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금요일 전라도 정읍 옥정호구절초공원과 김제 지평선 황금들판으로 천하장군 이백열여덟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화창한 가을날씨에 옥정호 지류를 끼고 도는 야산에 소나무와 어우러진 구절초꽃의 화사함은 우리 마음을 행복하게 하고, 점심식사 후에 돌아본 김제평야의 광활한 황금들판과 코스모스의 향연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합니다. 눈과 마음까지 가을의 기운을 한껏 받고 돌아온 가을여행이었습니다.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에 도착하니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구절초축제를 준비한다고 천막을 치고 주차장을 정비하느라 한창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한 구비를 돌아 공원입구에 들어서니 구절초 군락이 화사한 모습으로 우릴 반깁니다.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구절초는 가을이면 우리 들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들국화입니다. 청순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꽃이지요. 게다가 예부터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민간약재로 이용돼 온 인간에게는 유용한 고마운 꽃이기도 합니다.
1만8천여 평의 이르는 넓은 부지에 구절초가 피어있어 산길을 따라 걷는데 그야말로 꽃밭길입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구절초향기도 참 좋았습니다. 회원들은 친구들끼리 동행끼리 꽃길을 걸으며 가을꽃 정취에 한껏 빠지며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굵은 소나무 사이사이로 하얗게 핀 구절초 군락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관으로 걷는 내내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밝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전 내내 구절초공원에서 구절초산책을 마치고 태인으로 이동해 민물참게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전통이 오랜 지역의 맛집이라고 해서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민물참게가 귀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양도 적고, 다른 반찬들도 푸짐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식당 바로 옆이 전라도의 아름다운 정자로 꼽히는 피향정이 있는 곳이라 피향정을 둘러보고는 김제 황금들판을 향해 출발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김제의 가을들판은 온통 황금바다로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너른 들에 누렇게 빛나는 들판과 길가 화사한 빛으로 살랑대는 코스모스의 조화는 참 정겹고 아름다웠습니다. 밝은 황금빛이 이렇게도 마음을 푸근하면서도 들뜨게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잘 익은 벼들이 곧 풍성하고 맛있는 밥으로 지어져 누군가의 밥상에 올라 생명의 양식이 되고 즐거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제에서도 광활면부터 심포항까지 이어지는 길은 황금들판을 조망하기에 좋은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우리도 그 길을 달리면서 눈에 질리도록 황금들판을 담아보았지요. 그러다 황금들판 어디선가 작은 농로 길에 내려 들판사이를 걸어보았습니다. 차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걸으면서 느끼는 황금들판이 훨씬 좋았습니다.
수확하기 직전의 벼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좋은 풍광에 좋은 공기까지 호흡하며 황금들판 사이를 걸었던 것은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황금들판 사이를 달려 도착한 곳은 진봉반도의 서쪽 해안 심포항입니다. 예전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던 곳인데 지금은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바다가 점점 마르고 있는 곳이지요. 약간은 쇠락은 포구같은 심포항에서 고즈넉한 항구를 돌아보고, 싱싱한 백합조개도 사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심포항 바로 옆에 위치한 망해사에서 마무리했습니다. 망해사는 서쪽 해안가 진봉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어 서해 일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절이기도 합니다. 특히 망해사 위쪽 전망대에 오르니 서쪽으로는 서해와 섬들이, 동쪽으로는 광활한 황금들판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서해대교 옆 행담도휴게소에서 망해사에 아쉽게 못 본 일몰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까지 덤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금요일에 떠난 여행이라 그런지 돌아오는 길에 차량 정체가 조금 심해 예정보다 30분 정도 지체되었지만 그래도 큰 불편없이 잘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옥정호구절초와 김제 황금들판 답사는 날씨도 화창하고 구절초꽃과 들판도 아름다워 모두가 즐거워하셨습니다. 답사에서 받은 밝고 즐거운 에너지가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활력이 되시길 바랍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잘 쉬시고, 다음 홍천 비밀의 은행나무숲 답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2011년 10월 10일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여행 가이드 답게 편집된 시지과 글이 그날의 여행을 되새기게 합니다
수고 하셨고 고맙고 많은 발전 바랍니다
절제되면서도 여행의 모든 발자취를 옮겨놓는 것이
초록별님만이 갖는 감각인 듯 합니다.
좋은 곳으로 안내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또 더 좋은 곳을 기대해봅니다.
좋은 여행지로 안내하기위해서 애써는 지인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답사 후기는 항상 편안하게 읽고요... 수고 하셨어요.
함께하진 못한 답사인데도
함께한듯 이끌어 주어 가을을 느끼고 갑니다.
그 수고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초록별님 화이팅!!!!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뵈서 참 반가웠던 헬레나님,
답사때마다 밝은 미소로 여행을 120% 만끽하는 배꽃공주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사진촬영에 최선을 다하는 happy님,
이번 구절초답사를 함께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던 신봉공주님,
모두들 천하장군을 빛내주시는 보석같은 회원님들이십니다.
제게 보내주시는 격려에도 늘 감사,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