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이 86명 장해등급 재심사, 모두 등급 하락 통보
“산재피해자의 정당한 권리 박탈하는 처사” 비판 제기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을 위반하면서 산재피해자의 ‘장해등급’을 재판정해 등급을 하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산재보험법(제59조 장해등급의 재판정)은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 중에서 장해 사태가 호전되거나 악화되어 이미 결정된 장해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장애등급 재판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동법 부칙 제21조는 이 내용의 시행(2008년 7월 1일) 이전에 등급을 받아 장해보상연금을 받고 있는 자는 ‘불소급 원칙’에 따라 재판정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단은 법적 근거도 없는 ‘장해등급 재결정’ 제도를 운영하면서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86명의 장해등급을 재결정해, 이들 모두의 장해등급을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장해등급 재판정’ 조항이 시행되기 이전에 장해등급을 받은 사람이었다.
구체적인 장해등급 하락 사례를 보면, 장해등급 자체가 박탈된 사람이 7명, 11등급 하락 2명, 10등급 하락 1명, 8등급 하락 1명, 7등급 하락 10명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가 올해 6월 12일 이 같은 근로복지공단의 행위는 위법하다며 처분 취소를 내린 사례가 있다. 하지만 공단은 지난달에도 법 시행 전 장해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장해상태 확인을 위한 특별진찰 알림'이란 공문을 보내고 이에 응하지 않자 곧바로 장해연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영주 의원은 “산재장해인을 보호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법적 근거도 없는 장해등급 재결정 행위를 하면서 산재장해인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공단의 위법한 장해등급 재결정이야 말로 더 큰 공익에 저해되는 것이므로 장해등급 재결정 행위는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부터 보험조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해 4월부터는 보험사기 방지시스템(FDS)을 가동하는 등 부정수급 적발과 같은 재정누수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달 22일에는 인천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 손을 다친 오모 씨(52)가 가장 낮은 장해등급인 14급을 받은 데 불만을 품고 근로복지공단 사무실에서 분신을 시도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