장은 대합실과 방파제 공사로 인해 어수선하였다.
하태도는 생김새부터 특이하다.
북서쪽으로는 돌출부가 길게 뻗어 있고, 남쪽으로는 깊게 만입되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덜 미쳐서 아직도 청정함을 잃지 않은 섬이다.
선착장 가까이에 있는 '하나로민박'에 여장을 풀었다.
정원에는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서 셔터를 자꾸 눌러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하태도 트레킹에 나섰다.
함께 온 12명의 도반들은 섬 트레킹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다.
온통 절벽으로 이루어진 태도의 해안중 하태도에 유일하게 모래밭이 있다.
장굴헤수욕장은 300m도 못 되는 짧은 모래사장이지만 지극히 평화롭다.
처녀림 같은 소박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폐교된 흑산초등학교 하태분교장의 모습이 쓸쓸하다.
하태도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2004년 SBS 수목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을 때다.
'하태도교회' 란 글씨가 선명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목사와 그 아내가 살고 있단다.
물새끝반도로 가는 길의 입구엔 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오래된 데크는 방치되어 있어서 삐걱거리고 부서졌다.
오른쪽으로는 당집으로 가는 길이 나뉘어진다.
선두가 들머리를 잘못 잡아서 숲속을 헤맸다.
가시덤불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땀이 비오듯 흘러서 힘들었다.
염소가 내려오지 못하게 설치한 울타리도 넘었다.
염소들은 우리의 기척을 느끼고 숨어서 흔적도 없었다.
우리가 걸어가는 오른쪽은 천길 낭떨어지다.
지칫 발을 잘못 디디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휘어진 나무를 보면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땅바닥에 깔린 찔레꽃이 우리를 응원한다.
꽃을 볼 여유도 없이 앞길만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목은 마을 사람들이 생활로와 물새끝으로 가는 등산로가 만나는 삼거리다.
삼거리 바로 아래로 거대한 지둥바위가 내려다보인다.
지둥바위 일몰은 하태도 제2경으로 꼽힌다고 한다.
산에서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걸어온 물새끝반도 능선이 아스라하다.
온통 초원지대로 이루진 민둥산 봉우리는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초원지대로 이루어진 물새끝반도가 멀리 조망된다.
눈과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남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가 떠오른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능선은 시종 상.중태도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초원 능선길은 온통 키 작은 억새 천국이다.
주민들의 생활로와 등산로는 처음에 작은 대목에서 만난다.
조망을 즐기며 능선의 가파른 능선을 오르면 어느덧 120m봉이다.
능선길 너머로 오직 바다와 물새끝으로 향하는 작은 봉우리만 보일뿐이다.
드디어 물새끝반도의 끝부분에 도달하였다.
등 뒤로 중태도와 상태도가 겹쳐 보인다.
내일은 어선을 빌려 중태도와 상태도에 들어갈 계획이다.
물새끝반도의 진짜 주인은 흑염소들이다.
염소들은 인기척에 놀라 벼랑 끝으로 내려갔다.
그들의 보금자리를 무단 침입해서 미안하였다.
드디어 물새끝봉에 도착하였다.
그늘도 없고, 바람 한 점 없어서 힘들었다.
날씨가 좋으면 만재도, 가거도, 홍도까지 보이는데 연무가 끼었다.
물새끝반도는 약 10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여름에는 그늘과 샘터가 없어 식수를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땀을 많이 흘려서 기력이 쇠진한 상태로 하산을 시작한다.
원래는 붉은넙산까지 가려 했으나 기력이 쇠진되었다.
높은산까지 올라가서 마을로 내려가는 오솔길로 하산하였다.
때로는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대단한 용기다.
마을로 내려오니 폐교 옆에 점방 가는길이 보였다.
별로 시원하지도 않은 맥주였지만 이걸 마시고 기력을 회복하였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부분
다음날 아침, 주인집 배를 타고 중태도로 향하였다.
바다가 매우 잔잔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배에 올라탔다.
우리를 태운 배는 약20여분 만에 중태도에 닿았다.
세 섬의 가운데 있어서 얻은 이름이 중태도다.
세 섬 중에서 가장 작다.
평지가 없어서 비탈진 언덕에 몇 채의 집이 옹색하게 들어앉아 있다.
심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섬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태고적 신비로움이 있다.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얼굴을 내민 할머니의 표정이 쓸쓸하였다.
태도군도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섬이 상태도다.
상태도는 비탈진 언덕에 집들이 위태롭게 들어서 있다.
낚시꾼 일행이 몇명 보일뿐...한적하고 쓸쓸한 섬이었다.
상태도 선착장 너럭바위에는 흉상 하나가 서 있다
놀랍게도 노동 열사 이용석의 동상이다.
그는 2003년 10월 26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분신했다.
분신한 지 37일 만에 광주 망월동 5.18시립묘역에 안장되었다.
상태도는 상당히 큰 마을이어서 포차와 민박집이 늘어서 있다.
'상태'라는 이름을 가진 누렁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민박집 쥔장이 냉커피를 배달시켜 주어서 갈증을 해소하였다.
상태도를 떠난 다음 태도군도를 해상 일주하였다.
선장께서 경치가 좋은 곳은 속도를 줄여주며 감상하게 해주었다.
바다가 길을 내어 놓는다
포구를 떠나간 사내가 돌아오지 않자
바다를 통째로 마시겠다던 그녀
사내를 기다리다 썰물이 되어 나섰다
바다 끝자락까지 가면 사내가 있을 것 같아
질퍽한 갯벌의 사타구니도 마다하고
수평선을 향해 내닫는다....................................................................김명숙 <그 여자의 바다> 부분
얼마나 더 깊어져야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창을 열면
서귀포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해조음
그 음과 음 사이로
쉴 새 없이 해초들이
출렁이는 외진 바위섬,
하얀 등대는 늘 꿈을 키웠지..........................................................문상금 <등대의 꿈> 부분
하태도의 마지막 식탁에는 돌돔회가 올라왔다.
낚시꾼이 잡아온 것을 우리 일행이 구입한 것이다.
최고급 횟감으로 알려진 돌돔회는 식감이 매우 좋았다.
우연하게도 오늘은 내 생일이다.
일행들이 함께 건배하며 생일을 축하하였다.
오후 3시 20분에 출항하는 핑크돌핀호를 타고 하태도를 떠나왔다.
목포에서 해물순두부탕을 먹고 열차편으로 귀향하였다.
나의 목표 <100섬 트레킹>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어느 섬에서 마침표를 찍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