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 개봉 & 2013 재개봉 / 102분>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왕가위
출연 : 임청하 & 양조위 & 금성무 & 왕페이
1.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는 왕가위를 대중적 위치에 자리매김한 작품이며, 광고를 포함한 대중매체들은 두 영화를 두루 차용하기도 했다.
2. 국내 첫 소개되어 왕가위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 작품
- California Dreaming', '몽중인' 등 영화음악 리퀘스트 1순위 작품
3. 최고의 초호화 캐스팅 양조위, 임청하, 금성무, 왕페이
4. 최고의 명대사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너와의 사랑은 만년쯤으로 하고 싶다."
이들만의 사랑을 잊는 방법, 그리고 사랑을 찾는 방법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사랑을 지울 수 있다면…
경찰 223(금성무 분)은 시간만 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헤어진 옛 애인을 기다린다. 자신의 생일이자 옛 애인과 헤어진 지 딱 한 달이 되는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던 그는 한달 동안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녀를 잊기로 마음먹는다. 같은 시간,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임청하 분)는 자신을 배신한 마약 중개인을 제거한 뒤 술집을 찾고 그곳에서 경찰 223은 술집으로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겠노라 마음 먹는데…
한편 경찰 663(양조위 분)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언제나처럼 똑같은 샐러드를 고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점원 페이(왕정문 분)는 그런 경찰 663을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 어느 날, 경찰 663의 애인이 이별의 편지와 함께 경찰 663의 아파트 열쇠를 페이의 가게에게 맡긴다. 그 후 페이는 경찰 663이 집을 비운 사이 그 집에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을 하나 둘 지워나며 새롭게 꾸민다.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던 경찰 663은 어느 날 자신의 집이 변해가는 것을 깨닫게 되고…
=== 참고 자료 === <다음 백과 / 신강호 글>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반환을 앞둔 홍콩의 거리
다큐, 혹은 MTV 스타일의 〈열혈남아〉, 〈아비정전〉과 연장선상에 있는 〈중경삼림〉은 사실 작은 소품으로 기획된 영화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세계적인 큰 히트를 기록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창적인 왕가위 스타일이 뜨겁게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경삼림〉은 왕가위의 전작들과 다르게 국제도시 홍콩에 사는 사람들의 활기와 그 속에 숨은 1997년, 곧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담고 있다.
〈중경삼림〉은 두 개의 특이한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기존의 영화들과는 이야기나 주제 그리고 영화 언어에서도 확실히 차별되는 신선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의 호흡은 거의 환상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왕가위가 자주 사용한 편집과 촬영기법, 감각적인 영상과 이야기 구조, 절묘한 올드 팝송의 사용 등은 이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다.
〈중경삼림〉은 네 명의 청춘 남녀가 등장하는데, 두 남녀가 짝을 이뤄 각 이야기를 맡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개의 이야기가 독립되어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금발가발을 쓰고 다니는 마약 밀매업자(임청하)와 사복형사(금성무)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쫓아 질주하는 형사와 거리를 활보하는 금발 가발을 쓴 홍콩 여자를 카메라가 어지럽게 쫓아다닌다. 여자는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인도인 일당을 고용해 마약 밀수를 꾀하지만 공항에서 인도 사람들은 마약과 함께 사라진다. 백인 두목이 배신한 것이다.
한편 여자친구에게 차인 금성무는 사다놓은 파인애플 통조림들의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새 여자 친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술집에서 금발 머리의 홍콩 여자 임청하를 만난 그는 어쩌면 인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날 아침 억수 같은 빗속에서 조깅 중인 그의 곁에 여자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가 도착하고 그는 내일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같은 날 아침 여자는 백인 두목을 습격해 보복의 총탄을 퍼붓는데 그곳에는 약속된 기일이 찍힌 통조림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형사와 마약밀매상 간의 사랑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형사가 자주 다니던 패스트푸드점을 무대로 홍콩의 일상이 그려진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엉뚱한 아가씨 화예(훼이, 왕정문)가 실연한 제복 경찰(양조위)을 위로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다. 양조위가 자주 들르는 패스트푸드점 점원인 화예는 그에게 반하고, 그의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고 집 안을 꾸미는 등 은밀한 시간을 누리면서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양조위는 아파트에서 왕정문을 붙잡은 뒤에야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음을 깨닫는다. 얼마 후 양조위는 화예와 데이트 약속을 하지만 그녀는 그를 바람맞히고, 항상 가고 싶어 했던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린다. 1년 뒤, 재회하는 두 사람. 로맨스가 시작될 때 영화는 끝이 난다.
이 두 이야기는 교차하지 않고 단순히 병렬 되지만 영화를 통일시키는 일련의 주제들에 순차적으로 이르게 하는 흥미로운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다. 두 이야기는 서사적 관점에서 분명하게 대조적이다. 첫 번째는 홍콩 퀼룬 반도에 있는 값싼 숙박시설, 가게, 인도 음식점이 모여 있는 퇴락한 지역인 청킹 맨션 안팎이 무대다. 두 번째 이야기는 퀼룬 만의 건너편에 있는 홍콩 본섬, 미드나잇 익프레스 부근이 무대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인 〈Chungking Express〉는 각 이야기의 기본 무대인 청킹 맨션과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한 어절씩을 따온 것이다. 두 이야기는 당연히 매우 다른 시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광범위한 대조 속에서도, 몇 가지 반복이 드러난다. 각 남자 주인공들은 지난 연애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 있다. 그들은 우연히 다른 여자들을 만나게 되고 천천히 그녀들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들은 갑자기 떠나버린다. 인물들의 목표 또한 밝혀진다. 금성무는 사랑할 새로운 여자를 찾고 있으며, 양조위는 자신의 표류에 만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정문은 그의 아픈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보다 더 모호하게 드러나며, 더 불규칙적으로 추구된다. 그러나 이 병렬구조는〈중경삼림〉이 로맨스를 주축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인과 관계, 모티프, 시각적 스타일을 더 들여다볼수록 이 영화는 결국 외로운 사람들이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을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경삼림〉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이지만 늘 고독하고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현대인의 애처로움이 네 명의 등장인물에게서 진하게 느껴지는데, 영화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아쉬움이 담긴 우수이다.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타인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옆을 지나친다. 즉 제복경찰을 위해 커다란 인형을 사 가지고 나오는 아가씨(왕정문)는 무심히 금발가발의 여자(임청하)를 스쳐 지나가는 식이다. 이 찰나의 우연을 왕가위는 두 개의 에피소드 여러 지점에 배치하여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한다. 느슨한 이야기 구조와 열린 결말을 차용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바로 이런 참신한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적인 측면과 더불어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중경삼림〉은 빼어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우선 핸드 헬드각주1) 를 사용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노출, 촬영 속도를 조절해서 만들어 낸 스텝 프린팅 기법 등은 홍콩을 오렌지색 네온 빛의 덩어리와 파편화되고 왜곡된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바꾸어놓았다. 여기에 세심하게 신경 쓴 아기자기한 소도구를 배치해 사랑스럽게 꾸민 화면들은 뚜렷한 색조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좁은 공간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영리함은 단연 돋보이는 장점이다.
또한 느슨한 이야기를 채우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담담한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의 여운은 생각보다 강하며 적재적소에 삽입한 감상적인 음악들은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에 사용된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과 왕정문이 부른 ‘꿈속의 사람(夢中人)’은 더 밝은 환경으로 떠나고 싶은 화예의 소망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쓰이면서 다시금 유행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인도 음악에서부터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온다. 경쾌한 멜로디를 타고 두 쌍의 사랑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두 대조적인 러브 스토리에 공통점은 제복과 통조림과 예고된 기일이다. 마약밀매인은 항상 금발의 가발에 선글라스, 노란색 트랜치 코트 차림이고 호텔에서 잠을 잘 때에도 이 ‘제복’을 입은 채였지만 백인 두목을 죽인 뒤에는 가발을 벗어던진다. 한편 사복형사가 제복을 입지 않은 순경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 이야기의 순경은 푸른 제복을 입고 있고, 그의 전 애인도 제복을 입는 스튜어디스다. 게다가 화예가 스튜어디스가 되어 돌아왔을 때 그는 순경을 그만두고 패스트푸드점을 사복 차림으로 개조중이다.
스튜어디스가 ‘갈아탈 비행기를 기다리는 거리, 홍콩’의 인기 직종이라고 한다면, 제복은 본국의 여왕이 임명하는 총독을 정점으로 하는 홍콩 정청, 혹은 백인남자를 두목으로 하는 마약 밀매조직을 상징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제복의 착탈은 어쩌면 지배자가 영국의 식민지에서 중국공산당으로 바뀌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까?
통조림도 반복해서 개봉된다. 홍콩이란 중국 땅에서 유럽이 인공적으로 떼어내서 가공한 작은 공간이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통조림의 유통기한, 항공권의 유효기간에서도 자연히 홍콩의 1997년 중국 반환이 연상될 것이다.
〈중경삼림〉에서는 또 반복적으로 ‘선택’의 문제를 거론한다. “오늘 그녀는 파인애플을 좋아하지만 내일은 다른 것을 좋아할 수 있다.”(금발 여자) “오늘 그녀는 나를 좋아하지만 내일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사복 형사) “오늘 그녀는 주방장 샐러드를 좋아하지만 내일은 다른 것을 좋아할 수 있다.”(제복 경찰) 그러나 현실은 상반되게 진행되었다. 홍콩인들에게는 자율적인 선택의 자유가 없다.
왕가위는 ‘다양한 선택’에서 한 걸은 더 나아간다. 그는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서 첫 번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이미 두 번째 이야기의 조각을 삽입한다. 영화에서 첫 번째 경찰과 두 번째 경찰, 이 스튜어디스와 저 스튜어디스, 이 금발 여성과 저 금발 여성은 모두 호환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포스트모던한 텍스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국이 중국으로 호환되어도 별 차이가 없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선택이 주어진 것 같지만 별다른 선택권이 없는 홍콩과 홍콩인을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경삼림〉은 두 쌍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매개로 하여, 영국 황실의 제복을 벗어던짐으로써 식민 통치의 종결을 선언하고, 시한이 다 된 통조림을 통해 영국에 의해 가공된 홍콩의 조차 기간이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 참고 자료 ===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중경삼림 重慶森林
대본 없이 작업하기를 좋아하는 왕가위의 특징은 그의 영화에 약간 균형을 잃은 듯한 멋진 리듬감을 부여한다. 그로부터 종종 아름답고 감동적일 뿐 아니라 도전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그가 함께 작업할 동료들을 선택하는 안목과 그들에 대한 신뢰를 증명해준다. 「중경삼림」은 두 개의 특이한 (그리고 서로 거의 무관한)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모두 외로운 경찰이 주인공이고 홍콩의 혼잡한 도심을 배경으로 한다. 첫 이야기에서 금성무가 분한 젊은 형사는 사다 놓은 파인애플 통조림들의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새 여자친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임청하를 만나고는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임청하는 사라진 물건을 찾고 있는 마약거래상이다. 그러다 감독은 갑자기 말없는 경찰 양조위의 이야기로 관심을 돌린다. 그가 자주 들르는 음식점의 점원인 왕비는 그에게 반하고, 그의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고 집안을 꾸미면서 그의 세계 속에서 그의 정기를 흡수하는 짧고 은밀한 시간을 누리는 것으로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두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기묘한 호소력을 지닌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스타는 배우들도 스토리도 아니고 그것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왕가위는 자주 함께 작업하는 재능 있는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 함께, 다른 사람들처럼 대본에 기교를 부리는 대신 필름과 노출과 속도의 기교를 통해 홍콩을 오렌지색 네온 빛의 덩어리와 파편화되고 왜곡된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바꾸어놓았다. 여기에 노래—「중경삼림」에서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의 힘에 대한 그의 예리한 감각도 한몫을 한다. 이로써 왕가위는 홍콩의 신세대 감독들 가운데 팝 문화에 가장 정통해 있고 상식을 깨는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다른 영화 중에는 감정적 반향을 강조한 것도 있지만 「중경삼림」은 순전히 순수함과 열광과 영화적 자유만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현대 홍콩의 핵심에 자리한 지저분함과 혼란에 생동감을 부여한, 내용에 대한 스타일의 충격적인 승리다.
[네이버 지식백과] 중경삼림 [CHONG QING SEN LIN]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2005. 9. 15., 마로니에북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1.31 11:2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2.08 19:4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3.03 19:3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3.03 19: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1.01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