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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에 취하며 안갯속을 걸었다 말머리고개, 한문으로 馬頭峴.지상 250m 높이가 될 듯하다. 안개가 자욱한 마두현 고개를 넘어 임도에 들어 선다. 김승옥님의 소설 제목 무진기행(霧津紀行)이 떠오른다. 짙은 안개 꿈길 같은 몽환의 세계다. 7녀2남이 떠나는 임도따라 무진기행 장면을 담아 본다. 함께한 사람들 다롱진 길동무 송이 분홍신 정초애 이다원 무아지경 아롱진 그리고 사진 밖 이같또로따 농무가 깔린 길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렀다. 12시20분. 도보 시작 25분 후다. 농무 짙은 길을 걷는다. 안개가 가린 풍광 속으로. 때로는 둘이서, 대여섯이서 하나가 되어 걷는다. 미지의 세계를 걷 듯, 꿈 속을 가듯. 눈은 얼굴 좌우에만 있는게 아니다, 눈을 돌리지 않아도, 감아야 비로소 보는 눈.눈.눈. 마음의 눈은 시공을 초월하기도 한다. 그래서도 안갯길은 귀와 코도 열어야 한다. 가슴도 풀어 헤치고 말이다. 당신의 눈도 저리 열려 있는가? 서로가 서로의 눈을 헤아리는 ... 교감의 시작이 나닐지. 두 분은 오래전 부터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이겠지. 하나를 놓치지 말자. 바로 보이지 않는 4포인트. 자세히 보아도 못 본다. 가슴으로 느끼며 보아야한다. 봄을 맡다. 봄을 마신다. 봄神께서 내리시려나. 안개가 내려앉은 솟대 . 마을 어귀가 아닌 생각의 어귀에 높이 솟대 하나 달아보자. 안테나를 세우듯이. 안개를 헤치고 그님이 물음표 달고 나타나지 않을까? 그녀, 맨발이라면 나도 달려가 안으리라. 안갯길은 일단 멈춤이다. 우산은 그럼에도 파란 신호다. 정승처럼 여기 서 볼까나. 망부석이라도 되어 볼까나. 여러가지 조형물이 발길을 부여잡는다. 그냥 도보인가 예술 산책인가. 아무려면 어떠랴. 머리 위에 안개를 얹는다. 무게 없는 무게에 더 무거움을 느끼는가? 함초롬 안개와 이슬을 머금은 꽃. 어젯밤 곤한 잠을 못잤나보다. 고개를 떨쿠고 늦잠을 자나보다. 셔터 소리에 꽃잎 파르르 떤다. 제목이 안보인다. 걍~ 필연이라고 지어볼까나. 첼봉의 정상은 커녕 중턱도 가렸다. 안개 자욱한 틈새로 산새소리가 들린다. 저 속으로 달라가고 싶다. 설령 돌아오지 못한다해도. 회색 세상에 빠지고 싶다. 바위 틈에 자라는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뿌리의 위력을 헤아린다. 그리고 생명이라는 낱말을 되뇐다. 무진기행이 실감난다. 가는 길 뒤돌아 찰칵. 그리고 다시 전진!! 또다는 길맛을 체감하는 날이다. 집이 아니다.망(網)쳐야 사는 곤충이 있다. 어제 낮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또 얼마나 많은 타래를 몸에서 풀었을까? 망쳐 놓은 그물에 아직 걸린 놈이 없다. 어디선가 날카롭게 지켜 볼 거미의 모습을 상상한다. 성가족상. 가족 그 자체가 성스러운, 그리고 천륜의 공동체가 아닐지. 바람 불면 이 길 위에 송화가루 날리리라. 세르반데스의 소설 속 주인공 돈키호테를 본다. 돈키호테가 서울하고도 이태원 강남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나 어흠~ 기침을 하고 GR발광하는 것들에게 최류탄을 투척하며 "에이 나쁜것들아~정신차렷~" 소리를 버럭 질렸으면 한다. 역설적이지만 돈키호테가 이시대에도 있어야겠다. 산나물이 걸음을 멈추게도 하지만 꽃들과의 눈맞춤 시간도 있다. 봄길에 꽃 구경 한다고 그 누가 빨간 딱지 붙이랴. 단체 사진 촬영 전 길神을 부르며 길에 빠져든다. 근접촬영. 또다른 앵글로 한번 더 찰칵~ 얼굴 가까이 또~찰칵~ 한 분 한 분 모셔 놓고 셔터를 누른다. 엊그제가 어버이날이다. 어머니~ 이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누군가의 어미가 된 분들이야 더더욱 어머니란 말에 그저 말을 잃는다지. 사진을 찍으며 숨소리 고르며 어머니를 불렀으리라. 눈시울 붉히며 불렀으리라. 매발톱꽃.꽃말이 버림받은 애인이라고 한다던가. 이슬에 흠뻑 취한 꽃... 행여 버림 받음에 쏟는 눈물이 맺인건 아닌지. 봄을 캐는 여인네들. 저녁밥상 메뉴에 두세가지 더 얹히리라. 아트벨리 정문을 통과한다. 여기도 매발톱이다.1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두 시간 반이 채 안걸린 걷기였다. 현재 온도15도 습도는 92%. 보헤미안 조각상에서 단체 사진 찰칵. 맛집이라면 10여분 발품쯤이야... 부곡1리 맛집 토속음식점 토담골이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한 후 704번 시내버스로 서울을 향했다. 너무 일찍 도보가 끝났다며 더 걷자는 집단 민원을 뒤로 하고... 함께하신 님들~~ 안전 귀가하셨겠지요?? 불편한 사진 있으면 문자 주세요. 처리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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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약간의 오타 때문인지 소인의 이해가 다소 느려짐은.. 로따님의 앞서가는 감성들을 미처 손이 따라잡지 못한 연유이리라. 명문에 사진까지 잘 감상하였습니다. 오늘도 운무 속에 좋은 길 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늦은 밤 비몽사몽(핑계) 올리다 봉게 오탈자가 여러개가 나왔나 봅니다. ㅠㅠ
닉처럼 호젓한 임도를 길동무되어 걸었지요. 함께하여 즐거움이 두배였구요.
로따님의 감성이 곁들인 송추 첼봉임도
잘 보고 갑니다~^^
같이 걸었으면 목련화님의 콧노래, 아니 라이브 노래 시간이 있었으리만...
올 가을 단풍곱게 물들 때 단풍터널이 펼쳐지는 이 임도를 함께하시어요.
길도 사진도 글마져도
참 맛깔스럽네요~~~*
조촐한 한 자릿수 9명이 오순도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걸었답니다.
라야님 같이 시간 내셨다면 맛깔스러움이 두배, 세 배는 되었을 거예요.
구파발에서 봉고로 이동을 할 수 있게 진행해주심과
회색 운무가 내려앉은 촉촉한 숲길을
여유롭게 걸으며
설명을 곁들여주신 로따님 덕분에
더욱 즐거운 걸음이 됐답니다
고맙습니다 로따님.^^
안갯 속 마치 꿈길과도 같은 시간과 공간 모두가 촉촉한 심신 목욕했지요.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함께 걸어 더더욱 기쁘고 좋은 한나절이였지요.
몽환적으로 느꼐지는 안개속으로 우리님들께서
걸음하고오셨군요 숨박꼭질하면 못 찿을듯 해요
추억이 될듯합니다 볼수록
이쁜길이죠 함께 못함을 후기에서 즐감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
애궁~ 아쉬웠어요.엄청요. 호수님께서 함께 걸으셨면 분위가 업~ 업되었을 건대요.
이슬머금은 들꽃들과도 이야기도 하시고 꽃 이름도 줄줄 꿰차며 즐거웠을 거예요.
애써 의식하지 않아도 Slow life의 시간로 이끌어 주었던 길.....
몸도 마음도 정신도 다 평안했지요~~
도보길 내내 꿈속에 있었지만
싸리순, 다래순 꺾을 때만은 현실세계에 머물었나?^^
이다원님 찾아 선물로 주신 네잎크로버로 울 손녀 기쁨 팡팡!!
후기로 무진여행을 떠나는 행운을 주신 로따님 감사드립니다
우와~ 다롱진님~그 길에서의 흡족함을 넘어 행운의 네잎크로버를 받으셨군요.
쭈~욱 올 한해 행운 가득하시옵고 로따에게도 남으면 분양해 주실 수 있는지요?
안개가 자욱한 신록에 임도길 편안하게 행복한맘으로 즐겼읍니다 다시가고픈 예쁜길 추억으로고이간직 하겠읍니다 수고하셨어요
님의 닉네임과 같이 세속을 잠시 잊는 무아지경 열반의 세계에 취하셨나 보아요.
명품 길이라 평해 주시오니 감사, 감사 드리오며 또다른 명품길 개발(?)해 볼게요.
무진기행...
함께 하진 못하고
눈으로 보고 댓글로 인사드려요
참 멋진길이네요