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가 참 송구스러웠지만 몇 장 찍어 올립니다.
회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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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는 안산 분향소에서 가족대책위를 도와 천만인 서명을 받기로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진도 팽목항에서 장례식장으로 분향소로 KBS와 청와대까지 아프게 뛰어온 가족들에게
더이상 서명대를 지키는 일까지 감당하게 할 수 없는 거지요.
'엄마의 노란 손수건' 분들과 우리 회원들이 나눠 맡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화, 목,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분향소에 온 분들에게 가족의 뜻을 전하고 서명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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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대는 분향소 출구에 있어요.
파란 조끼를 입은 분들은 자원봉사자로 조문객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계시고
우리는 양쪽에 배치 된 서명대에서 조문객들에게 서명을 받습니다.
분향을 하고 나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울음을 참지 못하지요.
여기까지 오신 분들은 알아서 서명을 하시지만
충격으로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하니 상황을 보고 눈치껏 서명 안내를 해드려야해요.
아무래도 초기보다 분향소를 찾는 사람 수는 현저하게 줄었어요.
그래도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꾸준하게 오고가서 쉴 틈은 없어요.
자원봉사자는 11시경 철수하지만 분향소는 24시간 운영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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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에선 하루 세 명씩 나눠맡자고 했는데 현장에 와 보니 사정이 달라요.
양쪽으로 나눠진 서명대를 적어도 두 사람씩은 지켜야 외롭지도 않고 일이 순조롭더라구요.
오늘은 안산지회에서 최운경, 곽은숙 회원이 서울에서 저랑 권현희 회원이 내려가 서명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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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안산지회장님도 오셨어요.
우리 회가 처음 안산 분향소에서 서명받기로 한 지난 토요일 담당자이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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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도 많고 가족이 함께 오기도 단체로 오기도 합니다. 늦은 시간에도 찾아오는 분들이 제법 되요.
단원고 또래 학생들이 눈물을 훔치며 서명을 하는 모습도
엄마 따라온 어린이들의 천진한 눈망울도
손을 꼭 잡고 분향소를 찾는 젊은 연인들도 다 아름다운데 아파요.
서명대를 지키는 일은 거듭해서 고통을 마주하게 해요.
펑펑 우는 어르신 한분은 서명을 예쁘게 해야하는데 술이 취해 똑바로 못했다고 미안하답니다.
그분의 글씨는 좀 삐뚤어졌지만 크고 진했어요.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국민에게 호소하며 천만인 서명을 벌이는 것은 앞으로 이뤄나갈 일의 밑거름이라고 봐요.
뜻을 같이하겠다며 이름을 적는 분의 마음, 그것을 받는 우리들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끝까지 지켜야야겠다 다짐합니다.
사실 이 사회는 그동안 우리에게 숱한 서명을 하게 만들었지요.
우리가 한 서명이 어떻게 되었나 돌이켜보면 씁쓸할 때가 많죠.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게 끝까지 힘을 모아요. 너무도 분명하잖아요.
온갖 병폐가 집약된 일련의 사태를 바로잡지 않음 미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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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참여한 사람으로서 안산 분향소 서명 활동 오실 분들에게 드릴 이야기는요.
주부인 우리 회원들이 늦은 저녁에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겠지만...한번 변화를 주세요.
우리 늘 하던 사람만 일한다고 지레 포기하지말고 옆 회원들에게 한번 더 말해봐요. 같이 하자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엄마가 오늘 무슨 일을 하려고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잘 설명하면 아마 응원해 줄 거예요.
혹시 알아요? 남편이 아이들 챙기고 설겆이도 하고 일 끝나고 들어오면 아픈 다리 주물러 줄지.
서명대 담당 3인 말고도 한두 시간이라도 같이 도울 사람이 있으면 해서 그래요.
여럿이 같이 하면 든든하고 정도 깊어져요.
여섯시부터 시작인데 좀 미리 나와서 전 담당자와 인사도 나누고 활동방법 전달 받으세요.
4호선 고잔역에 내리면 분향소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는데 승객이 많지 않아 바로 떠나지 않아요.
거기서 분향소 있는 화랑공원까지 10분 정도 걸리구요.
자동차로 오시는 분은 주차장이 분향소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걸어올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사정 감안하고 서둘러 출발하시란 거지요.
자원봉사자들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서명대를 지키다보면 그럴 겨를도 없고 뭘 먹기도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긴 시간 서서 일하다보면 지치니까 미리 든든히 배를 채우고 오세요.
분향소에 휴지가 준비되어 있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손수건 하나 챙기세요.
9시 30분까지지만 뒷정리하고 나면 더 늦어지긴 해요.
돌아나오는 길에도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 뒤꼭지가 댕겼어요.
더 지켰다가 마저 받을 걸 했지요. 그래도 무리하지 마세요.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니까요.
분향소 말고도 곳곳에서 서명을 받고 후원하고 알리는 분들 많지요.
다 고맙고 소중해요. 응원해요.
혹시 이번에 직접 뛰지 못해도 너무 미안해 하진 마세요.
다음에 같이 해요.
마지막으로 우리 회 돈 없는 거 아시죠?
기금 좀 내 주세요. 큰 돈 아니어도 되요. 정성을 보태요.
가만히있지않겠습니다 기금 모금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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