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가면
박옥경
지리산에 가면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솜이랑 첫날 지리산에 가면
악양면사무소 앞 짜장이 맛있는 중국집
거기 스포츠머리 배달원 오빠는,
울 모녀가 서울서 왔는데 지리산학교 종강식 구경 왔는데
한 반시간 이 근처 가볼만한 데가 있냐 했더니,
최참판댁은 반시간이 넘는다며 근처 알려줄 덴 딱 안 떠오르고 배달은 가야하고
인제 음식 랩 싸는 바쁜 사장님께
서울서 오셨단데 삼십분 동안 근처 가볼만한 데 있냐고,
계속 물어보며 끙끙거립니다
신나는 6기 종강공연 끝나고
회원들 직접 만든 훈제토종닭과 꽃떡과 바게트빵, 숨두부에 생김치 생무채
게눈 감추 듯 싹 먹어치우는 잔치하고,
울 모녀 순천 가야 해, 신희지처장님께 여기서 어떻게 버스타고 가냐 물으니
씩씩한 처장님, 곧바로 수소문 여수로 가실 회천사님 차 수배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초등학생 차분한 딸과 함께이신 회천사님,
우리가 조동례 시인의 순천 꽃뜨락까페로 가서 잘 거라 하니
까페까지 태워주시고 순천 볼일 나온 낙장불입님을 부릅니다.
바이크선수 복장의 멋진 이원규 시인님과 순천 꽃시인 김해화 시인님도 오셔
보리밥 만찬을 합니다
기타반 종강수업은 돌 바위가 하얀 백석탄 개울가입니다
하수오족발찜과 매실동동주 별미
물소리가, 시원한 바람 감미로운 기타연주 추억의 노랫말에 실려
차르르 흐릅니다
저녁파티는 최참판댁 옆 토지사랑입니다
기타반 즉석 공연입니다
김선웅 선생님의 김수철처럼 콩닥콩닥 뛰는 무아로 가는 연주와 학생들의 노래
다솜이도 '나 항상 그대를'을 부르더니,
문학산님의 '갈매기야'에 튀어나가 율동도 흥겨이 합니다
여기 쥔장부부는 프로 보컬과 키보드연주자
이 부부, 아낌없이 두려움 없이 자정 지나 새로 한 점까지
우리의 고성방가를 허락합니다
울 모녀는 이제 사람 풍류를 좋아하는 여울비이슬비 부부의 차에 실려
산속 골망태펜션으로 가고 부부는 정성스런 우럭구이아침을 내어 놓습니다
다정한 쥔 부부는 천 원짜리 목욕탕 간다며
울 모녀 서울 갈 진교터미날까지 태워다 줍니다
딸내미랑 둘째 날 지리산에 가면
털북숭이 김선웅 기타연구소장님은,
울 모녀 서울서 고속버스 놓쳐
연구소 개방종료시간 오후 두 시가 넘어 도착했는데도
네 시까지 싱글싱글 기다려 주십니다
사슴을 닮은 여울비님, 트로트를 포스있게 부르시는 문학산님,
알콜에 약한 노택상님도 함께 넉넉히 기다려 주십니다
기타반 기초 완성 통합반장님 노택상님은 저녁까지 대화에 동참하시며
예약 못한 울 모녀의 숙소를 손전화로 계속 구해 보십니다
평사리 터줏대감 노 반장님, 마침내 섬진강가 섬진각을 확실히 잡아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노 반장님, 울 모녀 숙소까지 태워 주시고
울 둘은 섬진강가 재첩국과 재첩회덮밥 꿀맛을 보고 나서야
꿀잠에 빠집니다
울 모녀 셋째 날 지리산에 가면
최참판댁 위에 멋드러진 기와집 짓고 백팔번뇌 노래를 잘 하시는 조동진님과
눈동자가 까맣고 초롱초롱한 우편배달원 최용기님이 오십니다
조금 있으면 노택상님이 예의바른 둘째딸과 남원으로 치과 나갔다 오십니다
그러면 김선웅 소장님은 약속대로 화개짜장을 시켜 주십니다
울 모녀는 화개짜장을 먹으며,
악양짜장과 화개짜장 중 어떤 짜장이 더 맛있나 생각합니다
그럼 우린 둘 다 맛있단 생각입니다
기타를 조금 치고 이제 행복하세요 전도사 소장님 노택상님과
제가 벼르고 벼르던 섬진강벚굴구이를 먹으며 행복하러
바로 앞 포장집으로 건너갑니다
저는 주황색 천막포장에 먹을 것도 많은 이런 집이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진열해 놓은 젤 큰 벚굴을 집어 다솜이 얼굴에 대어보니
굴이 다솜이 얼굴보다 배는 큽니다
서울 가 증명하려고 소장님께 사진을 찍어 달랬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구이가 아니라 날것으로 나왔습니다
굴이 껍데기 위에 뽀얀 알몸을 드러냈는데, 아 글쎄 살이 다솜이 주먹만 하잖겠습니까!
한입 넣으니 달콤한 민물향과 굴향이 입안 가득! 섬진강을 다 먹은 것 같습니다
막걸리 대신 뒷골 안 뗑기는 좁쌀동동주랍니다
동동주 한 잔에 벚꽃비가 날립니다
포장도 펄럭이고 꽃비는 이제 꽃바람이 되었습니다
포장집이 어느 바닷가로 옮겨 앉은 듯, 파도소리도 텨얼썩 텨얼썩 들려옵니다.
4월에 벚꽃 필 때, 벚꽃 아래서 먹는 굴이라 벚굴이랍니다
지리산에 오면 아픈 사람들이 있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즐겁게 삽니다
다솜이 얼굴도 지리산에 오면 벚꽃처럼 피어나고 벚굴처럼 싱싱해집니다
이번엔 제가 화개 토담농가 예약을 일찌감치 해 두었지요
오늘도 화개보안관 노택상님이 데려다 주었습니다
물론 소장님도 안전히 집에 모셔다 드린다고 함께요
사람 좋은 토담농가 쥔 부부는 버선발로 나와 우리를 반가이 맞이하십니다
지리산 이 아름다운 토담농가 와서 그냥 갈 수 없다는 소장님의 포석에
맘씨 좋은 아내는 녹차와 곡차와 각종 장아찌, 주전부리를 냅니다
직접 담갔다는 쌀막걸리와 비비추 짱아찌 첫맛에 제가 비명을 질렀나봅니다
다들 깜짝 놀라셨거든요 저는 감탄을 잘 합니다
황토방서 온천수보다 더 고운 물로 샤워하고
지리산계곡서 흘러내리는 설탕 탄 물 같은 지하수 마시고
잘 쉬고 갑니다 인사하러 나왔다가,
차 한잔 하고 가시지요,
생각이 없는 공 사장님의 한 마디에
두 시간, 청학동서 오신 무공해님이 우려주는 쑥차 마시며
차이야기 아이들얘기도 나누고,
속 깊은 안주인, 제가 잘 먹는 비비추장아찌와 갓 덖은 쑥차를 선물로 줍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제 그 무공해님이 태워주는 트럭에 실려 섬짐강벚꽃길 달려 하동터미날입니다
행락절정 날이라 서울 가는 버스가 화개 하동 구례 다 없어 진주 가서 타야할 거라고
토담농가 공 사장님께서 벌써 일러 주셨거든요
모든 게 서툴고 모든 게 낯설고
그래서 많이 실수하면서도,
지리산에 가면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리산에 가면 감동이 있습니다
지리산학교에 가면 울고 싶습니다
지리산학교에 가면 웃고 싶습니다
지리산에 가면 살고 싶어집니다
첫댓글 바람꽃님, 글을 읽으니 당장에 지리산으로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어디 사시는지요..
웃고 싶고, 행복하고 싶으면 당장 달려가세요. 지리산으로, 지리산학교로.
저희 모녀가 그렇게 되었거든요.^^*
바람꽃님...
노 선생님,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합니다.
다솜이 지리산 세 번 다녀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연극영화과 갈 거야. 뮤지컬배우 할 거야. 올해 수시 해볼 게. 연기학원 보내줘."
일년 반만에 첨 들어본 의욕적인 말. 바로 학원등록하고 2주일을 매일 즐겁게 열심히 준비하며 다니더군요.
지리산학교도 다닐거라고 하더니 주말에 지리산 다녀옴 공부할 시간이 없을텐데 하며 걱정하더라구요.
그래서 의논 끝, 한 학기 연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곤 다솜이 기타를 만지며 연습하였습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해보고 9월중순에 지리산학교에서 만나겠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다솜이랑 문득 내려오세요.
다음학기로 잘 이월해 놓겠습니다.
서울에서의 다솜이 일 잘 될 거에요. 미리 축하드려요.
다솜이랑 7기 종강식에 가겠습니다. 아니 그 안에 힘들고 복잡하고 사람들이 보고싶어 미치겠을 때
휙 달려가겠습니다.
서울서 다니겠다는 저희를 따스히 배려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설서 열심히 살면서 지리산학교 사랑과 응원 메시지도 틈나는대로 열심히 보내겠습니다.
지리산학교가 제 딸 다솜이에게 준 큰 선물, 잊지않고 소중히 잘 간직할 것입니다!
저의 엄마지만, 새삼 참 글 잘쓴다 그리고 여기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면서 문득 드는생각이 아,,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았었지 그래! 다시 해보는거야 라고 다짐한답니다. 엄마의 딸 다솜이가 있으니까 항상 화이팅 사랑해♡
하나님 아버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오호오~~~~ 가정을 버릴수도 읍꼬... 하고 있는 일도 치울 수 읍꼬....
지리산... 병나겠네..흐..으................... ㅡㅡ;;
파랑님, 가정을 버리지 않고 하고 있는 일 치와뿌리지 않고도 지리산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날 척~ 떠나보세요. 오길 잘했네! 하며 가끔 내려올 계획을 잡게 됩니다.
그러면 지리산병 안 납니당^^*
담번에 주무실데가 마땅챦음 우리집 사랑채도 있습니다. 화장실도 세면장도 바로 옆에 없는 흙집이라 선뜻 권하긴 뭣하지만
고맙습니다! 조동진 선생님, 근데 그럼 볼일과 세수는??^^
하하하...있긴 있는데 좀 떨어져 있어요. 옛 토담 컨셉이라...물론 본채에도 있구요
좀 떨어져도 있는 것 아닙니까? 더군다나 한 40년만에 체험해보는 머언 변소(앗, 일본말이군욧!^^).
것도 시멘트가 아닌 토담일 바에야,, 황공할 따름입니다!
학교 가는 날, 미리 예약^^하고 호사를 누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