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군선관위 자체 판단에 의해 임차해 사용… 그 시기나 규모 파악 안돼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18대 대선 개표에 사용한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의 제어용 PC 가운데 일부를 임차해 사용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대선 당시 고양시덕양구선관위 개표의 투표지분류기 운영을 담당한 정재희 주임은 지난 3월초 ‘개표기 시간 오류’ 관련 통화에서 “제어용 PC가 부족해 노트북 4대를 임차해 사용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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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 투표지분류기는 제어용 PC에 탑재된 프로그램 명령에 의해 작동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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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선관위 중에서 투표지분류기의 제어용 PC를 임차해 사용한 곳이 몇 군데나 되는지 알아보고자 지난 5일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중앙선관위는 “구․시․군선관위가 제어용 PC의 사용가능 여부를 자체 판단하여 임차 등을 하였다”고 답하면서도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선관위는 2002년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를 도입한 이래 주요 공직선거 때마다 줄곧 이 기기를 개표 작업에 사용해왔다. 전체 2천 5백여 대의 기기 개발과 구입, 관리 운영에 든 비용만도 수백억여원에 달한다. 한데 중앙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의 ‘머리’에 해당하는 제어용 PC가 “노후화되거나 고장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임차하여 사용”하였다고 민원에 답하였다. 조달사업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필요해 구매하는 추정가 1억원 이상의 물품의 경우, 조달청을 통해 계약을 맺고 공개입찰로 구매해야한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내구연한 5년이 지난 제어용PC를 일괄구매하지 않고 구시군위원회의 재량에 맡겨 임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가 제어용 PC를 임차해 사용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경목 교수(세명대 전자상거래학)는 “제어용 PC를 임차해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조달청 납품 절차를 거쳐 들여왔어야 한다. 임차한 컴퓨터라면 무슨 프로그램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검증 다 하고 하자가 없는 경우 써야한다”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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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관위의 답변 중앙선관위는 각 구시군선관위가 제어용 PC를 임차해 사용한 시기와 규모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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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양시덕양구선관위가 18대 대선 개표 때 임차해 사용한 제어용 PC(노트북 형태의 1번 기기)에서는 개표상황표 날짜가 11월 24일과 12월 21일로 잘못 나와 말썽을 빚었다. 이에 대해 이경목 교수는 “날짜나 시간이 다르게 나오는 것 자체도 프로그램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구시군선관위가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개표기의 제어용 PC를 임차해 사용하였기에 “그 시기 및 규모를 알 수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공직선거법 178조의 규정에 따라” 개표사무의 ‘보조’를 위해 사용하는 기기이므로 외부에서 임차하여 써도 무방하다는 입장마저 내비쳤다.
중앙선관위 선거2과 홍진영 주무관에게 관련 사실을 문의해보았다. 그는 “제어용 PC 내구연한이 5년이다. 고장 난 PC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사무국과장 판단 하에 임차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임차에 관한 내부 규정은 없느냐고 물으니 “그런 규정은 없고 공무원의 상식선에서 재량에 따라 사무집기의 구입 예산이 없으면 임차해 사용하는 거다”고 답했다.
“하지만 각 구시군위원회에서 ‘제어용 PC’를 자체 판단으로 임차해 사용하면 검증이 되지 않아 에러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제어용 PC 임차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것은 반영 한 번 검토해 보겠다”고 하였다.
/정병진 시민기자1 투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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